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상순 인터뷰

실험적전위시로일관해온박상순(43)시인이

세번째시집‘LoveAdagio’(민음사)를냈습니다.

시인최승호는“개인적암호를즐기는고독한취향”이라고

평했습니다.민음사주간으로일하고있는박상순을

시인김춘수는“가장눈여겨보는후배시인”이라고

말한바도있습니다.13일그를만났습니다.


-이세상은통일된설명이가능하지않다고생각한다는

점에서박시인은끊임없이규정짓기의울타리에갇히는

것을거부하고있습니다.왜언제부터그러한일이

시작됐습니까?

“규정안짓는게더쉽다고볼수있으나저는그렇게

생각하지않습니다.설명,규정,정의같은것들이삶에

있어최선은아닙니다.그것이인간과사회의관계를

갈등속으로밀어넣는경향이있습니다.”

-대개의경우세상에는일관된메시지가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규정짓기를거부하는시인일수록

매우강력한시이론을갖고있는경우가많습니다.

시인스스로는규정당하기를거부하면서,거꾸로

내시는이런것이다,라는강력한규정을갖게되는

결과인데,서로이율배반적이지않습니까?


“예술을이해하는데는표면구조와심층구조가

있습니다.시인은냉혹하고철저한원칙에순응하거나

대결하고자합니다.소재와내용이제예술작품내에서

이래도저래도좋은게아니라,하나의스타일을

냉정하게제자신에게적용하고있습니다.열려있지

않은태도로저자신을대하는것은사실입니다.

이율배반속에서예술의가치가경이로움과

감동을불러일으킵니다.”

-박상순시인은자신의존재를지우면서움직이고

있습니다.붙잡히지않지만,그동선(動線)을느낄

수는있습니다.자기정체성을일부러부인하는듯한

태도때문에무력감에휩싸일위험도있는데어떻게

극복하고있습니까?


“저는‘나는무엇을어떻게했다’는단순한문장으로

시작업을했습니다.그러나‘무엇을’말할때보다

‘어떻게’를말할때가예술적으로더소중합니다.

박상순의행위와결과가보이지않기때문에제가

지워져있는것이지요.그문제는대단히도전할만한

가치가있기때문에무력감에빠지는일은없습니다.”

-어떤평자는박상순의시에서서정적인고통,

낮은목소리의비명을읽어내고있습니다.

박시인의실제모습을익숙하게알고있는독자들에게는

납득이전혀안되는바는아닙니다만,고통과비명이

더절박해지는것은사실입니다.시적전략입니까?

“메시지를감춘전위적실험적스타일을갖고는

있으나서정성에대한가치를소홀히하지는않습니다.

냉정함이시속에들어있으나슬픔을겪는고독한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의미를벗어던지는시가때로는더직접적으로

세계질서에내재된폭력성을고발한다는점에서

박상순의시를누구의작품보다참여적시로해석할

수도있다고보는데,어떻게생각하십니까?

“절대적으로옳습니다.의도된의미로동원되기를

거부할때현실의식과저항을강하게느낍니다.그러나

무의미를지향하지는않고,다만형식적으로열려있는

공간을연출할뿐입니다.”

-서울대회화과를졸업하셨는데,서양화를전공했다는

이력이지금의시적성향에어떤영향을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영향의전후관계는없습니다.예술영역중일상적이고

흔들리고거래되는국지적방언인시어를선택한것은

이것이훨씬더내면의목소리를강하게외칠수있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박시인은우리나라대표적출판사의주간직을겸업을

하고있기때문에늘다른사람들의시집을만들어주어야

하는상황과겹쳐있습니다.제손으로제시집을내는

일은즐겁지만은않을것같은데어떻습니까?


“출판사가글쓰는사람에게어울리는직장이긴하지만,

직업에충실하면시작(詩作)에몰두하긴어렵습니다.

그래도책만드는기술이있으니마음먹고나면금방

시집을낼수는있었습니다.”

-지금의시점을국내소설문학의정체라고한다면,

시문학의융성기혹은절정이라고보는사람도

많습니다.이런현상을설명해줄수있는현장에있으신

분으로서무슨요인이있다고생각하십니까

“소설이위기라는것은문화상품으로서위기라는

의도가다분히있습니다.시는애초문화상품으로서

가치가지극히떨어지기때문에많은사람이

동참하는향유로서의기능이부각되고있습니다.

다만감상자와창작가가엄밀히구조화되지못하는

현상이정리될필요는있다고봅니다.

어떤시가우리모습을적절하게표현하고

시대양식과시대정신을만드느냐는별개의문제입니다.

우리시는조금현대적이지못한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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