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시겠지만,‘골동예술품’,그리고‘숨겨진비밀’이요즘트렌드입니다.몇년됐지요.댄브라운의초대형대박‘다빈치코드’만그런게아닙니다.근래뜨는작품들을들여다보면,소설이건영화건대개그두가지를가지고추리기법과음모적사기술이라는장치로줄거리를엮어놓습니다.
소파에쓰리사이즈를편하게눕힌주말(그것도힙보다가슴쪽을더깊게!),텔레비전뉴스로고속도로정체를보면서,바보같은자식들!,하고욕이나퍼붓지요뭐.그리곤영국최고의익살꾼작가로평가받는마이클프레인(Frayn)의1999년장편‘곤두박질’(Headlong·열린책들)을펴드시라고권해드립니다.
이책한권이면철학적으로그리고코미디적으로행복할것같습니다.프레인도소설을쓰는내내너무재미있어서걀걀걀거렸을것만같은작품입니다.
이소설은16세기플랑드르풍경화가브뢰겔(Bruegel)의그림을소재로하고있습니다.주인공마틴은철학과교수입니다.안식년을맞아책을쓰려고가족을데리고시골로떠납니다.
그곳에서마틴부부는토니라는한속물인간을만나게됩니다.함께식사를하던중에우연히도마틴은토니가브뢰겔의진귀한명품그림을가지고있다는것을알게됩니다.문제는정작토니자신은그그림의진가를전혀모르고있다는것입니다.
역사적명품에얽힌이야기를읽는맛은서지학적탐구심을조금곁들여야제격입니다.그걸바탕으로추리적연쇄고리를따라가다보면반드시러너스하이가찾아오기때문입니다.오래달리면뇌에서엔돌핀이분비되는것처럼,이소설도수십쪽만넘어가면작가의올가미에서벗어날수가없습니다.
소설속에서토니를속물이라고비웃던마틴교수역시더지독한속물이긴마찬가지입니다.원래미술사가가되기를꿈꾸었던마틴은토니를속여브뢰겔의풍경화를헐값에사들일작은음모를꾸밉니다.
조금은봉이김선달식방법인데요.마틴은브뢰겔의그림을빌려다자기집벽에걸어놓고며칠동안감상을합니다.그러다“우연히그그림을사랑하게되어그림값인몇천파운드를구했다”고말합니다.마틴은토니에게그림을삽니다.그런다음얼마쯤후에,“또우연한호기심때문에전문가에게감식을의뢰했는데그그림이금세기들어최고의예술적발견이되는것을알고깜짝놀랐다”는표정을지으려고마음먹습니다.속여서구입했단소릴들을수는없기때문이지요.
소설은결국인생과역사입니다.손에땀을쥐게하는구비를넘다가고갯마루에서작가가던지는통시대적잠언은독자의가슴을서늘하게씻어줍니다.작가가그안에서비틀고은유하는해학은가히당대의최고솜씨입니다.역자최용준이옮긴문장또한일품이고,편집진의책마무리도깔끔합니다.
피카소가그랬다고합니다.“예술은기만이다.그러나우리에게진실을알게해주는기만이다.”백남준도1984년에입국장에서외쳤다지않습니까.“예술은사기다”라고요.그러나황금주말에소파에누워붙잡은책때문에복잡아리송한풀떡같은논쟁에빠져들일은없잖습니까.해학이멋진탈출구입니다.영화‘익명(incognito)’을빌려보시고이소설을읽으시면재미가배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