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동인문학상심사위윈회(박완서유종호이청준김주영김화영이문열정과리)는7월8일오전11시부터서울운니동한식집송죽헌에서월례독회를열었다.다음은심사위원들이나눈대화를중계방송하듯요점정리한것이다.
-정과리:다른모언론사가문학상을운영하면서각대학의국문과와접촉을갖고있다.대학생들이뽑은후보작을골라달라는부탁이다.동인문학상이원래‘주니어동인문학상’을하려했던것에서힌트를얻지않았나한다.‘주니어동인문학상’은그러한제안을지면에공개했음에도불구하고자발적인참여가없었다.몇가지새로운대안을모색해보겠다.
-김화영:문학이쇠퇴기라는것은목적을가진독서이외는안한다는뜻이기도하다.정서적피폐기요,포퓰리즘의시기다.독자들에게물어본결과를가지고노벨상을누가받았으면좋겠느냐고조사를하는것도이상한일이다.현대문학사에서‘올해의좋은소설’을뽑고있는데,심사위원가운데한분이대학원생들에게물어서10권을작성해보았다.그러나그책들은단한권도‘올해의좋은소설’에끼지못했다.
-유종호:일종의문화적포퓰리즘이라고할수있다.요즘무라카미하루키가제일인기가많다고들었다.독자들이읽고있는여러책중하나가아니라,제일감명깊은책이하루키라는데문제가있는것이다.관음증환자같은작법이크게인기를얻고있다.IMF이후완전히달라진풍속도다.그이전에는우리작가들도있었다.
-정과리:그러면이번독회에서후보로올릴수있는작품을본격적으로말씀해달라.
-김화영:나는지난독회때불참했기때문에이번에는보상숙제를하는기분으로4권을정독했다.
(지난독회에서이번독회때검토하기로한작품은윤후명장편‘삼국유사읽는호텔’(랜덤하우스중앙)김경욱소설집‘장국영이죽었다고?’(문학과지성사)권지예소설집‘꽃게무덤’(문학동네)전성태소설집‘국경을넘는일’(창비)등이다.)
그중김경욱의작품을아주좋게읽었다.새롭다는인상과함께잘읽히고재미있었다.쉽게말하자면권지예와박민규사이쯤됐다.권지예는읽으며재미있는데,건너뛰며읽어도탈이없다.서로달려있는서사구조를쓰기때문이다.박민규는절대건너뛰면안된다.그러나정독했다고해서더잘알게되는것도아니다.김경욱은박민규가드러낸새소설의특징을갖고있으면서,동시에자신의작품이왜그런지를잘의식하고있었다.그의가장큰장점은리모콘적이라는데있다.리모콘은디지털시대의상징같은기계다.반복과비약의결합을잘드러내준다.
리모콘의큰특징은항상처음채널로올수있으면서앞으로건너뛸수있다는것이다.문학은뛰어가는중간의행간을읽는것이다.디지털은그사이를배제할수있게해주는것이다.김경욱의작품에는반복이면서또다른변주가있었다.종래의서사를이어받은이야기도있고,거의무의식적으로실천하고있다고할정도로자기가무엇을하고있다는것을잘의식하고있었다.리모콘을사용하고있는우리삶과,그것을바라보는시선이잘나와있었다.우리시대소설의중대한징표들이들어가있었다.다만마지막에붙은‘대마도’라는소설은왜썼는지,그리고드가그림을묘사한대목에서왼쪽과오른쪽이바뀌어있었는데,의도적으로그렇게묘사했는지궁금했다.
-유종호:나는윤후명과권지예를주목했다.윤후명의작품은문체가간결하고정갈했다.구식문학이가지고있는매혹이있었다.권지예의작품은모티브가다양하고,구성능력및감각적묘사가뛰어났다.그것이신세대의특징으로서가아니라삶의어려움에대한지각으로드러나있었다.장편이아니어서약간부담된다.허구와사실을분간못하는오해를실감나게그린단편도점묘법사이의감각적반응같은것이잘드러나있었다.
-박완서:김경욱의작품에대해서는지난번독회에서이미얘기했다.요새나는나이가들어서그런지젊은작가들의작품을읽어내기힘든경험을하고있는데,김경욱의작품은읽는기쁨을느끼게해주었다.윤후명은삼국유사를너무많이인용하고있는것은아닌가하는생각도들었으나,인용한부분들이괜찮다는생각도했다.문장이시적이고편안했다.
-이청준:김경욱의작품을재미있게읽었다.나는사이버공간에들어가면감각적으로잘안맞는데,김경욱의이번작품에는재래의심리학이들어가있으면서우리가써왔던소설맛이우려져있는글쓰기가있었다.권지예의작품은구성면에서정보를거꾸로배치하는묘미를느끼게해주었다.60년대트리비얼리즘,즉사소주의가진행과정에서소시민의식을거쳐시민의식으로성장하듯이권지예의작품을보면처음의페미니즘이나중에본격적인문학의마당에들어가성과를나타내고있다.윤후명의작품은굉장히편하고쫓기지않는다는느낌으로읽었다.한번붙잡으면끝까지읽어내게하는미덕을지닌작품도있지만,윤후명의이번작품은한번읽다가놓고다시편하게읽게되는작품이었다.
-김화영:윤후명의작품은편한것이고,그것은자연스럽기때문일것이다.삼국유사를인용한부분이대체로부드러웠다.그러나여러번읽었던내용이지루함을느끼게한것도사실이다.자신의목소리로얘기가나올때더욱신선했다.간명해지는것이다.
-이청준:나는윤후명의소설이계산된작품이라는생각을했다.소설의정치성(政治性)을미리계산해서체제비판을소설속에녹여낸것이다.다른사람이쓰면위험해질수있는작법인데윤후명에게는자연스럽다.
-김화영:그것이바로한발빼는멋진솜씨다.
-이문열:윤후명의작품은전통의서사라는것을생각하게했다.처음시작을보지않고도잘읽을수있어서이상한기분이들었다.전성태의작품은전통적으로쓰고있는농촌이야기라는생각을갖고읽었다.나는그를인상깊게보고있다.
-정과리:윤후명은재미있는데다읽고나면허망했다.일종의천일야화처럼느껴졌다.삶의막막함과무의미함을견디는한가지방식이었다.김경욱의작품은세상에대한날카로운지적과통찰이돋보이는글이다.우연히찾아오고뜬금없고엉뚱한세상사의밑바닥에흐르고있는,인간들의끈덕진집념을날카롭게포착했다.아무렇게나페이지를들추어도재미있는잠언이많았다.
-이청준:김경욱의작품은우리소설에없는유머를문장속에잘녹여냈다.
-김화영:그가가진리모콘은아포리즘과아포리즘사이를건너뛰게하는기계다.그속도가유머러스하다.
-이문열:전성태의작품은우리가후보작목록을만들때빼놓아서는안될작품이라는생각이든다.
-김화영:나는특히‘존재의숲’같은작품을매력적으로보았다.작가가가진시선이부분적으로거슬린곳도없지는않았다.
-정과리:그는이문구의세계를비관적방법으로현대화했다는의미를갖는다.
-김화영:권지예의작품은플롯도문장도센스가있다.그러나중간에약간느끼해지는부분이있다.통속소설로가는중간이아닌가걱정되는부분이있다.
-이청준:처음에(프랑스에서)막돌아와서는정말좋은작품들을썼는데,나이를먹어가는증거처럼조금씩힘이빠지는모습이보일때가있다.
-박완서:윤후명의작품을읽으면서,이북에갔다와서작품을쓴다는것이쉽지않을텐데그이는참잘꾸려서작품을만들었다고생각했다.나는북한에가기겁날때가있다.갔다와서무엇을쓰라할까봐그렇다.
(심사위원들은9월초에있을다음독회에서박민규소설집‘카스테라’(문학동네)정미경장편‘이상한슬픔의원더랜드’(현대문학)최윤소설집‘첫만남’(문학과지성사)김연수소설집‘나는유령작가입니다’(창비)를계속검토하기로했다.)
-정과리:정미경의작품은현대사회에서한국인의자발성과집단적광기를다루고있다.전체적으로현대한국인의집단적심리,그리고현대정치적경제적주류자들의욕망을파헤친소설이다.그러나줄거리중에서주인공남자가왜이스탄불에서여자에게자신의위치를밝혔을까하는부분이다.석연치않다.그남자는결국그때문에죽게되지만말이다.
-이문열:나는일종의후일담소설이아닌가생각했는데다시읽어보아야겠다.
-이청준:정미경은감각이좋은작가다.
-정과리:386세대를강력히비판하는소설로볼수있다.
-유종호:정미경은아버지가경관이었다.이대영문과를졸업했다.권지예와비슷한세대다.
-김화영:정미경은문장을날렵하게잘쓰는작가다.박민규의작품에대해한가지말하고싶은게있다.그의소설은워드프로세서가없으면나오지않을소설같은특징을지니고있다.쉼표사용이두드러진다.원고지에썼다면출판사편집과정에서무시했을것만같은쉼표들이다.엔터키만두드리면건너뛸수있게돼있어서내용과관계없이근사해진다.아날로그를벗어난디지털의특징이라할수있을것이다.신선하다.그에게는모든얘기가우리시대의기호를형성하고있다는점도특징이다.예컨대PC방,고시원,편의점알바같은것들이다.푸시맨도그렇다.건드리면나오게돼있는작가처럼보인다.그가쓴단편중에‘코리언스텐더즈’같은작품은운동권후일담중에서수작이라고할만하다.김경욱의작품에서는의미없이반복되는것들이그반복때문에의미를얻어가는과정이특징적이었다.김경욱에게는교훈도없고판타지도없는태도로글을쓰고있으나,박민규는교훈은없지만판타지는있다.
-이문열:박민규를읽었다.만약우리소설의주된방식이인터넷으로간다면소설이어떻게정제되고고급화된문화양식으로만들어질것인가를생각했다.박민규의작품을보면서그것이만들어졌다는생각을했다.
그리고이자리를빌어서김탁환의장편‘열녀문의비밀’을상기시키고싶다.그것은역사추리물인데,나는밤을새워서2권을다읽었다.‘방각본살인사건’의뒤를이어서쓴작품이다.그런데우리문단에서무조건그런작품을읽지도않고무시하는경향이있는데,무시된다면왜무시되어야하는지이자리에서다른선생님들께묻고싶다.그것이통속의혐의를받는양식이기때문인지,아니면역사물을패러디의일종으로보기때문인지,그래서창조성이없다고보는것인지,아니면작가자체의상상력이수준미달이라고생각하기때문인지묻고싶다.
-김화영:그렇게많이쓰는작가의작품들을어떻게일일이정독까지할수있는가.
-이문열:그가하는일은다른사람은아무도못했던일이다.정보와교양의양이엄청나다.움베르토에코가문학적으로얼마나인정받을수있는지는모르겠으나한국에서거의에코수준으로한국문화를읽어내고있는작가라고할수있다.추리물을공부하는애들에게김탁환의작품들은모범적인상을준책들이다.문학평론가들이김탁환에대해대부분안읽고얘기를하는경향이있는것같다.
-정과리:그가대접을못받는것은재미의깊이가없기때문이아닌가.
-이문열:깊이있다.우리문단에지금까지영정조시대의문화를그수준으로파악하는사람이없었다.
-김화영:그문화와작품이너무섞여있어도곤란한것아닌가.
-이문열:꼭읽어보시라권한다.약점은있다.제목을너무싸구려추리물처럼지어놓았다.물론추리물로서넘치는부분도있다.반전이너무지나치다.대중물의기분이들게한다.
-유종호:소설에는시가있어야한다.그리고역사인물을새롭게해석해야좋은작품이다.재래적역사관에대한새로운통찰을보여줘야하는것이다.새로운해석력그리고종래의것을뒤집어보여주는힘이대체로약하지않은가하는판단을갖고있다.
-김화영:그러나같은역사물이라하더라도가령‘람세스’같은작품은좋지않은가.
-이문열:나는그런작품이오히려싸구려같아보인다.신문기자가취재한지식을갖고서툴게얽어놓은것아닌가.김탁환이쓴‘허균,최후의19일’같은작품은정말좋다.‘불멸의이순신’,그리고‘나와황진이’같은작품도상당히볼만했다.재미있다.두가지점에서그렇다.아무도못하는일을하고있다는점이다.둘째는많이쏟아내면서도그만큼긴장을유지하고있다는점이다.그것이신기할정도다.
-정과리:저도읽고그러한궁금증을해결해보도록하겠다.
-이청준:이것은별도의얘기인데,요즘작품들이구성을안하고그저문단을떼면서흘러가기에시간의겹이없어보인다.TV드라마가전부그렇게가고있다.
-김화영:원고용지에수공업으로썼을때는한글자,한문단을띄우는것이망설여졌었는데,지금은다써놓고도나중에띄울수있다.
(김탁환이보여주고있는일련의역사추리물에대한이문열위원의긍정적제안과,이를쉽게수긍하기힘들다는유종호김화영위원의이견제시가팽팽하게이어졌다.사뭇대결적분위기로긴장감마저설핏감돌았다.심사위원들은김탁환의작품을후보에올리지는않았다.이날후보에올린4작품을포함해서지금까지후보작은은희경장편‘비밀과거짓말’(문학동네)조경란소설집‘국자이야기’(문학동네)김연경소설집‘내아내의모든것’(문학과지성사)이성아소설집‘절정’(이룸)을포함모두8작품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