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적인 엽기성-이평재의 소설

이평재소설‘어느날,크로마뇽인으로부터’(민음사243쪽.10000원)을소개드린다.후회하지않는독서가되실것이라자신하면서권해드린다.다음에신문에게재된리뷰겸인터뷰기사다.

이평재(46)의소설은불편하다.아무리유연한상상력을가진독자들도이평재의소설을읽으면서는신음소리를흘린다.청양고추를삼킨것같은불편한신음은,우리가매운음식을욕하면서또찾듯이,독자를한곳으로빠져들게만든다.등단7년만에내는두번째소설집‘어느날,크로마뇽인으로부터’를단숨에읽는다.
“일부러그런것은없고기질적인문제죠.”

광화문에있는한찻집,오후였다.소설출간기념으로전날밤후배들과술을많이마셔서갈증이난다는이평재는아이스티를끌어당겼다.“기질적이란무슨뜻이죠?”“제가초현실적인것에관심이많거든요.쉬르쪽에기울어있다구요.”

하긴게재된작품들의주인공을살펴보면그럴만도하다.페니스가졸아드는병에걸린형사,고양이세마리를차례로죽여서요리로만드는외음부무모증을가진여인,창녀의딸로태어나간암말기의생모(生母)를외면하는과학잡지사진기자,정신병을일으키는신종바이러스에감염된뒤교수를살해하는대학강사,한편에서는정신과의사로다른한편에서는소설가로이중인격의분열증을보이는남자….

그주인공들이벌이는행동또한기이하기짝이없다.협상전문가인형사는타워크레인꼭대기로인질범여인을찾아올라가그곳에서강간을하기도하고,그형사는자기집욕조에살고있는35000년전크로마뇽인에게성폭행을당하기도한다.과학잡지사진기자와동거하고있는남자는영장류연구소에서일하고있는신경정신과의사인데,유전자조작을받아서인지섹스를할때마다눈빛이초록색으로변한다.

“그것을전략적으로구사합니다.방법론적으로쓰는것이지요.”

“방법론적이라니요?”

“내가뭘쓰겠다고했을때는,소설자체를연출하는것입니다.손아귀에보석이있다면어느손가락부터펼쳐야하는지선택하는것입니다.서두(序頭)가흡인력을지니도록하고요.누구나그렇게하겠지만요.”

소설을연출한다는것은가능한한자신의삶을적게베낀다는뜻이다.

“제인물들을병적(病的)이라고했을때,그병세를일으키는원인을공부하고그근거위에상상력을붙입니다.”

이평재는진즉부터평단의호평이두드러졌다.평론가서영채는“환상과현실을넘나들며너절한일상을가로지르는강렬한섬광”을읽고있고,평론가남진우는“질척거리는점액질의세계저편에펼쳐진한없이막막한공간”을포착하고있다.평론가방민호는“그로테스크한환상성이오늘날우리문학을구성하는중요한경향임을보여준다”면서“나는이작가의독특하고창발적인상상력에깊이매료됐다”고말했다.

그러나,우리가김영하의초기작품들을읽으며그도발적인상상력을차마우리현실의대척점에놓지않았듯이,이평재의“엽기적인”주인공들또한바로우리자신의모습이라는점에동의하지않을수없다.그들을‘병리적(病理的)’이라고몰아세울수록우리얼굴이그속에있음을발견하기때문이다.

이소설집은쉽게비교할수없는,그래서뚜렷하게구별되는,유니크한문장과에피소드를품고있다.미국시카고와텍사스에서그림을전공한이평재는“글쓰는것이어렵지않고즐거웠다”면서“기존의틀을가지고내작품을재단하거나외면하는이들에게는‘메롱~!’하는기분이다”라고말했다.

이작품집을독자들께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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