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 그대의 절망이 아무리 깊을지라도
BY mhfx ON 12. 2, 2005
당신의절망이아무리깊을지라도….
절망이아무리깊을지라도우리에겐언제나누군가찾아갈사람이있다는것을일깨우는것이코엘료소설의비밀입니다.주인공이자신의삶에존귀한‘그분’을발견케하고,그분을향해서찾아나서도록하며,그길에독자를초대하고작가도동행하는일련의소설들이전세계를감동시키고있는것입니다.
파울로코엘료가쓴≪오자히르≫(최정수옮김/문학동네/447쪽/9800원)란책을권해드립니다.이번책은유명소설가인주인공남자가아내가실종된지2년아홉달만에마침내그녀가있는곳을알아내고,그녀를찾아가는소설입니다.사실실종된아내를찾아가는테마는다른작가의작품에도드물지않습니다.그러나코엘료의손을거치면신화속예언자를닮은성찰들이무지개처럼가미되면서전혀다른매혹의차원으로승화됩니다.
주인공이아내의실종에몇가지가설을세우고추적에나서는것이소설의시작부분입니다.그녀가누군가에게납치됐을가능성이나,아니면다른남자와눈이맞아도망쳤을가능성같은,비교적진부한줄거리의낌새말입니다.혹시추리소설로흐르지않을까생각되는대목이없는것은아닙니다.
그러나일반적인추리작가와코엘료의솜씨가구별되는이유가그다음에전개되는양상때문입니다.종교적모티프가강력하게감지되지만,증거를남기지않는솜씨입니다.또한주인공은코엘료자신이면서동시에자신이아니라고할수있을정도로자전적인흐름을구태여감추지않습니다.독자를진지하게만드는효과가있습니다.
소설속주인공은원래언론사기자였다가대중가요작사가로돈을번다음본격적인소설가가됐습니다.십년을함께살아오다가어느날사라진아내인에스테르는종군기자출신입니다.나이는서른살이고,무려4개국어를말할수있습니다.
아내가사라진후방황하던주인공은기다리다지쳐서다른영화배우와동거도해보지만아내에대한갈증때문에현실을견디지못합니다.묘하게도주인공이아내를찾아가는데결정적인도움을주는남자는아내를유혹해같이달아났던미하일이라는남자입니다.간질병을앓고있는그는미래의예언과관련된목소리를주인공에게들려줍니다.미하일은주인공에게운명의안내자이면서,주인공과그의아내를어디론가데려가는신비로운울림같은역할을해낸것입니다.
미하일은몽골계카자흐스탄남자로아내가그곳에취재갔을때통역을해주었던스물세살청년입니다.어느날아무말도없이주인공을떠난아내는사실은미하일과함께세상을구원할수있는목소리를찾아구도의길을떠났던것입니다.구도의길에서만나는동반자는일반인의눈에는단순한연인으로비쳐질수있으나코엘료의이번소설을읽는독자은그연인을아주독특한파트너로이해할수있게됩니다.아내에게는그것이사랑입니다.아내는그구도의길에서화가인도스라는청년과사랑을했다가,그리고소설속화자주인공인남편이찾아올무렵엔다른남자의아이를임신하고있게됩니다.
아내는남편을기다리면서중앙아시아의스텝지역에서프랑스어를가르치고양탄자를짜고있었습니다.마치오디세우스를기다리는페넬로페인것같습니다.은유적으로말한다면이소설은중앙아시아의‘키즈쿠’를닮았습니다.‘키즈쿠’라는전통놀이는처녀가말을타고도망가고,청년은뒤를쫓아갑니다.‘말탄아가씨끌어내리기’놀이라고할수있습니다.주인공은프랑스파리에서카자흐스탄의알마티까지찾아가마침내아내를상봉하게됩니다.
이번책은2004년에쓰여진것으로보이고,2005년4월이란이탈리아독일에서첫출간됐다가이란에서판금되는사연을겪습니다.이러한출간일정도다분히전략적으로보입니다.소설제목‘자히르’는중독이나집착을뜻하는아랍어입니다.불변의진리라고우리에게학습된것일수록중독의힘이강하다고코엘료는말하고있습니다.
인생의가장위험한순간에,가장권태로운순간에인간의진정한본질과사랑을발견할수있다고믿는분들께,그리고지금까지의삶을비워내고싶은분들께이소설을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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