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느라바빠서뼈가깎이는줄도모르길바랍니다."
"자,쓰십시오.다만쓰십시오.아무것도생각하지말고그저쓰십시오."
지난주목요일신춘문예시상식이있었습니다.이자리에서시부문심사를맡았던문정희시인이격려사를해주셨습니다.신문기사에는그격려사중한두대목만소개됐습니다.여기에그전문을다시싣습니다.이글은시상식이끝난후문선생께서이메일로손수보내주신것입니다.
조선일보신춘문예격려사
문정희
여러분축하합니다.
오늘아침이격려사를쓰기위해컴퓨터를열었더니아일랜드에서제임스조이스축제에곧이어7월달에열리게되는세계시훼스티벌에참석해달라는초대장이와있었습니다.
사실제가젊은날부터세상그어느축제보다도가장초대받고싶은축제는바로우리나라의신춘문예였습니다.
신춘문예라는말만들어도지금도가슴이뛰고영원히거기에참가해야될것같은설렘이있습니다.바로신선하고아름다운이신춘문예에당당한주인공이되신오늘여러분은정말눈부시고질투가나도록부럽습니다.
특히올해로78회나되는조선일보신춘문예는한국의작가라면누구나한번쯤그곳을통과하고싶은최고의매체이기도합니다.
흔히문학은뼈를깎는작업이라고합니다.저는성급히말씀드리고싶습니다.왜뼈를깎아야할까요.그럴필요가없을지도모릅니다.또금전이나이름에연연해서는안된다고도하고시류에눈뜨지말라고도합니다.그러나굳이그럴필요도없다고생각합니다.뼈를깎는노력,금전,이름,시류,다좋은것입니다.
다만여러분의건강만지키면된다고말씀드리고싶습니다.
작가의건강은글을쓸때입니다.
글을쓰지않을때작가는불건강하며불행합니다.글을쓰지못할때그는병든것입니다.
글쓰느라바빠서뼈가깎이는줄도모르고,금전을돌볼겨를도없으며,이름이어디를돌아다니는지모르며,시류도읽지못하게되기를바랍니다.
새로움이라든가,도전이라든가극복따위의단어도다만오늘은상투적일뿐입니다.
삶을소재로쓰기보다삶자체를문학으로밀봉하십시오.
거기에서오는고독은자긍심의증거요.거기에서오는자유는여러분의유일한식사가될것이며,눈부신작가의특권이될것입니다.
다만저는오늘여러분을축하하는동시에아프게동정합니다.
펄펄끓는이젊음과,의욕과,열정을,이맑은생의에너지를오직겸허하게무릎꿀리어딱딱한책상에묶어놓아야하는비장함을알기때문입니다.
진정한작가는진정한영웅과닮은데가많습니다.
운명과대결한다는점에서그렇고,끝없이싸우다가결국은장렬한최후를맞는다는점이
그렇습니다.하지만영웅은그럴때아름답고빛나고감동적인것이아닐까요.
문학의왜소화와문학의소멸론까지제기되기도하지만저는지금까지문학처럼장엄하고문학처럼매혹적인것을본적이없습니다
자,쓰십시오.다만쓰십시오.아무것도생각하지말고그저쓰십시오.
여러분의손에는지금뮤즈의정원에서보내온아름다운초대장이들려져있습니다.
몇십년후,아니몇백년후,이중의누군가의이름을단축제가한국에서열려멀리아일랜드의시인이가슴을두근거릴지누가알겠습니까.
여러분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
그리고진심으로건강을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