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2) “관(棺)이 삐걱거리는 것처럼 사랑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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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증환자가아침부터철저히음식조절을하다가저녁이되면초콜릿한상자를자신에게허락하듯이,그렇게읽어볼책이있습니다.건조한문장으로일상의감정을절제하다가한밤에안주없이마시는위스키반병처럼무너지고싶을때읽어볼책입니다.주말독서에는어울리지않을것같은…,그래서더매혹적인….

우선전경린여행에세이‘그리고삶은나의것이되었다’(이가서)를권해드립니다.주변의사람과사물이낯익은것과낯선것으로자꾸만선명하게나뉘어지려고할때,삶의한모퉁이를방금돌아나왔다고느낄때,시쳇말로방금택시미터기를꺾었다고생각할때,소설가든아니든,여인이든아니든누구나여행이라는제안에무력해집니다.

여행은결코견딜수없을것만같았던것들을건너가게해주고,치명적인것들을부드럽게감싸주기도하며,낯익은것과낯선것들의자리를뒤바꿔놓고우리를기다리기도하기때문입니다.전경린은그렇게네팔에갔고,그곳에몇달을머물렀으며,갈때빈손이었듯이돌아와서도결코유형이든무형이든무엇이든결과물을손안에쥐지않으리라다짐했던당초의마음을허물고급하게책한권을써내려갔습니다.

이책은외형은‘여행에세이’이라고돼있으나실질적인내용은소설이라고해도무방합니다.모든대화체문장과그사이를메우고있는지문들은전경린류의소설적몸말들을충분히느끼게해주고있을뿐아니라,구성자체도시공을따르는연대기적방식에서벗어나앞뒤로기승전결의리듬을느끼게하기때문입니다.

전경린의문장을좋아하신다면프랑스소설가아니에르노의책은어떠신지요.에르노의책들은비단저뿐만이아니라,작가들중에도매니아들이적잖습니다.먼저‘집착’(문학동네)이란책입니다.

이책은질투에휩싸인한여자의내적고백록입니다.남자애인인W를먼저차버린사람은‘나’였습니다.그런데그가전화를걸어와어떤여자와함께살게되었다고말했습니다.‘나’는심드렁해야옳을텐데이상하게도그순간부터그녀는누구일까라는호기심에휩싸이게됩니다.한마디로내가버린그사람의새로운애인을생각하는소설입니다.

그녀에게사랑은비가(悲歌)로존재합니다.때로불능(不能)인것이사랑이며,사랑은관계망이고추억입니다.들뢰즈가남긴힌트입니다.사랑은독이되고약이됩니다.그비밀은쉽사리밝혀지지않습니다.결국‘그비밀을아는것’은정사(情死)가되고맙니다.살아남아추구할것이없는연인들의최후선택입니다.그것이약화된형태가산목숨으로되뇌이는비가(悲歌)인것입니다.

소설가전경린의글에서사람들이감동을찾는이유와도상통합니다.감동은공감을먹고살아나는것같지만사실은감동은미지의세계에대한동경입니다.

이런취향이라면당신은분명히아니에르노의‘탐닉’(문학동네)이라는책도알고계시겠지요.이소설을좋아하는분들이의외로많다는것을알고깜짝놀랐습니다.매우자전적인냄새가짙은소설인데요,이작품은자신의일기장을공개하는형식으로서술돼있습니다.S라고불리는러시아외교관을사랑하는한프랑스여성작가의고백록입니다.

우리가세상의끝을알고난뒤에선택하고싶은남자가있고,내젊은날의남자가있다면,그어느쪽이든,앙드레브르통의문장처럼,“우리는태양이내려치는것처럼,관(棺)이삐걱거리는것처럼사랑을나눴다”고해볼것입니다.그때한스에리히노삭의장편‘늦어도11월에는’(문학동네)을권해드립니다.‘안된다.그게누구라도슬플때에는서로를애무해서는안된다.한두시간,하룻밤만지나도,날이밝아길가에서사람들의발소리가들리기시작하면그전보다도훨씬더비참해질것이다.그런식으로슬픔을피할수는없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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