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도지나고크리스마스도넘기면이제는‘민물의요정’으로불리는빙어철입니다.
세계적인백혈병최고전문의이자중진시인인김춘추(金春秋·60)씨가새시집‘성(聖)오마니!’(솔)를냈는데요,그속에
‘빙어’라는시가들어있습니다.
‘그누가유리창에시린창자만그려넣었나!’(‘빙어’전문,14쪽)
‘빙어(氷魚)’라는시제를던지자가톨릭의대혈액학과교수인그분은단한줄로시린창자를먼저들여다봅니다.시인답고의사다운필법이절묘함의극을달린다고할밖에요.
그는1997년첫시집‘요셉병동’이후‘하늘목장’(1998),‘얼음울음’(1999),‘산속의섬’(2000),‘어린순례자’(2002)등을냈고,이번이여섯번째입니다.자연앞에서서한결같이겸손하고소탈한목소리가오히려큰울림으로압도하는작품들
입니다.
‘파라오시절홍수에도끄떡않고/6·25적그징한포성에도끄떡않고//똥을빚어빵을굽는//聖오마니!’(‘쇠똥구리’전문,29쪽)
지구촌생물군의일원으로오랜시간을견디어온쇠똥구리를떠올리면서김춘추시인은가장비천한것(똥)과가장거룩한것(빵)을단숨에연결해버립니다.단네줄짜리시조차너무길어서싫다는듯이압축을거듭하며절창을뿜던그는‘성오마니!’라는말로호흡을멈춥니다.여기서“오마니는더러운것,사회적인것,여성적인것,거룩한것의합일체”(평론가임우기)로풀이됩니다.
‘사방을내려다보니//개나리는노랑말로/진달래는붉은말로백목련은/흰말로/귀가멍멍하게유세의절정에있다//다들,대통령감이다’(‘봄,북악에올라’전문)
동서양을막론하고‘의사·시인(작가)’의전통은오래됐습니다.‘가르강튀아’를쓴프랑스의프랑수아라블레,러시아의안톤체홉,영국의존키이츠,서머싯몸,코난도일,중국의노신,독일의한슨카롯사,고트휘트먼도의사였습니다.한국에는재미시인마종기와부산시인허만하를들수있고,김춘추의시세계또한그들에뒤지지않을만큼원숙합니다.
‘어느童妓(동기·어린기생)의/전생이거나/그밖에또다른/무엇이되어/당신은너무나/빨리오십니다/冬冬酒(동동주)취기가/깨기도전에’(‘매화’전문)
은근슬쩍돌아서며시치미를떼는해학또한정상급입니다.이번시집의머릿말에도본인은“썩은이뽑듯시인면허증을반납하고시와는담을쌓고남남으로사는데우연히,아주우연히제왕절개수술로태너난팔삭둥이(가이번시집)”이라고시치미입니다.한국시인협회회장김종해시인은“늦깎기시인에게화산처럼감추어져있던응축력이한꺼번에쏟아져나오고있는중”이라고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