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게시물로시집을소개드린김에김기택의’소'(문학과지성사)라는시집도빼놓을수가없습니다.시집제목으로뽑혀올라온시’소’를한번소개드리지요.
소
소의커다란눈은무언가말하고있는듯한데
나에겐알아들을수있는귀가없다.
소가가진말은다눈에들어있는것같다.
말은눈물처럼떨어질듯그렁그렁달려있는데
몸밖으로나오는길은어디에도없다.
마음이한움큼씩뽑혀나오도록울어보지만
말은눈속에서꿈쩍도하지않는다.
수천만년말을가두어두고
그저끔벅거리고만있는
오,저렇게도순하고동그란감옥이여.
어찌해볼도리가없어서
소는여러번씹었던풀줄기를배에서꺼내어
다시씹어짓이기고삼켰다간또꺼내어짓이긴다.
——혹시소의눈과대면하여보신적이언제이신지요?소의언어는눈동자에갇혀있습니다.수천만년이흘렀건만그눈안에담긴말은소리가되어밖으로나와본적이없습니다.그러면서도그눈안의말은우리의이름을부릅니다.우리의마음을위로하기도하고,우리에게용기를주기도하고,우리의헛된욕심을안타까이바라보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