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있었던 일들…..

이제사2004년동인문학상수상작이결정되던그날의풍경을기록으로남긴다.3주나지난다음에이런일을하는이유는약간의시간적거리감이필요하다고보았기때문이다.

그날최종심사장소는2004년10월1일경상북도안동시용상동에있는남강(南江)이라는음식점이었다.오후6시30분쯤됐다.이미어둑어둑해지고있는시각이었다.이날심사위원들은점심때부터충북단양군단양읍별곡리명덕추어탕집의추어탕이너무맛이좋아서반주를조금찐하게곁들였고,오후에경북영주시순흥면청구리에있는선비촌을들르면서도조금더술기운을보탰다.지나치게술이오른상태는절대아니었고,옆에서보기에토론을벌이기에적당한상태였다.심사위원들은평소와달리작은행동을크게했고,큰행동을작게했다.마음들이떠있고,떨리고있다는증거였다.술잔에더자주손이간이유도됐을것이다.

심사위원들은사뭇긴장하고있었다.왜냐하면올해동인문학상수상작결정은독자들의관심이매우높다는것을알고있었고,심윤경의‘달의제단’(장편)으로하든,아니면김영하의‘검은꽃’(장편)으로하든어쨌든그결과는상당히센세이셔널할것이란점을잘알고있었기때문이다.이제와솔직히고백하지만,서하진의‘비밀’(단편집)과권지예의‘아름다운지옥’(장편)은상당히좋은작품이었음에도불구하고결국결승점까지1,2위를다투지는않을것이란공감대비슷한것이흐르고있었다.이제부터수상작을결정했던그날의토론장,그러니까남강이라는한식집의한조용한방에서있었던40분동안의일을녹취하는기분으로옮겨놓는다.

정과리:4편이너무나경향이다른작품이다.한국문학의폭을보여주고있다.

이문열:아니정영문이빠진한국문학의폭이라니요?(소소한웃음.왜냐면정영문은그와

비슷한작가를거명하기가힘들정도로독특한작품세계를구축하고있기때문에우리문단의폭을얘기하자면의당후보작속에그의작품이들어있어야하는것아니냐는농담이다.)

정과리:(이위원의발언에직답을회피한채)수상작을어떻게정하느냐의결정방식에따라큰영향을미칠것이다.그러니우선결정방식을정해달라.(참고로동인문학상의7인심사위원들중정위원은가장젊은평론가다.그가간사역할또는정리,사회같은역할을하는때가많다.심사위원들은이미5년전부터이를공인해오고있다.)2002년에는각자가한표씩던졌고,2003년에는각자가2표씩던졌다.어떻게표결방식을정하느냐가상당한변수가될것이다.

김주영:먼저얘기할내용이있다.논의를하지말아야될것이무엇이냐하는것이다.최종결정은물론투표로한다.그러나논의를조심해야될부분이있다.첫째는이사람이문학상을받았느냐말았느냐를논의하지않았으면한다.둘째이사람이단편집이냐장편이냐를가지고도가늠하지말자.왜냐하면가리지않고지금까지심사를해왔으니까.(이부분은상당히명쾌한논리였다.)세번째출발한지얼마나됐으냐안됐느냐도논의하지말자.그러니까그사람이신인이냐아니냐도논의하지말고오로지작품만갖고이야기하자.

정과리:원칙중논의하지말아야할3가지를말씀해주셨다.

이문열:그러니까김주영선생의말씀은동인문학상이작품상이라는것을명기한것이다.

이청준:다원칙이다.그러나그부분들을전혀얘기를안하면사실상얘기할게별로없다.

김주영:동인문학상은작품상이다.

이문열:상을몰아주어서화려한잔치를벌이는것도한가지방법이다.(이것은김영하가이미이산문학상과황순원문학상수상자로결정돼있다는사실에대한환기였다.)

이청준:출발할때의원칙을다시새겨보자는것이지요.

김화영:원칙임에도끝까지얘기한것이,….원칙에매달리다보면문학작품을훼손할가능성이있다는점이다.새로운작품을놓치지는말자는생각도든다.

정과리:작품에대해논의해보자는얘기인것같다.

유종호:작품에대해새로운논의가필요하겠나.더얘기한다는게그렇고,새로얘기할것도없다.(지난1년동안심사위원들은무려9차례에걸친심사독회를통해이번4작품에대한깊고폭넓은논의를했지않았느냐는뜻이다.)

이문열:저는안읽어봤다가이번에다보았기에말할게있다.(이위원은한나라당공천심사위원으로몇달동안일하면서그기간중에는심사독회에참석하지못했습니다.그뜻입니다.)

유종호:지난번에미당문학상심사때잘모르고결정했는데,막상보니까큰상을탄사람이또탔다.작품이뛰어나모든상을다탈정도로뛰어나냐,또딴작품과우열이그토록분명하냐가문제다.산표가되지않도록의견을교환하자.

이청준:이미동인문학상을받은사람을배제하는문제도그렇다.그사람이또수상할정도로그작품이뛰어나냐가문제다.

정과리:공개적으로토론하기보다선생님들한분한분이생각할때,그런문제까지고려하면서표를던질것인가는각자의선택일뿐이다.

이문열:상을겹치기로받는것이좋은가에관한문제는결국김영하가문제일텐데,그래도주어야할만하다면일단얘기를들어보자.

유종호:우리나라는좁은사회다.작가의연속성속에존재한다.작품역시떨어져존재하지못한다.한작가가세개상을받을때사회관행과달리한사람이독점하는결과를낳는다.그것이문단내분위기를위해반드시현명한것이냐도따져보아야한다.어느정도교감이있지않으면곤란하다.우리내부의견의조정도필요하다.

이문열:두개로압축시켜놓고얘기하자.

정과리:표결방식을결정하자.1표씩던져서과반수얻은작품을정할것인가,아니면2표씩던져서한번더결정하는방식을택할것인가.

이청준:작품성논의를한번더거치자.

정과리:강력한지지발언기회를언제줄것인가.2편으로골라낸다음하도록하겠다.

(심사위원한사람이두표씩행사하는방식으로제1차투표가있었다.결과는‘비밀’이3표,‘달의제단’이6표,‘검은꽃’이5표였다.마지막결선투표에오를두작품은‘달의제단’과‘검은꽃’이됐다.손목시계를들여다봤다.이때가오후7시였다.)

정과리:반대발언은하지마시고,이제부터는지지발언만해달라.

박완서:저는한표만행사하겠다.

유종호:한표라….두작품에대해좋은말하기가그렇지….

이문열:고민을하다가….어느것이되도상관없다.기꺼이동의하겠다.만약한쪽에몰리는일이벌여질모양이라면떨어지는쪽에주고싶다.그래서6대1보다는4대3으로만들고싶다.한사람에게몰아주기보다이상한아이를띄우는것도가능하다.(이부분은이위원의발언이분명하게메모되지못했다.)너무차이나면적은쪽이주고싶다.

박완서:그러다가적은쪽이되려수상작이되면어떡하냐.(모두웃음)

유종호:2편이다다행이다.장편주었으면좋겠다싶었는데두편다장편이어서다행이다.‘달의제단’은새로운소재요,새문체다.여성작가에게도움이되는것같다.‘검은꽃’은독특한역사소설이다.그측면을개척했다.사실나도어느쪽이수상작이되도좋다는심정이다.조금고려한다면새로움의충격과신인의품격,그리고같은값이면여성도고려할수있다.두편중에서선택하게된것이다행이라고생각한다.

김화영:두편다됐으면좋겠다싶다.장편소설두편이고,새로운소설두편이기도하다.다만한가지,지금마음정하기가매우어렵다.오랜만에좋은작품이나왔고,여성작품도들어있다.다른한편‘검은꽃’과‘달의제단’을처음몇페이지를번갈아가며다시읽었다.그런데,김영하가이미상을두개받았다고해서그가쓴작품가운데제일잘쓴작품이쑥빠지면어떻게하나하는생각은들었다.(offtherecord로한마디하겠다…………..이것이나의솔직한심정이다.)

이문열:울림의크기나문학적감수성의세계화는단연‘검은꽃’쪽이다.그외작가를돌아보면여러가지로고려요소가많다.‘검은꽃’떨어지면애석한일이다.

김주영:먼저독회에서내가한발언에오해한측면을해명해야겠다.그때발언이김영하의소설은내가쓰지못한다고했는데,그것은내가김영하와다르다는뜻이었다.김영하가생각하는소설의카테고리와,그리고김영하가소설을써가는길과,내가쓰는소설은다르다는것이다.김영하가잘쓰고내가못쓴다는것이아니고,김영하의독자와내독자는다르다는말과도상통한다는것이다.그예로들은게‘오빠가돌아왔다’는소설집이다.나는그감각을못따라간다.나는틀이맞느냐안맞느냐를자꾸따진다.김영하는내가자주만나는작가다.그리고뛰어난점이있다.

모두:그렇게들은사람없다.(웃음)

김주영:그것을토대로해서말할때김영하소설이정말잘썼거든.그런데…이세사람에비해1년에상을세개씩탈만큼특출하냐에는의심을가진다.형평을고려하지않고작품만갖고얘기해도김영하에게막몰아주는것이아니냐는생각이든다.

이문열:아까말씀하신원칙하고다른데.(일동웃음)

김화영:속셈이다나온것이지뭐.(일동한번도크게웃음)

이청준:권력질서와백성의삶의관점에서봤는데,‘검은꽃’은나라권력을,‘달의제단’은집안권력을발상의근거로하고있다.그근거는아랫것들을살리려는2차적인데서생긴것이다.둘다,기대서얘기하는의탁이다.‘검은꽃’의우수성은멕시코독립운동사를끌어들인데서생긴다.그렇게해놓으면서사성이특출해진다.왕조가한번백성을버렸고,신문화도비극적으로끝나고….집안내력도비극적이다….결국은희극화로간다.‘검은꽃’은서사성의울림이크고,‘달의제단’은고어와현대어가깔끔하게맞아떨어진다.가통은지랄같다고했으나아름다움이충분이인정되고있어조화하려다비극이태어난꼴이다.

이문열:나는흠을잡기위해정독을했다.(웃음)‘검은꽃’은낯선환경에서의식변절을다루었으나내면추적이충실치못했다.‘달의제단’은무리하게전통문화를소화시키려하고있다.초분이나씨받이처럼무리함이있다고봤다.

김주영:심윤경은어린사람이다.한문구사능력이라든지취재로이런소설을썼다는것을인정하고싶다.

이청준:독자들에게꼭읽혔으면하는것은‘검은꽃’이다.

이문열:공동으로주면안될까.나도공동으로동인문학상을받았다.

유종호:그때는상금이지금처럼많지않았다.안될것이다.

이청준:자진….

박완서:‘달의제단’의짧은편지가너무도가슴을울렸다.

김화영:권위라는것이만들어진배경이거대한허구라는것이다.그것이‘달의제단’의요체다.그러나‘달의제단’은너무진지하다.대신‘검은꽃’은고동비행을하는것처럼자유자재로웠다.역사를이렇게다루는것은탁월하다.

(심사위원들에게투표용지가배분됐다.)

박완서:(투표용지에작가이름과작품명을적기위해엎드리면서)정직하게들쓰세요.(웃음)

이청준:그러니까평가의문제라기보다는선택의문제이지요.

(2차투표용지를수거해서개봉했다.결과는김영하4표,심윤경3표였다.)

이문열:화려한축제가되겠군.올해는김영하의해다.

김주영:나는김영하를안썼어.과연두작품을놓고봤을때김영하가과연우수하냐,…..

정과리:‘검은꽃’은매우의욕적인작품이다.그러나뒷부분마무리가약하다.‘달의제단’은매우신선한소재였다.

유종호:…..

정과리;4편을다시읽었는데,서하진은기억안나고,나머지세편은다기억난다.서하진은우리독회이외에다른부분을보여주지않는다.

이문열:나는심윤경으로간다고보았는데….

박완서:나는여성후보를고려해주었으면했다.나도심윤경으로생각했다…..(박위원은

심윤경이되지않은것에대해애절복절한멘트를끊임없이되풀이했다.그냥인사치레가아니었다.허탈한표정이었다가,절망한표정이었다가,그무엇일지모를것에대한분노의느낌마저가미된슬픈얼굴이계속됐다.이날밤저녁식사자리에서다른위원들이박위원을위로했다.)

유종호:내가김영하작품만놓고얘기하면….김영하주어야한다.심윤경은인간파악이기계적이고그로테스크한인간을만들었다.

이문열:아뭏든뜻밖이다.

이청준:심윤경은울림이너무명쾌했다.

김화영:그러나복잡한것을드러내지못했다.

박완서:김영가나왔을때이걸로될수밖에없나,하고생각하고있다가‘달의제단’이나와서희망을가졌는데….

김주영:훼방을놓는다는기분은절대아니다.그러나한사람에게온상이다넘어가는것은문제다.

유종호:(김주영위원을향해)본인이처음에자꾸그래놓고지금와서딴소리하는것아니냐.(일동웃음).처음에너무엄숙해서우리가넘어간것이다.(또일동웃음)

김주영:‘달의제단’이너무아깝다.

박완서:나도그렇다.

김화영:특별상을주었으면좋겠다.

김주영:뭘하나해줍시다.

이청준:아뭏든심사위원들못믿는다.심윤경으로쏠리지않을까했는데….

이문열:김영하는겨우한두표나올줄알았는데….

유종호:(다시김주영위원을향해.그러나부드러운표정으로)두작품이똑같은수준이니작품외적인것을고려하자했으면되는데,본인이반대했잖수.(다시웃음)

김주영:내말씀이우리판단에영향을행사하지않았으면했는데….

김화영:너무아쉬워했다는점을적시해달라.

김주영:심윤경은아직젊은작가니까앞으로한번더기회가올것이다.

박완서:제가슴이정말로아팠다고해달라.

김주영:박완서선생이울려고한다.

박완서:오늘저녁밥맛도없어못먹을것같다.

(이날저녁‘남강’에서심사위원들은거의대취할정도로술을많이들었다.그리고김영하의수상작에대해아낌없는찬사를전하면서도,심윤경의‘달의제단’을내려놓아야하는심정이못내짠한듯아쉬운말을많이했다.기자가어떤위원이누구에게표를던졌는지를명기해도좋으냐고물었다.몇몇분은좋다고했고,어떤분은안된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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