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22) “따뜻한 자궁이 사라진 세대”

따뜻한자궁이사라진세대

살다보면,울고싶지만눈물을흘릴수없는상황과맞닥뜨리는때가어디한두번이겠습니까.때론근본적인막막함과대결해야하는경우가생기는데요,그것은인생에돌아갈곳이없는,잿빛절망과도연결돼있습니다.시인들이늙어갈수록어머니를주제로작품을많이쓴다는걸아십니까.연전에조병화,김춘수두분을찾아뵈었을때도,최근피천득선생께인사를갔을때도그걸느꼈습니다.

어머니의자궁을그리워하는요나콤플렉스를연상하셔도좋습니다만,반대로에게몸을내어주신어머니자궁도없이체외임신을거쳐태어났다면어떨것같습니까.독일여성작가인샤를로테케르너(CharlotteKerner)의1999년생(경독刊)이란장편소설을권해드립니다.1999년에체외수정과인공자궁을통해태어난카알이라는아이가2016년열일곱살의나이로출생의비밀을파헤쳐가는내용입니다.

카알은양부모밑에서자라지만친부모에대해늘궁금해합니다.입은웃고있으면서도눈은웃는법이없는그에게는차가운카알이란별명이붙습니다.카알은친부모에대한정보를얻으려고시청의출생기록을확인하지만친부모의이름이있어야할곳에익명,SGR1999라고적혀있습니다.

카알은같은반친구의엄마인저널리스트프란치스카의도움을받아자신이냉동배아상태에서입양된시험관아기(체외수정아기)라는사실을알게됩니다.카알과프란치스카는정자와난소를제공한사람들을추적합니다.정자제공자는책값과학비를벌기위해돈을받고정자를판의대생인데이미죽었다는것,그리고난소제공자역시돈을받고난소를제공한유부녀인데오래전미국의주소불명지로이민을갔다는것을밝혀냅니다.

혹시괴테가일흔다섯(1826년)에쓴파우스트2부2막장면을기억하십니까.바그너가수백가지물질을뒤섞어인간원료를만든다음,화덕위의증류기안에서인조인간을만들어내는방법을메피스토펠레스에게설명하는대목말입니다.아니면올더스헉슬리의멋진신세계(1932)(문예출판사)를떠올리셨습니까.코르크마개로밀봉된병속에저장된태아들이컨베이어벨트에서쏟아져나오는충격적인장면이있습니다.

카알과프란치스카는병원에서대리모의기록을찾아보지만더욱더알수없는베일에휩싸일뿐입니다.두사람은반유전자단체인안티겐의도움으로카알을직접시술한발트박사의개인컴퓨터를해킹합니다.결국은카알이첨단과학으로만든인공자궁AUⅢ를통해부화된최초의인간이라는것을알아냅니다.인간의체온을가진어머니(대리모)를애타게찾아헤매며첫인사말까지연습했던카알은섬뜩하게차가운유리기계앞에서충격에빠집니다.

스티븐스필버그의영화A.I.(2001)에나오는,인간을사랑하도록프로그래밍된미래의꼬마로봇데이비드를우리가어떻게잊을수있겠는지요.우수와절규에가득찬그눈빛을요.지난날원자세대가있었듯이언젠가인공자궁아기들이대세를이루는체외세대가나타날지모릅니다.유전자부모둘,기계엄마하나,사회입양부모둘,해서다섯부모를가졌지만,정작따뜻한자궁이사라진세대말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