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그러시는지는모르겠지만,저는스스로에게가하는
일종의가학적폭식습관이있습니다.제가무지막지좋아하
는작가의작품이새로나올때는그소설의문장을붙들고
허겁지겁몇페이지를읽어보아야만허깃증이가십니다.
우리조상들이,아니우리어머니가늘하시던말씀중에
"시장기를속여두고…."라는말씀이있습니다.제가
중고딩이시절
토요일늦은오후학교에서돌아와
너무배가고프다며보챌라치면
어머니는감자나고구마하나를꺼내주시면서
"밥상을차리는동안우선시장기나속여두거라"고말씀
하셨습니다.
과학적으로따져볼때우리가극심한허기를느낄때
밥을먹기시작하면,정확히15분후쯤포만감으로연결된다
고합니다.그러니까실제로먹은음식량과포만감이
비례하는측면도없는것은아니겠으나,그것보다는최초
음식이식도를타고위장으로넘어가기시작한때로부터
15분이흐른다음에야비로소
기별이가는(or’오는’이맞은가?)
것이니만큼,시장할수록밥을천천히먹는것이
적은양으로포만감을느낄수있다는충고로연결되는것이
지요.
저는아멜리노통을무지막지좋아합니다.그녀가쓴책은
거의무비판적으로폭식을하게되는경우가있다는뜻도
됩니다.그런데이번에’앙테크리스타'(문학세계사)라는
작품이번역돼나왔지뭡니까.
그래서우선몇페이지를허겁지겁읽어버렸습니다.
마치허기를꺼두고시장기를속여두는것처럼말이지요.
그가운데한토막을여러분께드립니다.맛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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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블랑슈는동갑내기친구인크리스타와
자신의방에서싸웁니다.둘다열여섯살처녀들입니다.
블랑슈의옷장을구경한크리스타는먼저홀랑옷을벗고
그가운데차이나식이브닝드레스를입어보인다음블랑슈
에게도옷을완전히벗고드레스를입어보라고권합니다.
블랑슈가망설이자크리스타는거의강제적으로옷을
벗기려듭니다.이때블랑슈가이렇게생각합니다.)
‘나는열여섯살이다.내가가진것이라곤아무것도없었다.
물질적재산도,영적안락도가지지못했다.친구도사랑도
가지지못했고,아무런경험도가지지못했다.사상도갖지
못했고,내게영혼이있다는확신도갖지못했다.오직
몸뚱어리하나,그것이내가가진전부였다.
….여섯살에는옷벗는일이
아무것도아니다.스물여섯살에옷벗는일은이미낡은
습관이다.열여섯살에옷벗는일은가혹한폭력행위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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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십니까?
오늘한번벗어보시겠습니까?
아니면벗겨보시겠습니까?
외로운폐인을위한노래같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