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11) “사랑은 세상을 등진다”
BY mhfx ON 11. 15, 2005
"세상을등져야진짜사랑일찌니…."
사랑이움틀때는마치재채기처럼감출수없는증거들이몸밖으로드러납니다.어떤사람들은들고있는물건을자신도모르게떨어뜨리기도하고,몸은멀쩡한데미열이느껴지고입안에단내가고이는사람도있습니다.그러나사랑의진짜본모습은활활타오르는가시덤불속에숨어있는신(神)처럼보이지않습니다.
대신이가시덤불신은당사자에게전율을줍니다.이전율이세상을깜박잊게합니다.독일68세대의대표작가인엘케하이덴라이히(Heidenreich)의소설‘세상을등지고사랑을할때’(이레)를권해드립니다.
주인공은뮌헨대학의새내기여학생입니다.이름은‘프랑카’인데,관심은오직하나,어떻게하면얼른첫날밤을치르고처녀성을던져버릴까입니다.그렇다고아무남자나되는건아닙니다.여자를댄스파티에초대하고선자기발에걸려넘어지는풋내기,하이데거를인용할수는있지만브래지어고리를풀줄모르는얼뜨기는안됩니다.
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페인어같은로맨스어문학에서흔히보듯,왕따소녀의‘강간당하고싶은욕망’,혹은‘피(被)강간콤플렉스’와관련짓지는마십시오.프랑카는아르바이트로우편배달을시작했다가꿈에그리던남자‘하인리히’를만나게되니까요.
인간이란스스로에게만몰입해있는동안에는완벽하게세상에등을돌릴수있습니다.한남자와침대위에서낮과밤을보내고있을동안에는전세계를잿더미로바꿀수있는것들이바다위를떠다녀도전혀모를수있다는얘기입니다.
프랑카와하인리히는호숫가를찾아가열흘간의뜨거운사랑을나눕니다.그들은침대에서,마룻바닥에서,부엌식탁에서사랑을합니다.숲속의나무아래선채로,그리고폴크스바겐안에서도사랑을갖습니다.그들은세상을뒤흔든1962년쿠바사태로모든신문의1면이까맣게뒤덮이는것도모른채욕조안에서서로를안고있었습니다.
그로부터27년의세월이흐른후정말우연하게프랑카는하인리히를찾아갑니다.호숫가의열흘간이있은다음둘은쿨하게헤어졌던겁니다.어느회사간부의부인이된프랑카는부부불간섭주의에따른결혼생활을하고있고,어느새예순두살이된세탁소주인하인리히는세번결혼했을뿐혼자쓸쓸히살고있습니다.그는5년전부터아무도안만나고있습니다.
프랑카는깜짝놀라는하인리히를최고급호텔의스위트룸으로데리고갑니다.그리고닷새동안머물면서옛사랑을되살려놓습니다.함께샤워를하고,식사를방으로가져오게하고,고급와인을마시고,창가의의자에앉아촛불을켭니다.마흔여섯이된그녀의가슴은예전처럼예쁘게달라붙어있지않고,하인리히의배도그때같지않지만서로를아름답게바라봅니다.그러나그들이침대에묻혀있던바로그시간,1989년11월6일에서11일사이에베를린장벽이무너집니다.
사랑이세상을바꾸는게아닙니다.사랑을나누는이들의행복은늘세상을등지고있습니다.로맹가리의말입니다.
시원한여름칵테일같은작품입니다.맞은편비치의자에누가마주앉지않아도좋습니다.해변의경쾌한보폭같은문장이감동을선사합니다.아,오늘(4일)은‘사의찬미’를부른윤심덕·김우진커플이현해탄에몸을던진날입니다.너무과격하게는말고,이책과더불어세상을쪼금만등져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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