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희경의신작장편’비밀과거짓말’이도착했습니다.문학동네에서출간했군요.그녀가미국시애틀에머물면서연재했던소설입니다.2003년여름부터2004년봄까지계간지문학동네에4차례실렸던작품인데,그직후부터언제책으로묶여나올까이제나저제나기다렸는데,바로오늘입니다.장편’마이너리그’를낸후이던가,언젠가은희경은형제들이야기를써보고싶다는말을했습니다.아,불후의명편’상속’이라는중편을내고나서였을것입니다.이번장편은주인공인정영준이란영화감독을가운데두었을때,정영준의아버지이자풍운아적기질을가졌던토건업자정정욱,정영준의할아버지이며독립운동에연루도돼있고학문에조예도깊었던정성일,이렇게3대에길친정씨집안의이야기가지방소도시인K읍을배경으로펼쳐집니다.어느소설인들안그렇겠습니까만,저는이소설이은희경의자서전에가까운자전적소설이라고믿는편입니다.정영준만은희경으로바꿔놓으면나머지는거의개인사에진배없는사실적토대를가지고있을것만같습니다.제가이렇게말하는근거는없습니다.그냥느낌입니다.몇해전어느여름날인가.박상우이순원은희경그리고저,이렇게넷이서썰렁하게식어빠진닭백숙을젓자락으로헤집으며맥주를마시고있었던것같습니다.그때은희경이전화를한통받는것같았고,급한일이생겼다며황망하게자리를떴습니다.그전화는은희경의친정아버지가돌아가셨다는전화였습니다.그리고몇달이지난다음에읽은중편이’상속’이었고,그’상속’에는삶을탄생과욕망과죽음으로조망하는,가장문학적인울림통이데굴데굴구르고있었습니다.’상속’은평생을연부역강한정열로살아온토건업자남자가병으로죽어가는모습,그리고그자손들이그앞에서보이는허둥거림같은것이기가막힐정도로리얼하게형상화돼있습니다.은희경의부친은건설회사대표이셨습니다.저는이번’비밀과거짓말’을그’상속’의연장이라고보고싶습니다.확장된형태로삶을되돌아보는것입니다.마구달리다가흘끗되돌아본삶을가장넓은지평선위에올려놓고싶은작가적열망말입니다.작가의말중에이런대목이있습니다."사십을넘긴지가언제인데이제야비로소유치한장식이잔뜩달린채로빛이바랜,청춘이라는무거운외출복을벗어놓는느낌이다.이제는늙어갈수있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