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4) “결혼을 물리친 공주”

제가아는여성화가한분은동화책을자주삽니다.본인이읽기위해서입니다.덜렁큰어른이제자신이읽기위해동화책을고른다는일이참아름답습니다.그분이넘재밌다,아유좋다,하며박장대소를하고읽었다는동화책이배빗콜(BabetteCole)의‘내멋대로공주’(비룡소)입니다.

왜있잖습니까.잘난체하는책,따분한책,두껍기만한책,그런책읽다가벽을향해던져버리고싶은충동이일어날때,정말로벽을향해던져버리고대신집어들책말입니다.30페이지쯤되는이책은,글자수도몇자되지않습니다.

주인공이름이책제목처럼내멋대로공주입니다.이공주는몸짱,얼짱,애교짱에다가돈까지엄청많습니다.남자관계가복잡했던과거가있는지는모르지만,요즘그런거따지는남자도있나요.왕자들이앞다투어결혼하고싶어하는것은당연하죠.게다가공주의엄마인왕비가이렇게지엄한분부까지내리셨다지않습니까.“너도이제나이가꽉찼으니짐승들하고그만노닥거리고어서남편감이나찾아라!”

유일한취미라고해봤자오토바이와동물을좋아하는것밖에없는이몸짱얼짱공주님은왕자의탈을쓴늑대들의눈에는넝쿨채구르고있는황금호박인셈이지요.그날부터내멋대로공주가사는성앞에는왕자들로북새통을이루었습니다.

공주앞에등장하는왕자들이이시대를대변하는명인물들입니다.꾸리꾸리왕자,엉거주춤왕자,와덜덜덜왕자,어질띵띵왕자,어슬프네왕자,말발털왕자,설설겨왕자,허푸허푸왕자,뺀질이왕자.

그러자공주는동화의정석(定石)대로자신이제안하는미션을성공리에마친왕자와결혼을하겠다고선언하는데,이왕자들은별로어려워보이지도않는‘미션노임파서블’때문에쩔쩔맵니다.꾸리꾸리는꽃정원하나지키지못하고,허둥지둥은동물들에게먹이하나주지못하고,엉거주춤은롤러스케이트도제대로못탑니다.와덜덜덜은오토바이를타다가기절해버리고,어질띵띵은고소공포증이심합니다.

후반전에투입된어슬프네는숲에들어가나무가지하나분지르지못하고,말발털은망아지에게채이기나하고요,설설겨왕자는장차장모님이되실지도모르는왕비를모시고해롱즈무지커백화점에갔다가다신어구두,꽉조여코르셋,쏙쏙속바지같은쇼핑백에짓눌려쓰러지고맙니다.한심한노릇이지요.

종료3분을남긴시각에짜잔,하고나타나는왕자가뺀질이입니다.고래(古來)로뺀질이들의특기와장기는‘네버세이노’입니다.특히여성앞에서‘안됩니다,못하겠습니다’라는말을절대로하지않는것이지요.뺀질이는내멋대로공주가낸미션노임파서블을손쉽게해결합니다.어떤미션은꾀로넘기고,어떤미션은대충대충눈가림으로넘깁니다.어쨌든내멋대로공주는이제꼼짝없이뺀질이와웨딩마치를울려야할판이됐습니다.

근데요,매직이없으면동화가아니잖아요.이동화책의주인공인내멋대로공주에게는마지막소도(蘇塗)처럼마법의키스가있었던겁니다.그뽀뽀한방을뺀질이뺨에날리자마자이제껏미모의탈을쓰고있던뺀질이왕자는그만파충류의본색을드러내울퉁불퉁두꺼비로변하고맙니다.추억의TV시리즈‘V’에나오는다이아나(제인배들러)가쥐를잡아먹는파충류외계인의본색을드러내듯말입니다.

뺀질이도걸음아날살려라도망가고그날로미션게임은끝난거지요.내멋대로공주에게는어떤왕자도감히작업에들어갈엄두를내지못하게됐고,이날부터공주는룰루랄라혼자서잘살았다는얘기입니다.

이책을,“독립적이고능동적인여성상을키워내는의지를북돋운다”는쪽으로읽든말든그것은독자의자유입니다.연전에샌프란시스코에서만난칠레의여성소설가이사벨아옌데가말한것처럼,‘자신의몸을제맘대로할수있는권리,그리고자신의계산서를제가낼수있는능력’,이두가지를현대페미니즘이추구해온요체라고한다면,내멋대로공주는그훌륭한모델이라고할수있겠네요.엄마의결혼강요를과감히물리치고,돈많은왕자들의유혹에콧방귀를날릴만큼자신의저축도넉넉하니까말입니다.

그러나다른쪽으로이책을읽어본다면,등장하는왕자들이요즘한창유행인‘러브마크존(lovemarkzone)’을몰랐던거지요.상대방의기분을좋게해서가슴을흔들어놓고,그곳에감동의멍자국을남기는것을‘러브마크’라고합니다.그러브마크를남길수있는필링이몰려있는곳을러브마크존이라고하는데,왕자들은공주의러브마크존이어디에있는지도통몰랐던것입니다.‘충성도는언제나이성(理性)을넘어선곳에존재한다’는감성제일주의의시대에왕자라는브랜드는이제아무짝에도쓸모없는것입니다.그래서,조금은생뚱맞지만,영국광고회사사치&사치의CEO케빈로버츠(KevinRoberts)가쓴책‘러브마크-브랜드의미래(서돌)’를함께권해드립니다.벽에던지진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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