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장편소설‘이상한슬픔의원더랜드’335쪽.9000원
질주하는욕망을소재로한소설은언제부턴가통속적이다.문학의이끼낀습속같은것이다.
한때대학생이었고,그무렵야학현장에서엉켜있었던인물들,그들이30대중·후반의기성세대가되어다시얽히는장면을여러개의에피소드로그려놓았다.어지럽게등장할것만같았던인물들은잠시후나란히정렬을한다.
산업체근로학교에다니던여자는과거를지우고싶다.수직상승의엘리베이터를타서상류부유층으로편입하려는모든노력에검은빛과거는걸림돌이다.여자는얼굴을팔고,몸을팔고,카메라앞에도서고,유력한남자들앞에서도선다.과거를제외한모든것은어차피벗은몸이다.
한남자는1조원을움켜쥘때까지트레이더로서최대한의돈을끌어모는것이목표다.코흘리개의돈에서부터,정치권의,뿌리없이강물처럼흘러다니는뭉칫돈에이르기까지전부동원할것이다.상상할수있는모든기법을쓸것이다.상장주식,비상장주식,벤처,기업간인수합병,부동산,채권,환치기,금괴거래까지가릴건없다.공개·비공개수법을총동원한다.‘0’이12개달린돈만구좌에쌓이면미련없이이나라를떠나서팬티차림으르이국의해변을어슬렁거리며죽어갈것이다.
여기에대학시절야학을했던몇몇등장인물들이겹친다.운동권의핵심으로80년대전반부를보냈을것같은,그러나궁극적인정치적야심으로휘번득이는눈빛을버리지못한남자가나온다.그는미국유학시절정계거물과친하게사귀었던인연을끈삼아서국내에서최연소국회의원이되고,역시가파른엘리베이터의현기증나는상승속도를탐닉한다.
생선썩은것보다더비열한악취로가득한2002년한국의정치권과금융권이소설적희생제물로배경에놓인다.그곁에동선(動線)이적은,얌전한소도구처럼그림그리는여자도나오고,신문기자도등장하고,이들과혈육처럼절친한사이인가톨릭신부도나온다.
자,통속의구도는완벽히갖추었다.70년대대중소설적기법,혹은2000년대신세대스타소설가들을뺨치는,전문영역취재력과,스피드와,순간적재치와,어휘들,그리고그것들을장르소설과의경계선위에위태롭게섞어놓는다.정미경의절묘한매력포인트다.어쩌면앞으로우리소설의활로를한번시험해본듯한인상도있지만아직은위험지역을벗어나지못한상태로경광등이켜져있다.그래서재미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