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장으로 있을 때인 97년도 5월 무렵인가, 추미애 의원이 그해 15대 대선을 앞두고 제주도를 거쳐 부산에 왔다. 김대중 후보 유세단장이었을 것이다. 신문사로 왔다. 설훈과 김민석 의원 등도 있었다. 그 때 찍은 사진이다. 가운데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당시 안상영 사장이다.
추 의원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는 초선임에도 당돌할 정도로 패기탱천했다. 갑작스레 나더러 갈치 얘기를 한다.
“자갈치 시장 갈치가 퍼득 퍼득 살아있는 게 참 싱싱합디다.”
웬 갈치인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뜬금없이 제주해협 이야기를 한다.
“제주 갈치가 맛 있지요. 제주 갈치는 특히 바닷물이 한바탕 뒤집어져 물갈이를 한 후 잡힌 게 맛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부산엘 오는데, 제주해협이 뒤집혀지는 걸 보았습니다.”
말인즉슨 이랬다. 제주 해협이 한바탕 뒤집혀 물갈이를 하듯 민심도 그렇게 돼가고 있다는 것. 따라서 김대중 후보가 당연히 대통령이 되고 정권이 바뀐다는 것이다. 사장이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당시의 대선 판세로서는 어떻게 해 줄 코멘트가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누구든 희망사항은 있기 마련이니, 그런 관점에서 듣고 넘겼다.
그 주 칼럼 집필 차례가 됐다. 뭘 쓸까 궁리 중에 퍼뜩 추 의원의 그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쓴 게 ‘갈치론’이다. 그 칼럼 나가고 신문사 안팍으로부터 곤욕 좀 치렀다.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는데, 호남사람들의 것이 많았다. 부산사람들로부터는 비난조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 해 결국 추 의원이 예견하고 바란대로 DJ가 대통령이 됐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대표가 됐다. 당선회견의 강도가 역시 세다. 정권교체도 그렇고 사드 배치 등 안보현안에 관한 발언이 똑 부러질 정도로 당차다. 그 때가 문득 떠올려 졌다. 뭔가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꼬일대로 꼬여가고 있는 이 정부, 정신 단단히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풍초
2016년 8월 30일 at 2:01 오전
차라리 바뀌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철저히 패배의 쓴맛을 봐야합니다. 민주당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대통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봐야합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십년동안 왜 그들이 그렇게 만들겠다는 살기 좋은 나라를 못만들었는지는 그들이 설명못하기때문에 스스로 폐족이라 하고 봉문한 것입니다. 폐족이 다시 살아나서 뭘 하겠다는 건지는 그들도 모릅니다. 어쩌면 노무현대통령이 살아있었으면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줄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koyang4283
2016년 8월 30일 at 6:36 오전
추미애를 보는 관점에서 나름 실용적인 측면도 있다고들 합니다만, 문재인과의 야합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화하겠다는 주장이 주목됩니다. 추미애도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터인데, 이번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문재인 파의 지지를 업었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 속에서 나온 발언일 것으로 희망합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에서는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하겠다고 하니, 다음 대선에서는 이게 선거 쟁점이 되겠습니다만, 그 전 박근혜 집권시기 안에 이 문제를 배치 쪽으로 마무리해야할 것입니다.
비풍초
2016년 9월 3일 at 1:57 오후
사드 배치 문제는 좀 웃기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먼저 결단해버렸습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새누리당도 그걸 당론으로 하네 마네 이야기할 필요조차도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결국 다시 이 문제가 국회의 동의, 즉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인가하는 아주 원초적인 문제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지금 우왕좌왕하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들여놓겠다든가, 핵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가 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 단독 결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점과 같다고 봅니다.
사드 배치라는 표현도 웃깁니다. 사드를 들어오는 게 정해져있고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문제인 듯한 표현이지요. 사드가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사가 왜 이제 나오느냐하는 것도 웃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