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마르케스가새장편소설
‘내슬픈창녀들의추억’(송병선옮김민음사.170쪽.9000원)을냈다.
‘섹스란사랑을얻지못할때가지는위안에불과하다.’(93쪽)
방탕한일생을보내고황혼의테라스에앉게될무렵어찌어찌젊은처녀를얻어서진정한사랑을찾았노라읊조리는대문호들을보면역겨움을느껴야할지연민을느껴야할지독자들은당황하게된다.그러나‘세상을앞으로나아가게하는힘은행복한사랑이아니라버림받은사랑’(89쪽)이라고할때,문학을문학답게하는것이바로그러한역겨움과연민사이에발생하는강한긴장이라는점에우리는동의하지않을수없다.
‘백년의고독’으로1982년노벨문학상을받으면서세계적으로유명해진마르케스(77)가작년가을이소설을발표했을때출간도되기전에해적판이나돌만큼콜롬비아독자들은마르케스라는이름앞에습관적으로열광했다.마르케스본인이“20년도지나지않은사건들을서술한책은한권도없다”고말했듯이,독자들은그가빚어내는역사적리얼리티와,시적숙성과,신화적상상력,그리고그것들이결합된독특한마술앞에절대적인경배를바치고있다.
이소설은성세례요한의수난축일인8월29일이되기바로전날아흔살생일을맞이한노인이열네살숫처녀와하룻밤을보내려고결심하는대목으로시작한다.‘아흔살이되는날,나는풋풋한처녀와함께하는뜨거운사랑의밤을나자신에게선사하고싶었다.’(9쪽)
이남자는반세기가넘도록라파스신문에일요칼럼을쓰고있는언론인이며,한때는스페인어와라틴어의문법선생이기도했다.열두살때부터사창가의여자들에게사랑하는법을배운이남자는평생아내도없이,큰돈을벌어놓은것도없이혼자살고있다.
이남자는이십대부터상대했던창녀의나이와이름,장소,그리고사랑을나누게된상황과사랑의스타일을기록해왔고,‘오십줄에들어설때까지적어도한번이상잠을잔여자는총514명이었다’(20쪽)고밝히고있다.그는이런고백을할만큼너무도솔직하다.‘나는질문을던지는사람에게항상진실로답해준다.한마디로나는창녀들때문에결혼할시간이없었다.’(55쪽)
마르케스는주인공의입을통해이소설이‘회고록’이라고여러차례밝히고있으며,실제로그의실제삶과소설속주인공은동일인이라고할수는없어도여러가지겹치는부분이있다.소설속주인공처럼마르케스도기자생활로사회에발을디딘후칼럼니스트로일했다.또소설속에서주인공이회상하는창녀들은마르케스가속했던‘동굴그룹’회원들이1950년대에자주찾았던여인들이다.
소설속주인공은그날밤10시,고대했던열네살소녀와한방침대위에눕게된다.그러나낮동안단추공장에서힘들게일했던소녀는손님이들어온지도모르고계속곤하게잠을잔다.주인공은‘집게손가락으로땀에젖은그녀의목덜미를살며시더듬고,그것이마치하프의화음처럼안에서진동하는것’(41쪽)을바라보면서,‘욕망에쫓기거나부끄러움에방해받지않고잠든여자의몸을응시하는것이무엇과도비할바없는쾌락’(43쪽)이라는것을알게된다.
주인공은이소녀와여러차례밤을보내지만소녀의몸을취하지는못한다.사랑이없는섹스로평생위안을삼아온이남자는정작사랑이현실이되는것이두려운것이다.소녀가돈많은권력자에게처녀성을팔아치웠다고생각한주인공은방안에있는물건들을집어던지며광폭한질투에휩싸이기도한다(123쪽).그러나여러밤이지난후그소녀의행복한침대속에서살아있는몸으로눈을뜬주인공은자기자신을생선에비유하면서‘석쇠에서몸을뒤집어앞으로또90년동안나머지한쪽을익힐수있는유일한기회’(142쪽)가왔다는행복감에젖는다.
‘위대한신성모독의밤’(52쪽)에홀로깨어있는독자들께,‘새벽녘의사창가가천국에가장가까이있는집’(44쪽)이라고묘사되는마술적긴장을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