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3) “책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책읽어주는남자(3)“책에도온도가있습니다”

책에도온도가있습니다.책도화끈하거나썰렁합니다.절묘하게도뜨거움과서늘함이갈마들면서독자를정신없이휘몰아치는책도있습니다.베른하르트슐링크장편소설‘책읽어주는남자’(이레)가그런책입니다.이책은사랑과역사를말하고있는듯한데요,사랑부분에서뜨겁고역사부분에서눈이시립니다.또한악과선으로경계선을긋는일이얼마나비열하고잔인하게우리를혼돈의구렁텅이로빠져들게하는지똑똑히보여줍니다.

‘내나이열다섯이던해에나는황달에걸렸다’로시작된이소설은‘내가그녀의무덤앞에선것은그것이처음이자마지막이었다’로끝이납니다.책은모두3부로나뉘어있습니다.1부에서는열다섯살미하엘이서른여섯살한나와사랑을합니다.소설의주인공들입니다.10월어느월요일학교에서돌아오던미하엘은반호프거리를지나다허약해진몸을주체하지못하고구토를하는데,마침곁을지나던한나가자기집에데려가그를씻어주고위로해줍니다.미하엘은다음해2월꽃다발을사들고고맙다는말을하러한나의집을찾아갑니다.

배경은1950년대독일의어느작은도시입니다.나치전범(戰犯)을재판하는절차가곳곳에서뜨겁게진행되고있던사회분위기이지만미하엘과한나두사람은‘구토–>위로–>꽃다발’이삶의선물처럼가져다준깊은사랑에망설이지않고몸을던집니다.스무살나이차이는아무문제도아닙니다.

동의하세요?치정(痴情)이아닌것은사랑도아닙니다.이소설을읽어가면서알게되겠지만,사랑은왜문맹이어야하는지,사랑은왜당대성이없어야하는것인지참으로기이한일입니다.

‘다음날그녀와만났을때그녀에게키스를하려고하자그녀는몸을뺐다.“그전에먼저내게책을읽어줘야해.”그녀는진지했다.나는그녀가나를샤워실로침대로이끌기전반시간가량그녀에게<에밀리아갈로티>를읽어주어야했다….책읽어주기,샤워,사랑행위그러고나서잠시같이누워있기….이것이우리만남의의식(儀式)이되었다.’

독신인한나의직업은전차차장이었고,미하엘은철학교수의아들로2남2녀중셋째였습니다.둘은한나의교대근무가끝나는시간과미하엘의하교시간을맞춰가며주로한나의집에서관능에탐닉합니다.

그러다우여곡절끝에둘은헤어지고7년이흐른어느날전범재판이벌어지던법정으로현장학습을나갔던법과대학생미하엘은피고인석의한나를발견합니다.그녀는2차대전동안유태인수용소의감시원이었다는사실때문에재판을받고있었던것입니다.여기서부터소설의2부가시작됩니다.이짧은글에서소설의결말을미리발설해버리는스포일러가될생각은없습니다만,첫번째비밀은한나가문맹이었다는점입니다.그래서책읽어주는남자가필요했던것입니다.

번역가김재혁씨의옮기는솜씨가워낙빼어나서굳이원서를찾지않으셔도좋을것입니다.얼굴이붉어지고가슴이뛰고호흡이빨라지는독서체험을하게될것입니다.

이책이재미있었는데아직배가고프시다면,파울로코엘료장편소설‘악마와미스프랭’(문학동네)은어떠신지요?인기소설‘연금술사’로유명한코엘료는이소설을‘악과선이라는,영원히분리된두대립항사이에방황하는운명’이라고말하고있습니다.이소설은흡사라스폰트리에감독의영화‘도그빌’의코엘료버전이라고할수있습니다.우리주변을배회하고있는치명적인유혹들에관한이야기입니다.

베스코스라는마을에어느날한이방인이들어옵니다.‘도그빌’처럼단막극무대라고봐도무방합니다.주민이281명입니다.이이방인은마을에하나밖에없는호텔의여종업원인샹탈프랭양(孃)(소설제목)을통해주민들을유혹합니다.착하고순박한시골사람이라고온세상으로부터인정받는당신들이누군가를살해한다면내가갖고온금괴11개를모두주겠소!처음에는얼토당토않은농담이라며들은체도안했던주민들이읍장과신부를중심으로드디어마녀사냥에나서고,마을에서가장힘없고약한노파를희생자로삼는다는이야기입니다.

두소설을합하면한나가마녀(희생노파)인셈이냐고요?
잘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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