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일어나보니세상이발칵뒤집혀있었다.임기7년의대통령직을두차례나끝내가고있던,그래서장장14년집권의완성을몇달남겨놓지않은프랑수아미테랑에게숨겨놓은딸이있다는보도가터진것이다.파리정가(政街)는물론이고,언론계,학계가온통벌집쑤셔놓은것처럼들썩거렸다.1994년11월3일아침이었다.
미테랑의부인은다니엘이다.그녀는신념에가득찬사회주의자로알려져있었다.지구촌어디든사회주의이념을알리는행사가열리면복면쓴테러리스트와같이찍는사진도꺼리지않았다.
다니엘은미테랑과평생을냉랭한사이로지냈는데,엘리제궁에서잠조차자지않았다.엘리제궁에서부부동반으로국빈만찬이열리는날,모든행사가끝나고그날의손님인외국원수의리무진까지엘리제궁을빠져나가고나면,다시30분쯤후흰색승용차한대가조용히엘리제궁을빠져나가는데,그차가바로다니엘여사의차였다는것이다.미테랑내외가서울을공식방문했을때도,롯데호텔에서두사람은방을따로썼다.
미테랑에게는안팽조(Pingeot)라는숨겨놓은여인이있었다.둘사이에는마자린이라는딸이있었는데,화려한사진화보로유명한주간지‘파리마치’가이특종보도를할당시마자린은20세,미테랑은78세였다.
독대(獨對)를포함해서미테랑을여덟번이나만났다는한국의C교수는김대중전대통령과미테랑은참많이닮았다고말했다.DJ의책사랑도유명하지만,미테랑도프랑스역대대통령가운데저서를가장많이냈다.마키아벨리처럼그흉중을짐작할수없는카리스마도그렇고,지성적인면모는물론이며,얼굴모습도비슷해보인다.
딸이야기로세상의입에오르내리는일까지똑같다.입방아의내용은‘1994년11월파리’나,‘2005년4월서울’이나비슷하다.정치인의사생활보호,언론이가진보도윤리에대한논쟁이첫번째다.파리의웬만한정계인사들이나언론사의고참기자들은미테랑에게혼외딸이있다는것을알고있었지만,‘안다고다쓰는것은아니다’는암묵적합의가있었기때문에그것은뉴스화하지않았다는것이다.그런데파리마치가파파라치를고용,미테랑과마자린이레스토랑에서나오는장면을원거리촬영했고,이를불시에터뜨렸다는것이다.
특종을빼앗긴다른언론들은집중적으로파리마치를공격했다.르피가로는이를두고‘하수구저널리즘’이라고몰아세웠고,르몽드는‘그래서어떻다는말인가’라는기사를내보냈다.
미테랑은자신의딸문제가불거졌을때말했다.“나는한번도거짓말을한적이없다.누가내게딸을묻지도않았다.그리고딸을물었을때나는시인했다.”
프랑스정치인들은크리스마스는가족과,12월31일밤은동지와보내는게관례다.미테랑은크리스마스를팽조모녀와보냈고,12월31일은다니엘과사회당동지와보냈다.딸의생모인안팽조는현재오르세미술관관장이다.정치평론가들은그녀를“교양있고사려깊은여성”이라고했다.그녀는지금까지미테랑에대해단한마디도한적이없다.
어렸을때“우리아빠가대통령이다”고말하면친구들이“왠헛소리?너환상가아냐?”라는말을들었다던마자린은1998년작가로데뷔했고,올봄새책을냈다.제목이‘꿰맨입’(BoucheCousue)이다.입이무거운엄마와는달리,아버지사후10년이지난시점에서이제는말하고싶다며꺼낸이야기들이다.“우리아빠는정말멋진분이셨습니다.”
DJ의숨겨진딸이라는김모여인은어떤입을가졌을까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