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제가2년전에썼던알렉상드르자르댕의책에대한
리뷰입니다.
저는그를특파원시절에직접인터뷰한적도있고해서무척
친숙하게느끼고있었는데,그의번역된책을보니참반가웠
습니다.
지금읽어도그의책은제필독서목록의맨위에놓입니다.
알렉상드르자르댕,자전적비소설,‘쥐비알’,동문선,7000원
어떤책은운명을느끼게한다.오랜동안잊혀지지않겠구나…..
책을열기전과책을닫고난후나는다른사람이구나…..
주변에많이얘길하고다니게되겠구나.자르댕에대한
기억은항상웃는다는것이다.연전에샹젤리제가(街)의
카페부케에서만났던그는세상(世上)에대해웃음을참지
못했다.개구쟁이소년같은표정으로말하기전에웃었고,
중간에웃었다.그는프랑스독자들에겐재기발랄의
대명사다.지금까지펴낸책제목만봐도‘얼룩말’‘팡팡’
‘꼬마원시인’‘왼손잡이들의섬’‘사이버엄마’등이다.
이번책은친아버지에대해쓴자전적이야기다.
논픽션이래도좋고소설이래도상관없다.
(취향의차이와천박한표현을용서해주신다면,)
너무재미있고감동적이다.자르댕이15살소년때세상을
뜬아버지는본명이파스칼이었고,
쥐비알(긴팔원숭이를닮은20킬로그램정도의동물)은
별명이었다.이제서른일곱이된소설가아들이역시
시나리오작가였던아버지와함께했던시간을쓴내용이다.
아버지에게‘산다는것은자신을완벽하게표현하고
자신의진실을거리낌없이주장하는것’을의미했다(9쪽).
아버지는(알렉)상드르에게순간순간의가치를느끼게
해주어야겠다는생각이들자느닷없이들판한가운데
차를세운다.백지수표한장을서명한다음공중전화
박스에매달린전화번호부에끼워놓는다.그리고입가에
웃음을머금은채돌아와다시차를출발시키면서재미있어
죽겠다는듯이말한다.“누군가저수표를발견한다면
우리는빈털털이가되고마는거야!그게오늘일까,
내일일까,1주일후일까,5년후일까…..그러니지금
이순간을즐기자꾸나!”
아버지는극도로자유롭고과격했다.
있음직하지않은일이일상이었고모순되는것이야말로
그의전문이었다.‘자신의본성을모조리탐사하지못하고
죽음을맞게될까봐그렇게몸부림치고’(34쪽),
‘사람을사랑하고위험을무릅쓰며진실에넘치는
존재방식을위해’(124쪽)싸웠다.‘보잘것없는안락에
대한반항,절도있는꿈에대한반항,쉽사리포기하는
것에대한반항아’(124쪽)였다.
아버지는어머니에게“나는삶에대한당신의관점을
나의관점보다더믿고있다”고말했다.
아버지는시속1백40킬로로달리는자동차의핸들을
잡고있었다.아버지는어머니에게말했다.“난이제
눈을감겠어.당신이내게할일을말해줘.핸들을어떻게
돌려야할지알려줘.내눈이되어달라구.”순간일그러지는
어머니의표정으로상드르는아버지가자신의말을실천에
옮겼음을알게된다.
‘아버지는진정한사랑의빛깔,삶의빛깔을보게해준
남자’(15쪽)였다.‘아버지는진정으로절망한이들이
발산하는그런쾌활함,해결할길이없는슬픔에익숙해져야만
배어나는그런기쁨’(64쪽)을지니고살았다.그런아버지가
죽었을때상드르는‘그의부재가주는한기(寒氣)속으로
떠밀려들어갔었고,시범을보여주는어른없이혼자서
면도하는법을배웠던것’(70쪽)이다.아버지를온전히
받아들이게성장한아들은완전한자유를얻어‘경박하지
않으면서도가볍게살줄알게되고,지혜로워진끝에
마침내충동적이될수’있었다(114쪽).
삶은지루할수있다고생각하는사람,지루함은전염된다고
생각하는사람,자유로운상상력의작가가되고싶은사람,
자신의삶에무정부주의를선언한사람,마음의저깊은
심연을혼자건너야된다는것을깨달아버린사람,
이성적이고지적으로보이는모든것은추잡한일이라는
것을눈치챈사람,아직도열정이가득흐르는눈빛으로
나이육십을기다리고있는여시인,생(生)을쥐고
흔들어버릴책한권을오랜동안기다려온사람들에게
진심으로이책을권한다.“인류의가장위대한발명품은
지옥이다”라고말한이스마엘카다레의말에그이면까지도
동의하는사람,‘여자관계가복잡해지고싶은사람에게’라는
한광고카피에쿡웃었던사람,‘가시고기’를쓴조창인에게,
‘아버지’를쓴김정현에게,소설‘골드바흐의추측’에서
“인간은누구나자신이선택한도전에의해절망할
권리가있다”고말한작가아포스톨로스독시아디스에게,
아버지를두려움과극복의대상으로삼았던
카프카(‘아버지에게드리는편지’·문학과지성사)의
후손들에게,아버지는과연아들딸에게어떤유산을
남길수있는지단한번이라도생각해본적이있는
모든이들께이책을놓치지말라고진심으로권해드린다.
/김광일기자k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