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아주랴?

김지우씨소설집‘나는날개를달아줄수없다’(창비.230쪽.9000원)가나왔습니다.리얼리즘작가의정통파적글쓰기가약여한작품집입니다.세상을지배하는자들이아닌,세상을견디는자들의시각을꾸준히회복하면서문학적에네르기를축적하는글쓰기입니다.김지우씨의미덕은그러한가운데우리말의아름다움을의도적으로키워가려는노력을게을리하지않는다는점입니다.때로는우리가현재시기사용하지않는어휘를과도하게발굴해서불편함을느낄정도가아닌가여겨지지만,작가가그런일을하지않으면누가하랴싶어서그마저도높이평가할일이라고생각됩니다.다음은제가만들어본리뷰입니다.일별하시지요.

내몰린사람들의벌거벗은모습이가득하다.가혹한누드화첩을보는듯하다.문학은적나라한것인가감추는것인가,묻기가겁난다.5년전창비신인상을받으며등단한김지우(金智雨·42)의첫소설집을읽는기분은찬바람부는거리에서부랑아의맨살을들여다본것만같다.

모두7편이실린가운데책제목으로뽑힌작품은J시(市)여고2학년때의담임선생님에대한심리적복수극을그리고있다.주인공은지금은소설가가됐다.그러나당시여고시절그녀가광주민주화운동의실상을알리는대자보를썼던것에대해학생주임은빨갱이라고뺨을후려쳤고,담임은그것을동조방관했다.세월은흘렀고이제문학상을받게된주인공은그때담임에게도초청장을보내라는권유를받지만냉정하게뿌리친다.세월의수동형범법자들에게면죄부를줄수는없다는강기과결기를드러내보인다.다시말해날개를달아줄수없다는것이다.

맨앞에수록된‘디데이전날’은교통사고를위장해서보험금을노리는자해공갈단의어느하루를그렸다.적잖은취재와발품이느껴지는이작품은출옥(出獄),실제교통사고,면허취소,부도(不渡),이혼같은인생의막장풍경을겪은인물들이주인공이다.위장(僞裝)이아니라정말로차밑에깔리기를원하는공갈단노인네의마지막절규가가슴을찡하게울린다.

‘그사흘의남자’라는작품은파산과이혼으로길바닥에쫓겨난인생들이어찌어찌인연이닿아단사흘만이라도가정다운가정을한번꾸려보자고합의하는얘기를담았다.서른일곱,마흔다섯두남녀가이어가는이야기속에악덕사채업자들의횡포와실태,그리고단란주점노래방에저녁출근하는도우미아줌마들의속사정도뼈아프게들려온다.


‘댄싱퀸’은어떤이혼녀의황량하기만한주변상황을그렸다.부도를냈던남편은도박과다른여자를전전하고,아이는자폐증세를보인다.주인공의선배소설가가거의억지로선물하는화분이름이소설제목으로쓰였다.‘물고기들의집’은낚시꾼들을뒷바라지하는어느매운탕집가족들과,지갑을잃어버린손님,그리고밤마다이집에몰려와화투를치는경찰관들의모습이매우해학적으로등장한다.

‘해피버스데이투유’는화가남편의반대를무릅쓰고미국으로원정출산을하는어느임산부의이야기다.

이소설집의백미는신인상수상작품인‘눈길’이다.황석영의‘삼포가는길’에서보았던눈,김영현의‘폭설’에서보았던눈을뛰어넘었다고말해도좋을만큼,우리사회가공동으로책임져야할상처속으로일깨움의냉기를불어넣는다.징역살이를하는동안아내까지달아난주인공태섭이감방동기들과다시금고를털기위해모의를하려는데,면도사정양이그를찾아온다.설은내일아침이고,감방동기삐죽새는내리는눈때문에아직도착을못하고있다.

“구어체문장들에깃들인토속적생명감”은“절망적분위기에서숨통을틔워주는언어적역동성”(평론가황광수)으로작동하고있다고해야할만큼능란한어휘들의정교한배치가소설이영화나시보다더아름답다는생각을갖게한다.김지우는,세상사는법을깨친사람과,지지리도세상못사는법에묶여있는사람,그사이에발행하는전압에힘입어문학적전류를흘려보낸다.떠돌아야했던삶에지친탓에‘태어나서한번도맨몸으로잠들어본적이없는’분들께이소설책을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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