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르가슴전지(電池)’라고들어보셨어요?금시초문요?2.결혼이3년마다해약가능한제도로바뀐다면동의하실래요?3.치솟는유가뉴스보셨죠?근데잘생긴짱들만휘발유를살권리를갖게된다면요?….
옐로무가지의귀퉁이에실린심심풀이조크라생각진마십시오.그게아니고요,서유럽사람들,아니한국에서도확실한마니아층이열광하고있는소설가아멜리노통브의‘시간의옷’(열린책들)이란책에나오는대목입니다.이소설은1995년에한처녀작가가2579년으로,거의500년을날아가미래의남자를만나대화를나누는내용입니다.대화가장난이아닙니다.엉뚱한상상과아이러니,언어유희,번뜩이는재치,의도된부조리로가득합니다.넘재밌서서얄미운사람에게는절대권하기싫은책입니다.
우선노통브는미래에는에너지가모든것을좌우할유일요소가될것이라고내다봅니다.그땐‘에너지의역사’라는단하나의역사가존재할뿐이며,‘에너지정책’이라는단하나의정책이존재할뿐이라는거죠.그때개발된에너지원의하나로오르가슴전지가나옵니다.애국심이뛰어난여자들을불러서간단한외과수술로아스피린알약정도의크기를가진전지를성기에집어넣습니다.매달그여자들은대성당(!)에있는중앙집전실에와서전지를방전시킵니다.‘수퍼울트라메가짱초첨단’과학을이룩한미래의자손들은여성오르가슴이아주특별한종류의에너지유입과관련이있다는것을발견하게된다는겁니다.
노통브는또결혼제도가주택임대차법을모방해서변화할것이라고장담합니다.가장불결한계약이될것이란예측입니다.부부는3년마다결혼생활갱신여부를묻는서류를당국으로부터받는답니다.물론한사람만서명하지않아도결혼은즈~윽각파기됩니다.지금어떤분들은환호성을지르시겠네요.그런데노통브는그때가면부부싸움이최저수준의공갈협박으로타락할것이라고우울해하고있습니다.“당신,주말에혼자골프만갔단봐라.그냥해약이야.”
또하나는그때가면제한된에너지를엘리트에게만나눠주기위해‘에너지특권층입단(入團)시험’이라는게생기게되는데,이시험이지능·성격·미모세가지를평가한다는거죠.그래서못생긴사람은시험에떨어진다는겁니다.어차피지능과미모는65%까지는타고난특성입니다.지능테스트는오랜옛날부터해온터인데미모지수를덧붙인다고해서불공정하다고따지는것은무의미한일이잖습니까.다만미모에대한객관적근거를마련하기위해‘심미위원회’라는게생길거라고못박습니다.
하기야500년후까지기다릴필요도없습니다.조선일보6월9일자B섹션톱박스기사안보셨어요?2005년서울에서도결혼·이직(離職)·대출을모두점수로따진다잖습니까.극을향해치닫는계량화사회는사람을평가함에있어토플점수따위에만족할리없죠.하나도점수관리,둘도점수관리,점수,점수…….
‘시간의옷’에매료된분이라면,노통브의‘살인자의건강법’(문학세계사)이란책도함께권해드립니다.83세된노벨문학상수상작가가희귀병으로죽음이임박하자기자들을한명씩불러들여인터뷰를하는소설입니다.여러기자들을혼비백산쫓아내는대문호이지만마지막에들어온여기자에게는꼼짝없이붙들려어린시절에저지른살인행위를고백하고야만다는내용입니다.중요한것은줄거리가아닙니다.두사람이나누는대화요,문장들이내뿜는치명적인독설미학입니다.노약자나임산부는저~얼대읽지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