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남조(金 南祚) 시인의 문학賞 ‘수상’

오늘 한 뉴스를 대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 이른바 원로라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일깨우게 한 분은 김 남조 시인이다. 1927년 생이니, 올해로 아흔이다. 이 분이 모처럼 뉴스를 탔는데, 김 남조 이 분이 올해 ‘정지용 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뉴스를 전하는 대부분의 매스컴에서 이 분 이름 앞에 붙이는 관형어가 ‘ 원로시인’이다.

이 뉴스를 접하고 문득 우리 문단을 비롯해 사회 각계의 원로를 한번 꼽아봤는데, 과문한 탓인지 몇 손가락 꼽히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그 사이 세상을 뜬 분이 많아 그런지 모르겠다. 나 또한 적지않은 나이지만, 웬지 원로라 하면 생물학적인 나이 차이를 떠나 뭔가 아득한 존경의 마음을 일게한다. 그래서 원로라는 타이틀로 무슨 소식이 전해지면 귀에 더 잘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 소식을 접하며 곱씹혀 지는 것은 김 남조라는 이름과 연계해 떠오르는 원로시인이라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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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의 연세에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주최 측의 배려의 측면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시인의 수상작인 ‘시계’를 가만이 음미해 읽어보면 노 시인의 연륜이 아득하게 묻어나는 빼어난 시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노 시인도 시 첫 글에 나이 아흔을 운위하고 있다.

그대의 나이 90이라고/시계가 말한다/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그대는 90살이 되었어/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알고 있다니까,/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내가 대답한다/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그러나 잠시 후/나의 대답을 수정한다/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그럴 테지 그럴 테지/그대는 속물 중의 속물이니/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김 남조 ‘시계’ 전문)  

이 시에서 읽혀지는 것은 노 시인의 인생의 경륜이다. 시계는 곧 지나온 세월일 것이고, 또한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 세월일 것이다. 이 세월 속, 노 시인의 소망이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고 있는 것에서 그 연륜이 묻어난다. 우리 문단의 원로로서 던지는 인생의 메시지다.

김 남조 시인은 마산과 인연이 깊다. 문학의 꿈을 이뤄가던 청춘의 시절, 교편을 잡았던 곳이 마산이고, 또 부군인 고 김세중 조각가를 만나 사랑을 이룬 곳도 마산이다. 1950년대 초 전쟁 중의 피란시기 때이다. 마산고등학교에서는 동료 남자 교사 뿐 아니라 떠꺼머리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미모의 국어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 때 김 시인에게서 배웠던 제자들은 아직도 김 시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09년인가, 제자들과 마산 사람들이 모임에 김 시인을 모신 적도 있다. 이 모임에서 김 시인은 그의 시와 함께 마산을 추억하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몇 번 뵌 적이 있다. 몇년 전인가, 거의 평생을 살아 온 청파동 집을 모임을 위한 소박한 장소로 꾸몄기에 찾아가 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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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인의 수상 소식과 시는 나를 포함해 좀 어중간한 나이 쯤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귀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 시인은 원로시인이면서 또한 ‘영원한 현역시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4월 19일 at 8:19 오후

    김남조 시인께서 상을 받으셨다는 소식이
    저를 기쁘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시계를 몇번이나 읽어 봅니다.
    먼 훗날 제가 시계와 나누어야할 대화같아서요.

    • koyang4283

      2017년 4월 20일 at 10:56 오전

      ‘시계’는 읽어볼 수록 그 의미가 되새겨지는 글인 것 같습니다. 동병상련의 염도 있겠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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