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서 물었다. 나이는? 스물다섯입니다. 그 나이면 디지털 카메라, 아니 스마트폰 카메라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구닥다리 사진기를 구하려 밤 늦게까지 다니는가? ,예 그저 옛날 카메라가 좋아서요. 언젠가 사진에서 한 번 보고는 꼭 구해보리라 작심했습니다. 선생님께 그게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갖고있던 클래식 카메라는 늘그막에 짐이된다. 궁리 끝에 일부를 처분하려 온라인 장터에 내 놓아 보았다. 꽤 오래 됐다. 그런데, 그걸 보고 어떤 청년이 그저께 연락을 해온 것이다. 팔렸냐고 묻는 목소리가 사뭇 상기되어 있었다. 아직 갖고 있다는 말에 안도하는 듯, 그걸 구입하려했다. 그러면서 늦은 밤 시간에 내 집 부근까지 찾아온 것이다. 클라리넷을 하는 음악도 청년이었다.
다시 한번 물었다.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해 사용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갖길 원하는가. 청년은 내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카메라만 연신 만지작 거린다. 이런 카메라를 만져본 적도 없다면 세심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청년은 사용법에 관한 내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카메라는 ‘브라운 팍세트(Braun Paxette) II’ 다. 독일 뉘렌버그에 있던 브라운(Braun) 사에서 1950년 초반부터 만들어 출시했던 35mm 소형 랜지파인더 카메라 시리즈 중의 한 모델이다. 모델은 많다. 팍세트 I 부터 시작해 II, 수퍼 팍세트 I, II, Automamtic 등 다양하다. 1950년대 후반에는 리플렉스 모델까지 출시했다. 팍세트 II 모델은 렌즈 호환식이다. 표준인 45mm부터 광각, 망원렌즈가 포함된다. 청년이 가져 갈 카메라는 표준렌즈가 부착되어 있다. 렌즈는 Staeble-Kata 4.5cm/f.2.8이다. 필름 와인딩은 두번 감아주는 투-스트록(two-stroke)이다.
파인더 보는 법부터 시작해 거리 포커싱, 렌즈 착탈, 필름 로딩 등 하나 하나 설명해 줬다. 청년은 눈을 반짝거리며 놓치지 않고 들으려 했다. 요즘은 필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과 만났던 편의점에 필름이 있었다면, 하나 사서 끼워줬을 것이다. 이런 오래 된 카메라는 액세서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오리지널 렌즈 후드와 역시 오리지널 카메라 가죽 케이스가 있었다. 청년은 카메라를 가방에 넣으면서 잘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인화가 되면 파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어찌보면 잘 이해가 되질 않는 청년이었지만, 왠지 기특해 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나에게는 팍세트 이 모델이 한 대 더 있다. 망원렌즈가 부착되어 있다. Tele-Ennalyt 13.5cm/f. 3.5로 귀한 렌즈다. 청년이 사진을 보내온다면 이 카메라와 렌즈도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