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17) “박완서가 매혹적인 이유”
BY mhfx ON 11. 21, 2005
박완서가매혹적인이유,다섯가지
통계를보면‘독서의계절’인가을에오히려책이덜팔리는편입니다.이미알고계실지모를이말씀을꺼내는이유는우리의삶에는전래적통념과현재적실상이혼재하고있다는점을강조하고싶어서입니다.
그런통념의옷을훌훌벗겨내고,실상이지닌육신의실루엣을고스란히드러낸다는점에서박완서의소설은언제나섹시합니다.어느새115쇄를찍었다는성장소설‘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웅진씽크빅)를읽어보셨는지요.
박완서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는이소설은1992년에첫선을보였습니다.태어난고향에서의어린시절부터대학에입학하고6·25를체험하게되는스무살까지의이야기입니다.마치화가가자화상을그리듯자신의삶을풀어놓고있습니다.
연도로보면1931년부터1950년까지입니다.개풍박적골에서의꿈같은어린시절,그리고전쟁으로황폐해진서울이묘사됩니다.고향마을이한폭의수채화라면,서울의삶은숨가쁜활동사진이라고할수있겠지요.
이책이밀리언셀러로자리잡은것은몇가지비밀을간직하고있기때문입니다.첫째그녀는어려운문장을쓰지않습니다.제스스로납득되지않은문장은단한군데도없습니다.독자가그문장에감동하느냐마느냐는다음문제일뿐입니다.박완서의소설은현대사공부의살아있는,체험적교과서가되는것입니다.이책속에서그녀의스물한살선배인이상(李箱)의‘권태’라는수필도“감수성이만들어낸관념의유희일뿐”(30쪽)이라고타박을듣습니다.
박완서소설이매혹적인이유는무엇보다독특한리듬때문입니다.독서와체험이오래쌓이다보면남다른무늬와율격을지닌리듬이생깁니다.단한줄을써도이리듬은배이기마련이고,두권짜리장편을써도깊은강의밑바닥처럼이리듬은흔들리지않습니다.
‘그많던싱아’를읽으셨다면그당연히‘그산이정말거기에있었을까’(웅진씽크빅)를읽지않을도리가없습니다.1995년에나와지금까지36쇄를찍은이소설은1951년1·4후퇴때부터시작하여1953년작가가결혼을할때까지의이야기입니다.하나의독립된개체가된박완서가혼자힘으로세상과부딪치고또가족을돌보는역할을하면서겪은일들을기록하고있습니다.
평론가이남호는“야만적인전쟁이인간적위엄과인간적가치를어떻게무자비하게파괴하는가,그리고그속에서도끝내인간적위엄과인간적가치를저버리지않는한젊은영혼이어떻게고통당하고끝내는파멸되는가를감동적으로그린소설”이라고말하고있습니다.
어디그뿐이겠습니까.박완서가써놓은문장은당시의기록이나지리지(地理志)같은것과대조할엄두가나지않습니다.박완서의문장은국어사전과국사교과서가미처돌보지못한빈공간을채우고있으며,그녀의글은언제부턴가“문학적으로옳다”는믿음을주기때문입니다.
박완서소설은하소연하지않습니다.징징거리거나매달리지않습니다.머뭇거림없이당당합니다.묘사의대상과그처럼아름답고훌륭한거리를유지하는작가가없을듯합니다.그럼에도본인의성품처럼강단과서슬이문장의매혹을이기지는못합니다.
박완서소설은무엇보다이야기하듯합니다.이것은말처럼쉬운일이아닙니다.말을이야기하듯하기도어려운데하물며이야기하듯글을쓰기란,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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