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조 장편 ‘가상 도시 백서’

한국에서도누군가는이런소설을쓸줄알았습니다.

누군가이런분이없겠습니까.닫힌상상력의답답함을한꺼번에

쓸려나가는듯시원했습니다.

이신조의새소설’가상도시백서’는그런의미에서

매우중요한소설입니다.

낯선꿈……늘이유도알수없이전전긍긍하면서안간힘을쓰게되는(70쪽)꿈이야기다.이신조(30)는우리의내일에불길한진단서를내밀면서조급하다.제발자신이쓴소설이아니길빈다.때는임박하였다.
이소설은만토(晩土·Manteau)라고불리는도시에사는사람들의이야기다.Manteau는원래‘망토’라고발음되는불어로,어깨뒤에두르는외투를말한다.만토는새로운국가와새로운수도의행정지원을목적으로하는위성도시다.
만토의시민으로선발된인원은11만3075명이다.제국과공화국이오랜전쟁을끝내고하나의연합국가로합해져출범했으며,연합국최고수반은‘통일국가안정기초협력사업’을제창하고있는중이다.관공서마다‘민족의단결,평화의정착’,‘하나된힘을세계로,미래로’라는캐치프레이즈가걸려있다.
만토의시민들은26세이상45세이하의남녀로,독신자이거나아이가없는부부만이선발될수있었다.지정된10가지의국가고시중3가지이상에서일정성적이상을거둔사람들에한해1차서류심사가이루어졌다.스물두가지서류를구비해야했고,일곱종류의각서에서명해야했다.각각5차에걸친면접과테스트가이루어졌다.
여기서이신조는슬쩍독자의눈을가린다.제목부터‘가상도시’라고써놓으면서이런도시는지구상에없다는뜻을비친다.우리가그런도시에진짜로살고있다는것을깨닫게되면내일아침자살할사람이즐비할것이고,이신조는그책임까지감당할자신이없다.
만토의시청사(廳舍)는거울탑이라고불렸다.대부분건물이20층을넘지않았으나거울탑은40층마천루였다.만토에는자주안개가끼었다.만토의사람들은자신이하고있는개별적인업무의전체적인윤곽을파악할수없었다.만토에는관광가이드,틀니,외국인,정당사무소,재활용품처리장,결핵보균자,은행신용불량자가없었고,셀프주유기,공창제,아기의유골함,통행금지가있었다.
주요등장인물은민지석(바‘스노우화이트’주인.동성애자),지은태(만토시A구역정보처리국근무),나윤(제국출신.치안요원),홍상규(유적지탐사원),고재욱(4급행정관료.홍상규와대학동창),백우형(의사.유전학전공)이라고불리는여섯명의남자들이다.그리고시종‘그녀’로만불리는거울탑에사는여인이있다.
그녀는이여섯남자들과돌아가면서데이트를한다.이신조는그들의데이트를기괴하고비현실적인아우라로덮어씌운다.테니스코트,죽은사람의얼굴로변하는테니스공,어룡의뼈가있다는자연사박물관,2000명의사람들을완벽한행방불명자로만드는작업,얼굴을알수없는누군가의감시.그리고연합국고위관직자인치프들이관람하는개경주장,원본은하나도없는카피미술관,밤11시50분에도착해서등록증과보건증을내미는콜걸,라운드테이블커뮤니티라는부부사교모임,문스트럭이라는영화관,‘지극히평범한것’은애초부터없다는것을깨닫게해주는마술사.
만토이외의장소로전화를걸기위해서는누구나공중전화를이용해야했다.전화에동전이나카드를집어넣을필요는없었다.대신상대의전화번호를누르기전에자신의시민번호를먼저입력해야했다.만토는선택된곳이다.동시에차단된곳이다.우리는미래로뽑히길바란다.현재와차단되기위해서다.미래는낯선꿈이다.현재는현실이다.
미래는자기자신과섹스를하는사회다(199쪽).파트너들끼리‘서로다르다’는사실에서얻는매혹은사라졌다.같은욕망,같은육체,같은모순,같은이데올로기가결합된섹스에빠져야만그나마거짓교성이라도지를수가있다.‘다른것’은동요하게하고,‘닮은것’은위안을준다.그습속은매우급격한빠르기로전염이완료됐다.
거울탑에사는그녀는익명의섬이다.동시에그녀는미래의암울함을지배하는이소설의진짜주인공이다.이름을가진다른남자들에게그녀는닮아있지않기때문에호기심을갖게한다.희망?너무사치스럽다.당장목을맬수있는‘절망’이라는노끈을잠시잊게할뿐이다.만토를탈출할수있는힘같은것이다.
오늘부터틀림없는휴일이다.세상모든죽음전의마지막휴일일지모른다.독자는결심을하고이신조는농담을한다.(317쪽)이신조는“최대한메타포를생각하지않으려고노력했다”고밝혔다.삶이그저‘하나의나쁜습관’이거나어떤‘질병’처럼여겨지는분들,사랑과여행과죽음이무딘스푼으로심장을파듯아프고느리게통과하고있는분들,’20대가가끔잠깐씩은너무좋았지만대부분은아무렇지도않거나너무싫었던’분들께이소설을권한다./김광일기자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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