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설을 읽게 되다니…

정말좋은소설을권할때면

내가지금오버하고있는것아냐,라는

생각도안드는것은아니지만요,

그보다는이좋은것을

좋은사람과공유하고싶다는

생각에그저기쁠뿐입니다.

소설을읽다보면,진실로문학을사랑하고소설을좋아하는

사람끼리만,마치비밀결사처럼,남들에게는소문내지않고

우리끼리만읽고싶어지는소설이있습니다.

정말좋은포도주를만나면,포도주의맛을아는사람끼리만

잔을부딪치고싶은욕망과비슷합니다.

샨사(Shansa)라는중국계프랑스인소설가가쓴장편소설‘여황,측

무후’(전2권.현대문학.이상해옮김.각권270쪽.각권8500원.)가

바로그런소설입니다.

이소설읽으시고,속았다고판단되시면저에게책을부쳐주십시오.

제가환불해드리겠습니다.

다음은제가교정지상태로이소설을읽으면서

그갈피갈피에해놓았던메모,혹은

밑줄을그었던부분입니다.

잘다듬지못했습니다만,날것으로서의느낌은있습니다.

일독해주십시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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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설은당나라제3대고종(高宗)의황후인측천무후(則天武后·

624~705)의일대기다.

초봄에아들을바랬던어머니는딸조(照)를낳자한번도껴안아주지

않았다.

십여명의여자들이조의성장을번갈아살폈다.세명의유모가번갈

아가며갈증을해소시켜주었다.

조는백일날열가지물건중에서아버지무확의검을집었다.아버지

의표현에따르면조는‘툭불거진이마,반짝이는눈동자,단단한턱,

도톰한입술’을타고났다.“이아이는장차훌륭한무관집안의여주

인이될게다!”

유모는조를타타르사내아이처럼입혔다.

수양제시절목재사업에뛰어들었던아버지무확은군수사령관으로

당나라창업에공헌했으나이세민왕자(당나라둘째황제)의난에밀

려이주(利州)의도독(都督·지방장관)직에머물렀다.

무확은조가공법(空法)이라는불리는염소를잃자이번에는‘호랑이

왕’이라불리는말한필을선물한다.그리고옆마당문을넘어서도

좋다고허락했다.세자매가운데조는어린짐승의발랄한생기를지

니고자랐다.조는교육잘받은얌전한규수의생활이따분했다.맨

발에바지를걷어올린채강에서투망질을하는씩씩한청년들을닮

고싶어했다.

누가뭐래도소설은문장이다.‘문장이이데올로기적대상으로서고

발되고,즐김으로써산출된다’는롤랑바르트는틀렸다.차라리‘나는

나의문장으로예민한하나의악기를만들려고했다’는앙드레지드

가솔직하다.

특히21세기에쓰여지는역사소설은새로운양식을구축하고있다.

문장을가로지르는실존의고통을현대적으로체현하는것이다.굳이

헤밍웨이의말을빌지않더라도샨사가해야할일은,자신이알고있

는하나의진실한문장을쓰는것일뿐이다.

우리는‘끝없이이어지는달들,불투명한세계,으르렁거림,돌풍,지

진.휴식의순간은드물었다’로시작되는이번샨사의소설을읽으면

서감히‘명만고문장(鳴萬古文章·만고에떨친문장으로이름이남)의

태동을보는것같은설레임에감긴다.

‘산이숨을쉬었다.산이슬퍼했다.산이만족해했다.산이눈모피를,

화려한비단옷을,호화롭고이상야릇한안개망토를보란듯이과시

했다.황토빛,노란빛,검은빛노을이지면하늘이수직으로열렸다.

계곡에어둠이깔리면별들이하나둘씩모습을드러냈다.나는풀숲

에누웠다.’(본문중)

유장한호흡과거침없는리듬을타면서도,주어하나술어하나,단

두단어로이어붙이며섬세하게저민문장들을풀어놓는다.우주의

거대한춤사위에혼백을빼앗긴듯무한광대로장엄하다가도어느새

한낱여린여인에불과한조의풋풋한내면세계로깃털하나를떨어

트린다.

조의아버지는당나라두번째황제가유명을달리하던날너무놀라

쓰러지고만다.두번다시깨어나지못하고세상을떴다.그리고조

는집을비워주고아버지의관을따라고향땅으로운송하는이복오

빠들을따라간다.

‘심산의절,피어오르는향,탁발을하는비구니,고기를잡는계집아

이들도영원히지워졌다.고대의전장을밝혔던너,말을타고어둠

속을미친듯이질주하는전사들을인도했던너,달이여,안녕.내운

명의비밀을알고있는너,달이여,나에게모든걸벨수있는무기를

다오,날축복해다오!’(본문중)

조가열세살되던해,그녀의영특함을눈여겨본지방도독이적대

장군이황실조정에조를천거한다.조는황제의명에따라내명부의

후궁으로들어가정5품재인(才人)의지위를얻는다.

황제의후궁으로내명부에이름을올리기전에실시하는신체검사같

은대목은흥미롭다.맥박은기본이고,머리카락,눈,혀,입냄새를

검사하고,얼굴에난구멍들의색깔,냄새,형태를적는다.옷을벗긴

다음손,팔,어깨,가슴,엉덩이,허벅지,발목,발,발가락크기를잰

다.“둥금,각이짐,삼각형,뼈가불거져있음,붉은색,분홍색,흰색

”묘사가이어진다.그곳에백발이희끗희끗한늙은여자는존재하

지않았다.매일죽은여자들이북문을통해실려나갔다.‘무재인’

(조)은힘과열의로교관들을놀라게했고,드디어황제를모시고사냥

에나설지원자들을대상으로행해지는활쏘기연습에참여한다.

그것은무확집안의명운을쥐고있는여자가황제에게접근하려는

처절한욕망을불태우는모습이기도했다.‘헛된꿈이라고치부하면

할수록만명의여자가탐하는남자에게도달하려는절망적인욕망은

점점더강해져갔다.’그리고궁안에서는뚱뚱한여자를높이쳤다.

그래서궁녀들은끊임없이먹어댔다.‘희고투명한그들의피부는넘

쳐나는지방질위에서가늘게떨렸다.’주변의젊은여자들의살이넘

쳐나는동안무재인은나날이말라갔다.그녀는강인한뼈대위에근

육만붙어있는크고호리호리한여자로변해갔다.

늙은황후가40년이상나이차이가나는젊은남자를정부(情夫)로

데리고산다.당시중국황실에자연스러운모습으로만연해있던후

궁들끼리‘우정을맺은자매’라는이름의여성동성애도절박하고아

름답게묘사된다.‘나(무재인)는밤마다그녀와함께,그녀의품속에

서,물결치는그녀의풍성한머릿결속에얼굴을묻고잠들었다점

점더많은여자들이나에게추파를던졌지만어느누구도내가슴을

떨리게하지는못했다.’

이책은시녀를거느리고싶다는욕망에휘둘리게만든다.봉건제붕

괴이후21세기독자들까지한번도꿈꿔본적이없는욕망이다.작가

는전혀다른세계를열고,절대복종의세계를펼쳐보인다.누가복

종자가되든상관없다.어떤절대적인인간관계가그리울때이소설

은진가를발휘할것이다.충성과죽음과,그둘사이에피어나는또

다른절대의사랑이있다.삶과죽음이경계선하나사이로복종과거

역에서기원하고있다는간명한세계에머무르려면이소설을읽어야

한다.그세계에발을들여놓는순간지금우리가겪고있는이모든

고뇌는사슬을끊어낼것이다.

황제의총애를받은자와총애를잃은자,총애를기다리고있는자들

사이에벌어지는혈투는지고지순하다.상처받은여자의광기는보

이자않는번개칼이되어어떤명장(名將)보다훌륭하게적들의목숨

을벤다.

조는장차황제가될치노(雉奴)를만나사랑의싹을키워간다.‘우리

는둘다사랑을받은죄인들이었다.나는법도를잊고바람속에서

그와함께울었다.’(본문중)

당태종의고구려원정이야기도비교적객관적으로기술돼있다.비

사성을함락하고8천명을포로로잡았으나‘거친전사이자능숙한궁

수인고구려인들은필사의의지로그들의영토를방어했다’고돼있

다.당태종은결국‘패퇴한정복자였다’는것이다.

조는당태종의후궁이었으나그의아들인황태자(후에고종)과정염

을불태운다.밤마다환관의복장을하고조의처소를찾았다.조금씩

황제를자신안에받아들인다.드디어조는그를위해제국을길들이

기시작한다.

세계에서가장광대한땅과인간을지배했던장안과낙양의여인도

‘향기배인여인들’에불과했다.예쁘든추하든,총명하든어리석든,

세련되든천박하든,역사의소용돌이가그들을모두휩쓸어가버린

다.

조는황후왕씨,그리고숙비(淑妃)의지위에올라있는소(蕭)부인을

물리치고드디어당고종의사랑을독차지한다.독을탄술,독이묻

은옷,치명적인성분을뿌린부채가발견되는일이비일비재했다.마

약으로심리적안정을찾는일도다반사였다.그곳에서살아남는여

인은일단비범한인물임에틀림없다.궁궐의여인들뿐만아니라황

제의주변은언제나관능과부패가배회했다.

평민출신으로귀족이된아버지에게서태어난전황제의재녀,그리

고감업사라는절로들어가비구니로전전한삶을꾸리기도했던조.

그녀는민간전설에영감을불어넣을수있을정도로파란만장한모

험을감행했다.나이서른이면궁녀들이거의쓸데없는군식구로전

락하는반면,조는그녀보다세살연하인황제의마음을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임신5개월에접어든조는황제와성적인관계를가질수없게되자

황제가다른여인들에게눈을돌리지못하도록언니까지황제에게바

쳤다.‘언니는조를대신해황제의성욕을달래며공동의안녕을위해

용감하게싸웠다.’그리고황제의씨가다른곳에뿌려지는것을막았

다.언니의딸화지(和之)마저황제의몸을받아냈다.대물림되는근친

상간의취향과,관능적인고통,그리고영웅적인슬픔이교차하는가

운데조는더이상사랑이라는넋두리를믿지않기로작정한다.

그러나나이이들어감에따라황후가해야될일은시간과의싸움이었

다.황제의권력으로시간을멈추려는강박관념이따라붙었다.황제

는모든정치적인문제처리를조에게일임하고,그는조가작성한법

령에형식적인서명만했다.

드디어조는나이서른에황후의인장과검을받기에이른다.‘하늘의

딸’이돼가는것이다.

조는어머니가죽자최고의예우를갖춰성대한장례를치른다.‘이제

그녀는죽어그부드러운빛으로내밤들을밝힌신들과합류했다.’

조는모든환상을베는보이지않는칼을손에쥐고,더이상인간의

연민을믿지않는다.그녀는신의연민을믿었다.신은황제를위해서

는사랑을마련해놓지않았다.

조는마흔둘에딸태평공주를낳은뒤황제와일체의성관계를끊었

다.열네살소녀를침실로끌어들여오십고개를넘긴조는육체적쾌

락을다시연다.나중에는소보(小寶)라는남자를끌어들여정부로삼

는다.6명의아이를출산한여인이라고믿기지않을만큼탄력있는육

신으로쾌락에집중한다.그렇다고정무를게을리한것은아니다.그

녀는변방에서반란의도시들을피에잠기게했다.

고종이숨을거둔후조는아들들에게황제의자리를물려주었다가

폐위시키고스스로여황제에오른다.그리고성모신황(聖母神皇)이라

는화려하고모호한칭호를못이기는척받아들인다.하늘의딸이세

상의구원자,미륵보살이된것이다.신격화에박차를가한다.당왕

조를일단끊고새로주왕조를연것이다.

나관중의삼국지나진순신의십팔사략을능가하는정치적예지와삶

의경륜들이수천년의퇴적층처럼독자의눈시울에영적인진주를매

단다.

발빠른서사와강렬한성격묘사그리고처절하게뒤틀리는인간의내

면탐험에이르기까지완벽한조화를느끼게한다.절제된현학과취

재한자료의10분의1만드러내는전략도주효했다.

여황은무한욕망의극점을누렸다.극점은더할나위가없도록채워

졌다.그러나아름다움은행복이아니었다.더이상욕망해야할것이

없을때우리는인간존재들에게실재감을주었던내밀한빛과마술

적인빛을잃고만다.

음모와견제,헐뜯어서죽이지않으면내가죽임을당한다.여황의지

위는무엇보다균형을잃지않아야한다.균형을잃는순간황실은피

바람속에잠긴다.샨사는봉건국가에서왕정의본질이무엇인지꿰

뚫고있다.왕국은‘왕’그리고‘그를둘러싼잠재적역적’으로이루어

져있을뿐이다.여황은이제세상의정점에홀로앉아있었다.이제

그녀의앞뒤에는허공과무한밖에없었다.여황은영광과고독이하

늘끝에닿았다.중국여황을소재로한소설의백미다.드디어여황

은자신의마음을흔들어놓는미소년들의아름다움은자신의죽음에

의해빚어졌다는것을알아차린다.삶은일장춘몽이다.중국조정은

조가죽은뒤유언장을고쳤다.황제의칭호를삭제하고대신측천대

성(則天大聖)황후(皇后)라는사후칭호를내렸다.

황제와여황의장례절차를묘사하는대목은타의추종을당분간허락

하지않을것이다.환상적인수법과역사고증적인수법이갈마드는

페이지마다고요한탄성이일어난다.활달하고화려하면만연했다간

결해지기를반복하는무봉의문장이독자의독서리듬을경묘한보폭

으로이끌어간다.

불어로쓰인중국황제와황후의여러관제와복식을다시우리말로

옮기는것은매우각별한노력이필요한작업이었을것이다.

측천무후는영원의바퀴를돌아가게하는자의수수께끼같은미소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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