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버린 세대의 종교전쟁?

프랑스원로소설가로제그르니에(Grenier·85)가예술원

50주년기념국제심포지엄에참석하러서울에왔습니다.작품집

‘물거울’,에세이집‘내가사랑한개율리시즈’등으로

잘알려진그의글과단편들은투명한언어와웅숭깊은

해학으로‘프랑스의안톤체홉’,혹은‘20세기모파상’

으로불릴만큼많은사랑을받고있습니다.독일점령하에레지

스탕출신인그는전후(戰後)에장폴사르트르,알베르

카뮈같은대작가와도친밀하게교유했으며,가스통

바슐라르에게사사했습니다.지금까지중요문학상을거의

석권했고,1985년그의전작품에대해아카데미프랑세즈

문학대상이수여됐습니다.

그와인터뷰는10월12일오후2시서울반포동에있는대한민국

예술원에서이루어졌습니다.상당히원로한나이에다가

전날10시간이넘은비행기여행이있었음에도

그르니에는매우또렷한어조로명확한논니를세우며얘기를

전개했습니다.통역은한국외국어대학교통역번역센터의이향

통역사가맡았는데,매우인상적일만큼잘했습니다.

-당신은이번강연에서‘오늘의문학은어디로가고있는것

인가’라는주제로말씀하실예정입니다.오늘의문학은어디로

가고있습니까?

“변명같지만그주제는내가고른게아닙니다.그나저나고백

할것은내가그답을모른다는점입니다.시간을통해,여러

국가를통해문학여행을한다는점에서나쁜주제는아니라고

봅니다.문학은미래를예측하기는커녕현재를말하기도힘듭

니다.우리는신중해야합니다.19세기에살았던사람들도당시

에스탕달,네르발,보들레르를제대로알아보지못했습니

다.”

-당신은젊었을때알베르카뮈가주도했던‘콩바’지와‘프

랑스수아’지에서기자생활을20년넘게하셨습니다.알베르

카뮈와당신과는어떤관계입니까?카뮈가당신을소설가로데

뷰하도록도왔습니까?

“카뮈를만나기전에도나는글을썼습니다.1944년콩바

(Combat)의편집국장이던카뮈가나를채용했는데,그신문은

레지스탕스지로명성을떨쳤습니다.콩바기자들은거의대부분

작가였습니다.딴사람들이쓰고있었기에저도계속쓸수있

다고생각했습니다.”

-특히당신은한국독자들에게‘사르트르·카뮈’논쟁에서

“카뮈가옳았다”고손을들어준발언으로잘알려져있습니

다.사르트르·카뮈논쟁이란무엇입니까.카뮈가옳았다는것

은무슨뜻입니까?

“나는카뮈가옳았다고한기억이없는데요.(웃음)나는사르

르트가발간하던유명한잡지‘현대’(르탕모데른)에도원고

를출판하고있었기때문에그와도친했습니다.그러나사르트

르보다는카뮈와더친했던것이사실이지요.사르트르·카뮈

둘사이의갈등은예고된거나다름없어요.사르트르는부르주

아출신에학벌도좋았고,카뮈는가난한서민출신이었기에둘

사이에공통점도없었습니다.그들은전후에우연히만나우정

을키우는듯했으나카뮈가소설‘반항아’에서공산주의에대

한반대입장을표명하고,사르트르가공산주의에호감을표시

하면서갈등이비롯됐습니다.그렇지만카뮈가죽었을때가장

훌륭한추도문은사르트르가썼습니다.”

-기자로서산다는것과소설가로산다는것은어떻게다릅니까?

왜프랑스에는기자겸소설가가많은지요?

“작가는돈벌이가안됩니다.그래서작가는대개세컨드잡을

갖고있습니다.프랑스작가는교수출신이많고,독일작가중

에는라디오방송인이,이탈리아작가는광고회사에근무하는

사람이많습니다.내가글쓰기를시작할때는기자출신이라는

것이사람들에게나쁜인상을주었습니다.신문사에서는기사나

잘쓸것이지왜소설까지쓰냐고했고,출판사에서도‘이소

설,기자가쓴거요?’라는말은결코칭찬이아니었습니다.그

러나지금은많이달라졌지요.어떤기자가소설을출간하면다

른기자들이언론에띄워줍니다.기자·소설가가장점이지요.

제가기자직을버리고출판계에입문했을때는사람들에게제

과거를모르게하려고노력했습니다.”

-당신이박사학위를할때가스통바슐라르가지도교수였다고

들었습니다.

“박사학위가아니고석사학위였습니다.제연구영역이문학과

철학의교차점이었기에적절한선택이었습니다.바슐라르는소

르본대학밖에있는카페에같이가서편안하게커피한잔을

할수있는마지막교수였습니다.나중에바슐라르가유명해지

면학생들이많이몰렸습니다.해방이되고나는기자로취직하

는바람에그밑에서학위를마칠수없었습니다.”

-당신은‘시네로망’‘겨울궁전’등10여편의장편소설도

쓰셨지만,특히단편소설에서탁월한문학적성과를올렸습니

다.단편을쓸때와장편을쓸때를어떻게구분하여결정하십

니까?

“둘은전혀다릅니다.나는단편을늘여서장편을만든적이

단한번도없습니다.단편을쓸때는즐겁습니다.기자가며칠

동안취재해서기사를쓰는호흡과작가가단편을쓰는호흡은

비슷하기때문인것같습니다.내가젊었을때는헤밍웨이의

‘49개의단편선’이란책을보고놀랐는데,나도이제단편을

90여개나썼습니다.체홉이쓴600개에비하면아무것도아

닙니다만.”

-요즘프랑스의작가들에게는무엇이가장큰관심입니까?그들

은21세기에대해어떤비전을갖고있습니까?

“문명그자체가바뀌고있다는생각입니다.그리스어와라틴

어공부를중지하고,문화의토대를폐기하고있습니다.컴퓨

터,휴대폰,전자통신기기등으로문명이전혀다른모습으로

다가오고있습니다.생활양식은물론식습관까지바뀌고있습니

다.그리고종교를전혀중요시하지않는세대들이역설적으로

이슬람과기독교의경계선을긋고서로소통하지않는것도제

가예측하지못한저의화두입니다.”

-작가는독자들의취향과그변화를따라가야합니까?

“독자가원하는것을쓰면상업문학으로전락합니다.우리가

글을쓰는이유는내안에있는무엇인가를표현하기위해서입

니다.단순한즐거움을좆거나독자의입맛에맞추는것은진정

한문학이아닙니다.그러나독자들이원하고기대하는것을알

아맞히는것이쉬운일도아닙니다.”

-젊은작가들이최근에쓰고있는소설에대해절대동의할수

없는부분이있습니까?

“분명히있습니다.미니멀리스트로고집을피울때도거북하

고,그가쓴글이독창적인것인지베낀것인지모호할때도그

렇습니다.놀라운신예작가라고세상이떠들길래읽어보니형편

없는경우도있었습니다.마치정신병자처럼쓰고있었습니다.

굉장히유명한여성작가라고해서읽어보았더니어휘가너무빈

약해서200개도안됐습니다.”

-서울에서읽히고있는프랑스소설과,프랑스에서읽히고있는

한국소설은비교도안될만큼한쪽으로기울어있고,오랜동안

그런현상이지속되고있습니다.언제쯤,또어떻게해서균형

을갖게되리라고보십니까?

“프랑스에는‘아름다운외국인들’이라는행사가있고,1989

년엔가한국작가13명이‘아름다운외국인들’행사에왔습니

다.그처럼문학교류가있어야하고,또한국작가들만전문으

로하는작은출판사가많아지고있다고나는믿습니다.그러나

불황일때는외국서적들이가장타격이큽니다.”

-요즘도소설을계속쓰십니까?

“계속씁니다.다른것은할줄모르기때문입니다.”

-어떻게건강을돌보십니까.

“다른것은아무것도하지않습니다.운동은절대안합니다.

제가지금건강한것은운이좋아서그렇습니다.젊었을때는

스키를했습니다.제가피레네산맥출신입니다.”


/김광일기자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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