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어떤사람이부러우세요?주식형펀드에수억넣어둔사람?견적서뽑을것도없이잘생긴사람?키큰사람?씨름선수만큼먹어도젓가락모델같은사람?헤르만헤세의단편‘사랑’에나오는소년처럼한평생주변의사랑을받는사람?…..
아니면,누군가에게,“내겐당신이전부다”,라고말할수있는,아직도그런상대가있는사람은어떠세요?이탈리아의거장알베르토모라비아(Moravia·1907~1990)의장편소설‘권태’(LaNoia·열림원)를읽어보면남녀주인공이이런대화를나누는대목이있습니다.“하찮은그림이나그리는화가였지만어떻게보면충분히부러워할만한사람이었어요.”“왜요?”“누군가에게,당신이내겐전부다,라고말할수있었으니까요.”
이소설에서서로섹스를탐하는남녀는상대에게사랑을원하는지진실을원하는지불분명합니다.디노라는실패한화가가주인공입니다.나이는35세이고,아직결혼을하지않았습니다.어머니가굉장한부자입니다.그러나디노는빡센어머니의위선적이며부르주아적인인생철학을도저히수용할수없어서따로살고있습니다.소통의부재,그리고그런상황에서빠져나올수없는무기력때문에몸부림치던주인공은캔버스를팔레트나이프로찢어버립니다.주인공은이세상을권태로설명하고,인류의역사조차권태때문에진보하고,권태때문에멸망한다고생각합니다.
그때주인공앞에나타나는파트너가열일곱살먹은체칠리아라는처녀입니다.체칠리아는토니,루치아노라는남자애인이따로있었고,65세된늙은화가와도잠자리를같이해왔습니다.체칠리아는아무런도덕관념이없습니다.감정도이성도없습니다.마치테이블위에놓여있는컵처럼,수치심도,거리낌이나악의나계산도없이주인에게자신을바치는사물같은여인입니다.관능과성욕이전부이지요.
소설과영화가동시에출시될때주말을즐겁게보내는방식은둘을동시에해보는겁니다.소설을재미있게읽고나서영화를보면,이미레세피의비밀을알고나서천재요리사제이미올리버의식탁에초대를받은느낌이듭니다.프랑스영화가이탈리아원작에매우충실하게제작됐기때문입니다.아울러이작품을시대적배경을벗겨내고읽었을때주제가권태인지,질투인지,아니면남자여럿이한여자를공유하는,삼각적공유의테마를다루고있는지궁금해집니다.
이들의관심은결국인간이란무엇인가에대한탐색입니다.그것을위한소재로섹스를빌어오기도하고,질투,불신,함정,착각같은추상적장치들을마련하기도합니다.거의무방비상태에있는나이어린여인에게성인으로서의남성이육체적욕망의통로를따라접근하는방식,그리고그것을통해인간본성의비밀을또한꺼풀벗겨보려는시도는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의최근작‘내슬픈창녀들의추억’(민음사)에도나옵니다.
그래도권태롭기는마찬가지입니다.흡사내키지않은기차여행과같은답답함이우리를감싸고있습니다.여행이끝날때까지혐오스러운길동무와함께기차를타고가야한다는사실말입니다.장편‘권태’에나오는디노는체칠리아에게악어가죽가방도선사하고,돈도주고,또어머니의대저택을보여주면서청혼도합니다.그녀를소유하기위해서,아니적어도소유하고있다는느낌을갖기위해서입니다.한차례의섹스가끝난뒤옷을다입은그녀를또다시황급하게범하는이유도권태때문에부식되는욕망의항아리가견딜수없기때문입니다.테이블위에놓인컵의부조리를견딜수없을때그컵을벽에던져산산조각내듯이,디노는체칠리아에게굴욕에가까운심부름을시켜그녀의자아를건드립니다.권태에의해단절된관계를잔인성을통해회복하려는시도이지요.그녀를고통스럽게만들어서그의실존을확인하고싶은것입니다.
아뭏든,주말에뭔가잔인하게확인하고싶으세요?그렇다면이소설을권해드립니다.비슷한테마인영화‘글루미선데이’의1000조각짜리퍼즐을맞추면서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