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천한것들,그러나한없이부러운것들…."
살다보면연애라는것이무의미하다고느껴지는때가오는가봅니다.사랑이란일시적인열정에불과한거라고,인생을걸고증언하고싶은때말입니다(56쪽).베르사체탱크톱을걸치고낡은랄프로렌의펜슬스커트를툭툭털어주름을펴는뉴욕처녀라면이미상식에속하는문제일수있습니다.하이틴의초록빛애벌관능을졸업한지10년쯤지난‘2말3초’가되면결코상처받지않을지적섹시함으로무장하기마련입니다.
미국에서태어나뉴욕주립대에서석사학위를받고현재뉴욕에거주하며7개이상의유명매거진에글을기고하고있는잡지편집자캐롤라인황(CarolineHwang)의장편‘스물일곱,내청춘이수상하다’(소담출판사,원제:InFullBloom)를권해드립니다.이소설은미국에서태어난교포처녀진저가하버드대학을졸업하고대학원에서공부를하던중‘알라모드’라는패션잡지사에어시스턴트로일하고있는풍경을옮겨놓았습니다.
소수민족출신이지만그들사회에당당하게편입해서자기일을뚫고나가는모습이아름답습니다.대학때사귄단짝친구인샘,그리고샘의라이벌인샨탈은모두같은잡지사에서이미진저의상관이돼있습니다.진저는그들사이에서정치·사회적인줄다리기를하면서자신의입지를굳혀갑니다.
진저의오빠인조지는같은하버드를나왔지만부모의반대를무릅쓴결혼식을올린후연락을끊었습니다.아빠는첫번째부인과그자식들을찾아떠나버렸고,엄마는부동산회사를운영하면서악착같이성공했는데,딸얼굴만보면잘나가는한국인청년을사위를들이려고안간힘을씁니다.
우디앨런의최근영화‘할리우드엔딩’을봤습니다.주인공인영화감독이눈이먼상태에서쓰레기같은영화를만드는데,그영화가프랑스에서호평을받는다는식으로엉까고있더군요.맞습니다.프랑스사람들은툭,하면미국사람을욕합니다.“천한것들!”이라고요.그러나2년뒤에는정확하게그미국사람을일제히따라하고있습니다.프랑스소설가미셸우엘르벡이한말입니다.
뉴욕에서연수를마치고엊그제돌아온동료기자도“오제발내앞에서뉴욕얘길꺼내지마세요.”하고말하더군요.“뉴욕을듣는순간다시돌아가고싶다”구요.파리에서돌아온동료는결코하지않는말입니다.
같은재미교포여성작가인수키김(SukiKim)씨가이번주한국에서도펴낸장편소설‘통역사’(황금가지,원제:Interpreter)역시함읽어보십시오.앞선소설의주인공진저가스물일곱인데,이소설의주인공수지는스물아홉입니다.이민1.5세들이겪는정체성의문제,한국전통을고집하는부모와의갈등같은소재가진지하게반복됩니다.
딸들과늘충돌하던아빠는큰딸이공부를곧잘하면서도불량배와어울리는이율배반적행동을보이자큰딸의머리를잘라버립니다.둘째딸은백인유부남과사랑에빠져사라집니다.그리고4년후가까스로가게를차려이제허리를펴게된부모는강도에게살해당합니다.
이들의소설에서는세계로뻗어가는선진감각을가진우리젊은작가들의신선한문장과호흡을만날수있습니다.이제그들은새로운세대의의미를만들어가고있는중입니다.그걸위해뉴욕은꽤괜찮은무대로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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