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새벽에는 황혼이 노래하는 것을……

자크살로메소설’사랑의모든아침’빛무리….

이책은그냥편의상소설이라고말했지만

소설이라고하기엔뭣하고요,

일종의잠언시집이라고할수있습니다.

그러나시집이라고할수도없습니다.

감성적인산문과일정한스토리,그리고시간의흐름이

엄연하게드러나있기때문입니다.

이책을권해드리는이유는

이책에는사랑에대한,매우고강도의,그리고고준위의

경험과심리상태,그리고혜안같은것들이

정결하고문학적인언어로진술돼있기때문입니다.

저자인자크살로메는원래는사회심리학자였고

작가이기도하고시인이기도한사람입니다.

우리나라로치면,김형경같은소설가와비슷한측면이있는

사람입니다.

사랑에는젊은사랑,늙은사랑,아침사랑있고

소유욕과는무관한사랑이있다는얘기를들려줍니다.

다음은제가북스에소개한기사내용입니다.

아뭏든,얇은책인만큼

가볍게읽어보시고,큰감동받으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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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살로메소설‘사랑의모든아침’빛무리.이정순옮김.

9500원.183쪽

.

‘너무강렬해서폭발해버리는줄알았어/네가나를어디로

데려갔는지모르겠어/나는멀리내자신으로부터/아주멀리

떨어져있었어/너를잃어버릴까봐두려웠어/내가길을잃는

것보다/너를잃을까봐….(89쪽)’

원제는‘Touslesmatinsdel’amourontunsoir’이다.‘사랑의모든

아침은다가오는낮보다더환하고찬란한새벽을가지고있지만

여러사랑의저녁은이윽고덧없는밤에다다른다’는뜻이다.

툴레마탱드라무르옹텅수아르….

이소설은사랑에도봄과가을이있고,사랑에도아침과저녁이

있다는숙명을,차라리순명(順命)을가르친다.사랑도태어나고

성장하고죽는다.‘영원히’라는전망은사실은초조함을

불러일으킬뿐이다.사랑에봄이있다면,있기때문에,이세상

만물가운데처음이있는것은반드시끝이있듯이,사랑의겨울도

있는것이다.풋풋한떨림의시기,애욕과관능의지배로영육을

불태워가던시기,숱한결별들로단련된성숙의시기가있는

것처럼사랑도일생(一生)을산다.끝무렵에이르러서야우리는

비로소‘사랑의새벽에는황혼이노래하고있다’(93쪽)는걸

깨닫는다.

‘나는천국에잘못들어와있다는것을알고있었다.나는

그곳에서늘외방인이었다.사랑으로인해서로를더이상

증오하지않기위해,서로를더이상소유하지않기위해.’(127쪽)

주인공의절도없는열정,때로는기품있는고뇌때문에독자는

당혹스럽다.이소설은,소설이라고불러도될까,차라리사랑의

잠언시라고해야되지않을까,이소설은주인공장(Jean)이일곱살

무렵처음만나는마리옹(Marion)이라는소녀에서부터나중에몸과

마음이많이자란후애무와유혹과비탄과신음과급기야슬픔과

향수를알게되고,그래서‘마지막사랑’이라고여기는

이반느(Yvane)에이르기까지모두열두여인을만나는얘기다.

스토리는숨고대신의식과성장(成長)의넝쿨이독자를감싼다.

프랑스통계에프랑스남자가일생을통해서만나는여인이평균

열두명이고,프랑스여인이일생을통해만나는남자가평균

여섯명이라고돼있다.몇년전이지만…..설마저자살로메

(JacquesSalome)가이것을염두에두지는않았을것이다.

‘내게있어사랑은살아있는것인데,사랑은태어나고,살아가고,

변해간단다.그것은계절과비슷한것이지.네아빠와나,우리는

사랑의봄을살았고그다음에는여름,너희들로결실을맺는

여름을살았어.지금,나,나는사랑의가을에있는것처럼

느낀단다.사랑은그와같은것이야.’(24쪽)

바다물한가운데떠서갈증으로고통받는뗏목처럼수음에지쳐

사랑의본질을묻는청년기아들에게엄마가해줄수있는

아름다운대답들이가장고결한문장으로결빙돼있는책이다.

그래서모든사랑은한때의열정일뿐이라고믿었던당신에게

이책을권한다.‘마침내변하지않는사랑의문턱에도달하려고

통과해온저모든나라의꿈과현실’(177쪽)에대해,왜사랑은

태양의푸른빛을닮았는지(26쪽)설명하기위해,오늘우리가

할일은이책을권하는것밖에없다.‘저녁의지평선에제물로

바쳐진/여름날끝무렵의장미빛/사랑의시선을꿰뚫고영원히

사라져버리는/과거의투명함’(177쪽)처럼.

‘‘너를사랑해’라는말속에는‘너’에대한강조가어찌나

위협적이고탐욕스럽고또어찌나강하던지…..갑작스럽게

식어버린몸짓,열정의가사상태,감각이없어진상태,어쨌든

이모든것은장에게커다란사랑의경고였음에틀림없다…..

‘사랑해’라는당신말에나는괴롭고마치폭행당하는것같아…..

당신에게내자신을열려고하기도전에나를기습해버리고

말아…..’(132쪽)

젊은시절의사랑은정숙치못했다.우리는‘몸이달아뜨겁게….

간절하게자신을열어젖혔’(43쪽)고,새벽두시에도,새벽네

시에도전화를걸었다.다만살로메가묻듯,그시절새벽에

일어나울어보았는가.

/김광일기자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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