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장사라 하더라도 어미에게는 그저 품에 안긴 아이일 따름이다. 씨름으로 천하를 거머쥐었던 김성률(金成律, 1948-2004) 장사도 어미 품에서는 한낱 칭얼대며 어린냥 부리는 한 마리 병아리였을 뿐이고.
이 사진은 김 장사 한창 전성기에 마산 부림동 집에서 어머니(천기출)가 차려다 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인데, 자식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방 한쪽 켠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어머니의 눈이 지긋하면서도 다정스럽다.
어머니로서는 씨름판을 오가며 힘을 쏟아내고 있는 자식에게 따뜻한 밥 한끼 잘 먹이고 싶었을 것인데, 김 장사 바쁜 와중에 용케도 그런 시간이 주어줬고, 이 게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이런 어미 앞에 자식은 아무리 단단한 돌맹이라도 아무리 씹은 소태라도 맛나게 먹어야 할 것인데, 평소 무뚝뚝한 김 장사라지만 정성스레 숫가락질 하고있는 모습에서 그런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가.
김 장사가 입고 있는 상의에 ‘부림’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부림동 사람아니랄까 봐 그랬을까. 김 장사는 고향인 마산을 무척 좋아하고 아꼈다. 김 장사의 호가 학산(鶴山)인 것은 마산의 무학산에서 딴 것이다. 그의 아버지 이름인 학봉(鶴峯) 또한 무학산의 학봉에서 땄듯 대대로 무학산 아래 부림동에서 살아오면서 뿌리는 내린 가문이다. 여기에 더해 부림시장이 있는 부림동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다. 김 장사의 부모는 부림동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며 자식들을 길렀다. 이런 점에서 마산이 김 장사에게 울타리였다면 부림동은 김 장사에게 요람이었을 것이다.
김 장사 간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오늘 이 한 장의 사진을 대하니 그가 새삼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