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코엘료장편소설‘오자히르’문학동네최정수옮김447쪽.9800원
사랑의순환고리는에너지를일으킨다.행복과기쁨의파동같은것이다.황홀한번짐이다.코엘료의명품들은언제나진한향기를내뿜는다.인생에시간의겹을입히기도하고,커튼을걷고삶의창밖을보여주기도한다.
이번책은작년에쓰여졌고,올4월이란이탈리아독일에서첫출간됐으며,이번주한국에서번역되는최신작이다.불변의진리라고믿었던,강제된것들을깨뜨리면서‘중독과탐닉과집착’(아랍어‘자히르’)의미망을벗겨내는천둥같은작품이다.
은유적으로말한다면이소설은중앙아시아의‘키즈쿠’에관한얘기다.처녀는말을타고도망가고,청년은뒤를쫓아간다.‘말탄아가씨끌어내리기’놀이다.유명소설가인주인공남자가2년아홉달을기다린끝에실종된아내를찾아가는소설이다.
행방불명된아내를찾아가는테마는흔하다.그러나코엘료의손을거치면신화적인성찰이매혹처럼적셔든다.오디세우스를기다리는페넬로페인듯,‘나’를기다리는아내는중앙아시아의스텝지역에서프랑스어를가르치고양탄자를짜고있었다.‘나’는파리에서알마티까지찾아가마침내아내를상봉하게되는데,아내의입에서나온말이충격적이다.“나,아이를가졌어.”(443쪽)
…..도대체누구의아이란말인가.
주인공은코엘료자신이면서자신이아니다.다른등장인물도실제모델이있다.그만큼자전적모티프가강하다.화자인‘나’는애초언론사기자였다가가요작사가로돈을번다음본격적인소설가가됐다.부자인데다유명하기까지하다.나는네번째아내에스테르와함께십년넘게살고있다가그녀가어느날갑자기행방불명이되는사건에휘말린다.
종군기자였던에스테르는4개국어를말하며서른살이다.‘나’는그녀의실종에3가지가설을세우고추적에나선다.가설1:그녀는정말로납치됐고생명이위험하다.가설2:그녀는약속때문에나갔는데사실은함정이었다.가설3:그녀는다른남자를만났다.
결국그녀는미하일이라는이름의남자와함께사라진것으로밝혀진다.미하일은몽골계카자흐스탄남자로아내가그곳에취재갔을때통역을해주었던스물세살청년이다.어느날아무말도없이‘나’를떠난아내는미하일을만났다가,다시화가인도스라는청년과사랑을했다가,남편이찾아올무렵엔다른남자의아이를임신하고있었다.
그사이에마리라는서른다섯살영화배우와동거를하던나는아내에스테르에대한갈증때문에현실을견디지못한다.‘내’가아내를찾아가는데결정적인도움을주는남자는아내를빼앗아갔던미하일이다.간질병을앓고있는그는미래의예언을들려주는‘목소리’를나에게전해준다.운명의안내자요,우리를어디론가데려가는신비로운울림같은것이다.세상과역사를역전시킬수있는힘이다.
당신은기적을믿는가.오래전에잊혀진내재된힘을일깨울수있다는것을믿는가.인생의가장위험한순간에,가장권태로운순간에인간의진정한본질과사랑을발견할수있다고믿는가.“예!”라고대답하는,그래서지금까지의삶을비워내고싶은분들께이소설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