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교훈,둘중하나를택하라!면,전0.01초도안걸립니다.물론재미죠.재미있으면아름답고,재미있는게옳기까지하잖아요,요즘은.
왜냐면요,소설이든영화든,주인공이독자보다구리구리하고‘띨띨’할때재미를느끼는데,그때“세상을조금은알것같은기분이들기때문”입니다.
소설가박민규의작품집‘카스테라’(문학동네)를권해드립니다.KS마크순정품블랙코미디입니다.학교근처원룸에서소음이심한냉장고와동거하고있는대학교1학년,달팽이관같은고시원의복도끝방에살던청년,옹색한방에갇힌채주유소·편의점·지하철푸시맨같은알바로하루를보내는남자,낮에는열세척의유원지오리배를관리하고밤에는공무원시험준비를하는남성….같은,희멀건백수들이주인공입니다.주류의변방을불안한자세로표류하고있는정치적·경제적·사회적미성년들이지요.10명의‘적미성년(的未成年)’.
그들을따라목젖떨리게웃다보면세상이란괴물을조금은알아차리게될것입니다.2003년문학동네작가상·한겨레문학상을연거푸거머쥐고이후유수의문예지들이그의소설을게재하려고줄을서왔으며,엊그제세번째소설책‘카스테라’를낼때까지영악표네티즌들조차가장열광적인스포트라이트를그의이마에비추었던이유가있습니다.게다가박민규는소설가김영하가“훔치고싶다”고했을만큼감각적인문체를지녔다잖습니까.
돈이라는것의단맛만알고있다가그쓴맛을갑자기알아버린순간,풋사과같은설렘으로뜨거운성기를움켜쥐었던흥분이아니라,그눅눅한골방에서욕망과충족의변화체계가주는수렁같은허망함을알게되는찰나,그렇게세상을껴안는‘포스트청년기’의얘기가B급영화의상상력처럼펼쳐집니다.눈부시게새하얀두루마리화장지를풀어내며깨닫게되는생의고비같은것말입니다.
그것은애교와주접을분간못하고덤비다가,난애교였는데그녀의눈빛에주접으로비쳤다는것을깨닫는순간이지요.친구들처럼잇사이로침을칙뿌리며“얀마,인생은한방이야!”를외치려다그냥꿀꺽삼켜버리는나이입니다.일류들의기세등등함을잘난것들의등쌀이라고보지않고,그저담담하게바라보게되는삼류들의철듦이기도합니다.
‘주유소습격사건’‘신라의달밤’‘광복절특사’같은영화로2002년을달구었던김상진감독은“일류는세상을지키고삼류는세상을바꾼다”고말했답니다.김영하에따르면,삼류만이자신들의진실을밝힙니다.삼류가이드,삼류기자,삼류작가들은일류들이결코내보이고싶지않은자기직업군의본질적인모습을흘리고다닌다는겁니다.포장마차에서비싼안주공짜로먹고용돈까지뜯는삼류형사를보세요.정말답지않습니까.사악한모습을세련되게감추지못하는삼류들이야말로박민규·김영하식문학의원동력입니다.
이런맥락에서김영하의소설집‘오빠가돌아왔다’(창비)를곁에함께두고읽으면정말남부럽지않은주말을책임질수있습니다.
근데혹시,삼류독자가되어보지않으실래요?일류들은교훈을찾아서,삼류는재미를찾아서죠.장마끝휴가지.당신의스팽글백에서‘카스테라’와‘오빠가~’를볼수있으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