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황진이를 낸 전경린과 함께

2004.8.4낮12시부터오후1시20분까지.서울인사동음식점’지리산’.소설가전경린과함께.

그동안기생황진이를주인공으로하는소설은많았지요.이태준선생도썼고,북한에살고있는홍명희선생의손자도썼고,한국에서는최인호,김탁환같은작가도황진이를주인공으로소설을썼습니다.그런데소설가전경린(42)도그위에‘황진이’라는소설을냈습니다.
전경린이황진이를쓰리라는것은오래전부터알사람은다알고있을정도로소문난소설이었고,출판사나독자들이나비슷한강도로기다림이있었습니다.
그래서8월4일낮12시서울인사동에있는‘지리산’이라는음식점에서출간을설명하는기자간담회가있다고했을때황급히달려가지않을수없었지요.가서보니중요언론사의동료기자들이모두와있더라구요.몇몇사진기자들은전경린씨를밖으로불러내서배경좋은입구에앉혀놓고셔터를누르고있었습니다.그녀의인기를알수있었지요.
전경린씨는낯빛이매우창백했습니다.오랜동안병치레를하고난사람처럼핏기가없었고,목소리에는힘이하나도없었습니다.대개전작장편,그러니까연재물이아니었던장편소설을발표하는작가들을만나보면,우주적에너지로충일한작가가있는가하면,이번전경린처럼모든진을다빼버린사람처럼쾡한눈빛을하고있는작가가있습니다.
아뭏든맥주를한컵씩따라놓은음식점에서그녀와기자들사이의문답이시작됐습니다.

-언제부터쓰기시작했나요?
“2003년12월부터쓰기시작했어요.자료를모으고,내가쓸수있을까고민도많이했어요.붙들고해야되나.할수있을까고민하느라두어달보내기도했습니다.”
-어떤자료를보셨는데요?
“자료요?주로조선시대에관한,사람사는모습이야기죠.특히송도의고적찾기가어려웠어요.고지도찾기도쉽지않았구요.왠갖택리지까지봤어요.앞에많은작가들,이태준부터해서황진이소설나와있는것도봤고요.야담,야사도최대한존중해서끌어들였고,이면과내면적인이야기,자의식도살폈지요.”
-역사기록에없는인물을새롭게설정하셨나요?
“그게근데요,야담야사를보면황진이자체가남자의인격을테스트하는위험하고악의적인인물로규정돼있는부분도있어서빼버렸어요.표피적이고미개한표현들을뺐습니다.몸의관계를,몸이데올로기를긍정적으로보는정신과운명까지썼고,몸을통해서파괴되는것을최대한뺐습니다.여성의몸에대한욕망이나,남성들이솔직하게유혹된다하더라도그게나쁜일인가요?왜그게인격을파괴하는지잘모르겠고요.인격에이중성이있기때문에…야담에서최대한배제한부분이그부분이었어요.”
-어떤자료가악의적이었어요?
“여성의아름다움자체를악랄하게끌어가는이데올로기가있었어요.유혹당하면위선적이고,유혹당하지않으면진정한학자로돼있는데,그런부분들을뺐어요.”
-500년전여성황진이와500년후소설가전경린은어떤점이닮았고,어떤점이다릅니까?많은작가들이황진이를주인공으로소설을썼지만이번소설로인해황진이가임자를제대로만났다했는데왜그런말을했다고생각하세요?박완서선생도황진이소설을쓴다는소문이있었습니다만.
“그때문에제가많이주춤했어요.대가가쓰면내가중간에들어갈수없다고생각했죠.생에대한정직성,정직성으로인해생기는충돌,그충돌로인해생겨나는결과를정직하게겪고계속해서나아간다는것,어떤격정을굉장히중요하게생각한다는것,자기생에대한격정을받아들인다는것에서저와황진이의일치점을찾을수있었어요.또격려를많이받았지요.그러나어째서내가쓰는게알맞은지는잘모르겠고,그런말때문에많이절제했고,조금더냉혹하게쓰고싶었어요.황진이와내가다른점이라면그녀가나보다더예뻤을것이란점이지요.(웃음)”
-황진이를쓰겠다는것은본인생각입니까,다른사람의제안입니까?
“여고시절부터시작되는데요,저는황진이나혜석윤심덕전혜린같은여성들에게마음이끌린정도가아니고,한사람한사람나타날때마다굉장히깊이와서박혔어요.내가아직도쓸수있을것이라고는생각못했는데,나중에쓸수있을것이라고생각했는데,외부적제안도있었어요.등단10년째인내가현대에는완전히뛰어들만큼매력적인스토리가안보여였어요.어떤이야기든작아보였어요.그래서큰이야기를쓰고싶었고제안도들어왔어요.두어달을헤맸어요.망설였고요.그러다박완서가안쓴다는정보를들었고,두세달지나니까박선생님이안써도나도할수없다는생각들었어요.내가황진이의자료를모으면서허리가빠질만큼푹잠겨버렸거든요.”
-이전작품과달리상황이빠르게읽히고문장달라졌습니다.
“이번소설은역사물이랄수있는데요,큰역사속에한여인의의식을담는데,황진이의내면을읽어갈자신이확실히있었어요.그전황진이소설은전부남자들이썼고,내가해야될몫이분명히있다고생각했어요.역사적상황을구체적으로파악해서들어가야되고,조직해야되고하는부분은자신도없었고,경험도없었어요.그래서그부분은중성화시켜서썼지요.그래서아마서술되는문체가달랐을것같아요.황진이내면에는예리하게래딤컬하게파고들어갔어요.”
-전경린씨의이전작품에강렬한이미지갖고잇는사람은이번작품이의외로밋밋하다고생각할수도있겠는데요,그맛이없어진게아닌가하는점이있습니다.이미지를부드럽게하는것을전술적으로채택했습니까?
“앞으로는모든작품이차차그렇게갈것같아요.”
-주인공의실존적중심으로직방으로간다는목표하에일부터문장을잘게잘랐다는느낌도주던데요.
“500년전황진이와지금여자와다르다면이번소설을쓰지않았을거에요.인간의진화는너무오래전에끝났습니다.500년전여인과지금여인은너무똑같아요.너무폐쇄적인상황에떨어진자의식이현재삶과전혀다르지않지요.내가볼때는황진이의문제점은혼인이라는시점에있었어요.힘든상황이없었으면아마신사임당이됐을거에요.오늘날에도규범화된혼인을의심하고안들어가려고애를쓰는젊은이들이있지요.연애를10년을해도귀결이이것뿐인가라고혼인을의심하지요.그런점에서굉장한일치점이있어요.시대정신적인궤적이있을거라고생각해요.덧붙여황진이가기생이돼서경제적인자립을이룩하는것까지중요하게생각했어요.”
-황진이라는인물자체가양반신분에서기생이란나락으로떨어진셈이고,지역배경인송도역시왕국수도였다가지방도시가된곳이죠.절이라는공간도억불로추락한공간이고요.몰락의느낌도중요했나요?
“첩의자식을차별한건조선에들어와서죠.신라나고려때는그게없었어요.태종때만들어졌다고봐요.조선에들어와서흥망성쇄가갈라지는것이,작게보면부조리한것들이고,크게는어쩔수없는것들이었어요.서경덕(서화담)도그렇지요.제가볼때는주자파가아주원칙을세워서사람의에너지나움직임을틀에가두었는데,화담은에너지,기,움직임을먼저이야기했고그에따라원칙과틀이생겨났다고봤어요.파격적이고미래적이었어요.황진이도미래적이고요.”
다.
-황진이소설을쓰면서실제기록과많이바뀐대목이어디에요?
“이사종이란인물은야담에는6년간계약동거하고6년후깨끗이헤어졌다고돼있는데,저는그이야기를오래끌게만들었어요.5년을기다리게하고,6년을살게하고,총12년을끌었지요.야담을짚어가면서바꿨어요.조금긍정적인느낌으로바꿨어요.황진이는잘못다루면그녀가유린당할수도있어요.야담야사에는남성적인서술에의해서유린된부분이많지요.”
-성정치적으로올바른황진이를만들고싶었는지요?
“그렇게마음을먹고한것은아닌데,그렇게되어간것이죠.소설의끝도황진이가유언을남기고죽는것으로하려다그러기에는내가그녀를너무사랑하게돼서,더살고,가능성도있게만들었어요.”
-작품에관계없는것인데요,사극‘대장금’도중종때고,다른드라마들도중종땐데,그때가문화적으로풍부한시기였나요?
“왕권이가장약할때였죠.반정으로훈구대신들이연산군을폐위시키고중종을왕에올리니왕권이너무없는거예요.중종이원칙주의자조광조를자기편으로끌어들어서권력을잡으려고그랬는데,그와중에서여러가지가일어났지요.”
-독자들의머리속에들어있는황진이와독자들의머리속에들어있는전경린은이를테면‘기생끼’혹은예술을하는사람으로서가장짙게공유하고있는기운같은것이있다고보고,전경린이그닮은점을어떻게풀어내고말했을까기다렸습니다.
“나한테기생적기질이있었을까….근데요,여자작가의기원은우리나라에서는기생들이에요.그녀들이시를썼으니까요.자주쓰지는않았어요.부안출신이매천도그랬고,기생들이남긴시가훌륭했고기예를닦는기간도너무진지했지요.나한테도내문학과기생들이일치되는게있다해도그것은기원으로볼때같은것이라고할수있겠죠.”
-소설에보면호랑이같은오라비가눈을부라리며지켜보고있는데도황진이는자신을찝적거린종놈의피흘리는팔에비단수건을꺼내묶어줍니다.그러한황진이의모습과작가전경린의모습을동일시할수있습니까?
“저는기본적으로출세지향적인사람이나현재의제도안에가치를두고있는사람에대해상당히회의하고있거든요.황진이도책에서무엇을배울수있다는사람보다하층민의몸으로축적하는사람들을어떤면에서신뢰했지요.그런정서가공통적이죠.소설에보면기생한테는사랑이가장큰자긍심이다,그런귀절이있는데,인간도사랑을이루는자긍심이가장큰것이라고생각해요.그녀와내가일치된다기보다는황진이의의식을내의식으로채운것이고,그런점에서황진이와합의가됐을때글이쓴것이지요.내가다가간부분도있지만황진이를많이끌고온부분도있습니다.”
-황진이의아우라가형성되는부분을더심화시켰으면했는데요.
“근데황진이는그미모로송도바닥에유명했었고,그녀의인생유전이작은도성에서는굉장한화제잖아요.폐쇄적인시절이니,소문만들리고,당사자의미모를알던사람은몇안됐을것이에요.높은벼슬아치나,강력한남자가그녀의미모를인정했을때검증받을필요도없이그다음남자가인정해버렸던측면도있어요.확장되고증폭되는미적인권력이있었을것이고,황진이도그랬을것이에요.왜냐하면안보고도믿어야됐으니까요.(웃음)”
-몇장분량이죠?
“1540매요.”
-소설쓰면서가장행복했던부분이있어요?
“황진이가이사종을만났을때요.첫경험을했던개성유수와의관계도부드럽게됐고요.제일좋았던것은이사종과의관계를그릴때였죠.”
-왜좋았어요”
“(기자중한사람이농담처럼끼어들어서)몸이말을하니까…”
-독자로서불만을말한다면요,나쁜연상이나편견인지는모르겠으나,전경린은정염,열정과통하는부분이있다고생각하는데,이번소설에서그런것을너무억누른것이아닌가하는느낌이있습니다.자유혼,구도자의면모를너무부각시키면서말이죠.전경린에대한기대를충분히만족시키지못한게아닌가하는생각이들어요.
“정사장면을몇군데가넣으려했는데,그게반복이필요가없거든요.단한번두번으로충분히보여줄수있는거였어요.반복해서보여줄거는없지요.이사종을그릴때내가좋았던것은,자기모순에갇힌상태지만,최대한자기속박을풀어버렸기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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