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모아 놓았던 것을 이제는 하나 둘씩 내 보내야 할 즈음이 온 것 같다. 무엇보다 좁은 집에 놓아 둘 마땅한 공간도 없으려니와, 그냥 두고 나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물건들 또한 이제는 고지식하고 이기적인 주인이 뭐가 좋겠는가. 그들도 떠나고 싶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주인을 찾아.
콘타렉스 불스아이(Contarex Bullseye), 정말 잘 생긴 카메라다. 1950년대 말 나왔으니 나이로도 60이 다 돼 가는 물건이다.불스아이가 나왔을 때, 그 인기는 대단했다. 독일의 짜이스 이콘(Zeiss Ikon)이 라이카의 R 시리즈 카메라에 대항해 만든 35mm SLR이 바로 이 불스아이다.
이 카메라는 메카니즘이 독특했다. 우선 렌즈 조리개에 연동된 셀레늄 노출계(light meter)는 그 때로 보아서는 경이적인 것이었다. 일일이 별도의 노출계를 보지않고 연동된 조리개 값으로 사진을 찍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 셀레늄 미터를 카메라 정면에 내 달았다. 둥근 눈깔 모양의 노출계다. 이 카메라의 이름이 불스아이(Bullseye)인 것은, 이 노출계의 모양이 ‘황소의 눈(Bulls Eye)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 카메라에 연동되는 렌즈 또한 명품이 많았다. 주 표준렌즈인 플라나(Planar) 50mm/f 2.0)도 좋았지만, 55mm/f 1.4는 정말 발군의 렌즈였다. 이 렌즈를 통해 수 많은 명작 사진들이 나왔다. 그리고 35, 21mm의 광각과 85, 135mm의 망원 렌즈 등 호환되는 많은 렌즈가 이 카메라를 더 빛나게 했다.
그러나 전성시대가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게 마련이다. 이 카메라의 단점은 다른 35mm 카메라보다 무겁다는 것이다. 표준렌즈를 꼈을 때 무게가 자그마치 1.2kg이나 나간다. 그러니 가볍고 간단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1960년대 중반부터 사양길로 접어든다. 물론 그 전후로도 불스아이는 여전히 사용기로 활용되었지만, 그보다는 대략 그 때를 기점으로 카메라 컬렉터들의 수집품으로 각광을 받게되지 않았나 싶다. 이즈음 이 카메라의 인기는 높다. 카메라 수집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아이템 중의 하나다.
내가 이 카메라를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미국의 온라인 경매시장 이베이(eBay)에 빠져든 것도 그 무렵이니,결국은 이베이를 통해서 이 카메라를 알게됐다는 얘기다. 한 수십여 대는 내 손을 거쳐가지 않았나 싶다. 지금 국내에 있는 불스아이 중 내 손 때가 묻은 것도 제법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불스아이를 세 대 갖고 있다. 그 중 한 대를 떠나 보내기로 했다. 한 십여년 갖고있던 것이라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영영 갖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앞에서도 얘기했듯 하나하나 정리해야할 시점에서 내 보내기로 고른 것이다.
오늘 아침, 이베이에 올렸다. 이베이에서 구했으니, 다시 고향 찾아가라는 얘기다. 어떤 주인을 다시 만날 줄 모르겠으나,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래본다.
아듀, 나의 불스아이!
http://www.ebay.com/itm/201642639160?ssPageName=STRK:MESELX:IT&_trksid=p3984.m1555.l2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