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트북 컴퓨터의 ‘反轉’

내 노트북 컴퓨터가 나를 울리고 웃게 한다. 쓰던 데스크탑 컴퓨터가 스스로 수명을 다한 이래, 그래도 세상과 비비고 하는 수단으로서 유일하게 매달리고 있는 물건이니 이런 표현이 나로서는 가당하다는 생각이다. 미국 사람이 쓰던 것이고 미국  윈도 OS가 깔려있어 처음부터 사용하는데 적잖은 부담을 느낀 물건이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썼다. 지난 여름 한 철, 책을 쓰면서는 항상 붙어 다녔다. 집에서건 도서관에서건 끼고 살았다. 구형이라 좀 크고 무거워 들고 매고 다니기는 좀 버겁지 만 그래도 제 값은 실하게 했다.

이 노트북으로 인해 나를 자물시게, 그리고  맥빠지게 한 일의 기미가 생긴 건 달포 전쯤이다. 갑자기 목 디스크가 생겼다. 그 원인이 노트북이라 나름 생각했다. 주제에 맞지않는 배낭에 넣어 매고 다니면서 좀 무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고 그 때마다 목에 무리가 가고있음을 나름 느꼈기 때문이다. 디스크 때문에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루고 있지만, 그 이후로는 노트북을 매고다닐 생각을 아예 접었다. 대신 집에서 일을 해야했는데, 이는 도서관에서와는 달리 더더욱 이 노트북에매달리는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그 쪽 데스크탑 이용이 가능해서 노트북과 상호보완적으로 일을 해온 것과 다르다는 얘기다. 따라서 만일 집에서 노트북에 이상이 생긴다면 곤혹스러울 수밖에없다. 그래서일까, 노트북을 다루는데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이 꼬여갔다. 그런 조바심과 기우심 때문이었을까, 노트북이 슬슬 이상 기미를 보이는 것이었다. 우선 온라인 상에서의 글쓰기가 잘 안됐다. 페이스북에서 글을 쓰고 엔터를 누르면 이상한 글자가 이어지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고, 평소자주 사용하는 네이브워드도 이상해졌다. 페이스북에서 처럼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는마우스가 이상해졌다. 포인팅은 되는데 클릭이 잘 안되는것이었고 복사 등 각종 기능 키가 먹히지 않았다. 외용 마우스를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우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마무리 할 일이 많은 처지에서 노트북이 말썽을 부리니 짜증도 짜증이지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이 노트북을 언젠가는 내 눈 앞에서 내 손으로 보기좋게 부셔버려야지.

다시 도서관으로 나갔다. 급한 것은 도서관 컴퓨터로 마무리해야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구입문의까지 한 일도 있다. 그러는 사이 그 노트북은 책상 한 켠에서 방치되고 있었다. 좀 아쉽다는 생각에 어쩌다 한번 켜서 작동시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정이 든 노트북인데 하는 심정으로 켰다가 다시 그 상태인 것을 확인하면 짜증이 더 생긴다. 그냥 창 밖으로 내다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 때도 있다.

오늘아침, 디스크 치료 차 동네병원을 가면서 컴퓨터수리점 앞을 지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노트북에 이상이 있는게 혹여 자동으로 깔려진 윈도10  오류 때문이지 않겠냐는것. 수리점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었다. 오류 때문이 아니라 노트북에 문제가 있을 것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번 가져 와 보라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수리점 앞을 지나는데, 주인이가게를 비웠다. 좀 기다렸다 갖고 내려 와보자. 집에 와 노트북을 다시 켰다. 어차피 수리점엘 가져가는 것이니까 켠 채로들고가자. 노트북이 켜 졌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우스에 때가 낄 수도있다. 모든 기계가 그렇지 아니한가. 그러니 마우스 부분에 카메라 손질할 때 쓰는 휘발유를 한번 뿌려서 닦아보면 어떨까. 아니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 카메라 손질용 휘발유를 마우스에 조심스레 조금 붓고 에어브러시로 살살 말렸다. 그리고 가는 이쑤시개로 미세한 홈을 조심해서살살 후벼 주었다.

반전이다. 완전 반전이었다. 마우스가 작동하는 것이다. 내 생각이 들어맞은 것이다. 지금 마우스는 잘 작동하고 있다. 마우스가 잘 돌아가니 노트북이 완전 생기를 찾은 것같이 쌩쌩돌아간다. 내가 생각해도 놀랄 노자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발상의 전환(imagination)이 이런 것인가. 어쨌든 마우스가 작동하고 노트북이 쌩쌩 돌아가니 내 생각에도 활기가 돋아 나는 것같고 살 것같은 기분이다. 돈을 번 기분이다.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목 디스크도 나아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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