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것은통속적이다.
존경하는선배한분이이메일을보내오셨습니다.도종환시인의‘단풍드는날’이라는시입니다.‘버려야할것이,무엇인지를아는순간부터,나무는가장아름답게불탄다’고했네요.
시한테이마를맞아보셨습니까.도종환시의다음구절에정신이혼미해집니다.‘제삶의이유였던것,제몸의전부였던것,아낌없이버리기로결심하면서,나무는생의절정에선다’고요.
그처럼,제온몸을키워온것들을아무렇지도않게버리면서세상을향한나무의사랑도조용히완성의문턱을넘습니다.그에비하면그발치에도못미치는아웅다웅표인간의사랑이란얼마나지지부진한지요.
영국에서가장인기있는작가인닉혼비(48)의장편소설‘진짜좋은게뭐지?’(원제:Howtobegood)를권해드립니다.첫째이유는유럽과미국언론들이“배꼽빠지게우습다”는반응을
보였기때문입니다.저도이소설을읽으면서거의방바닥을굴러다녀야했습니다.
둘째는늦가을활엽수처럼임기만료의제몸(젊은날의욕망)을아낌없이버려야만진정풍요롭고아름다운것(삶의가치)을가질수있다는교훈때문입니다.
주인공은아이둘을낳은여의사케이티입니다.마흔안팎의나이로추정됩니다.남편은지역신문에칼럼을기고하는데이비드고요.두사람은이혼이라는칼날위에서서춤을추듯매일매일을살아갑니다.모든대화가이런식입니다.“내가뭐때문에불만이라고생각하는데?”“기가막혀!당신은불만의화신이잖아.절대안변했겠지.”“말도안되는소리하지도마.”“데이비드,당신은불평해서먹고살잖아.”
케이티는결국외도의유혹에저항하지않고의도적으로빠져듭니다.지역보건포럼에서만난스티븐이란남자와침대에눕습니다.영화‘위험한정사’나‘나인하프위크’처럼치명적인관능과매력을주고받는사이는아니지만착하게산다는것이무엇인지를끊임없이환기시키는역할을합니다.냉정하게말한다면외도로만난스티븐은‘케이티·데이비드’라는정식커플요리가무료하고느끼해지지않도록통마늘양념처럼끼어든조연입니다.
대개절박한것은통속적입니다.왜냐구요?누구나앓고있으니까요.
‘그목소리,그말투,그밑도끝도없는짜증이싫을뿐’(56쪽)인커플들에게도허무한해피엔딩은찾아옵니다.
세상은조롱과해학과유쾌한냉소로바라보아야건강해집니다.이소설도그렇습니다.그조롱의대상에는물론나자신까지도포함시켜야합니다.그래야시각이공평합니다.
이소설이무쟈게재미있는원인을다시분석해보면,대중적기호를소소한일상속에끌어들인다는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닉의경쾌한문체로빛나고있기때문입니다.‘20세기후반의모범생’들이보여주는캐주얼한리얼리티를함맛보십시오.
세상은어차피더늙어가고더착해지는사람과,더젊고더못된사람들끼리의대결입니다.긴시간같이부대껴온파트너에게“더는이렇게살수없다”(이소설의첫문장)고말해버린경험이있는분들께이소설을권해드립니다.
나를합리화하고상대를탓하기위해(?)이소설은짜잔!입니다.프로축구팀아스날의열혈팬을통해철없는어른들의팬질,그리고대체신앙의경지에이른대중문화에의열광을묘파한,같은작가의소설‘피버피치’도함께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