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언제나아름답다,그녀같다
나무는언제나아름답다.그녀같다.
묘목이아름답다면,고목도정말아름답다.베어진나무도아름답고,대패로깎아나이테무늬를드러내고있는나무도아름답다.
불에타고있는나무도아름답다.탁,탁,소리를내면서제딸기빛몸을까맣게지워가고있는광경은고개를돌릴수없게만든다.소멸의아름다움.
요즘처럼어디서든잎사귀옷을떨궈버린나무를보라!새눈을틔우는초봄부터구멍난갈색단풍을떨구는늦가을까지나무는아름답다.한겨울,옷을모조리벗고서있는나무도너무너무아름답다.늘씬한종아리를거꾸로쭉쭉뻗고서있는풍모라니.
365일나무생각만하면서잠을자고싶었으나항상그렇게되지는않는다.
퍼뜩깼다.꿈이생생한걸로봐서새벽녘에찍힌영상같다.36개의이상한나무나라를탐험하고있는사람이나였다.나는아빠다.아빠가아들의심장에나무총을쏜다.그나무총탄이박히는순간,아들은아빠가자신에게사랑을심었음을알게된다.그리고아빠를향해달려간다.둘은포옹한다.그총탄에는우주의비밀을알게하는영혼의열쇠가담겨있었다.엽기하군….,이라고누가타박해도할수없다.그아이와나는총싸움을하고놀았다.
찜찜하고동시에얼떨떨했다.무슨큰일의빌미가될것같기도했다.작품의서두가될것같은예감도스쳤다.그럴때는항상두렵다.나무를잘아는누군가에게물어보고싶다.
요즘은신탁을받고싶다.신탁은왜영웅들만받는가항의하고싶다.
환상과현실에대해누군가자꾸따지지않았으면좋겠다.경계선을좋아하는사람들과헤어지고싶다.
내정신의꼭대기에누군가있었으면좋겠다.내정신의꼭대기에서그런나에게말을걸어주었으면좋겠다.그는세기적인나무체스를두고있고,나는그의나무말(馬)이었으면좋겠다.그는영웅이고,나는그의나무하인이면좋겠다.영웅이타고있는목마(木馬)의마부였으면좋겠다.그렇게,무책임하게,나무처럼이세상에개입하고싶었다.죽지않고전쟁을벌이고싶었다.나무처럼길가에서있고싶었다.
버림받지않는다는보장을얻고나서야사랑을저지르고싶었다.나무처럼사계절변화와인간들의공격에벌거벗고서있는척하면서,그리고아주무모하게살면서생존하고싶었다.나를비웃으면서나는얼굴이빨개지지않고,그들을위해내가봉사할수있는시간이무한대로남아있기를희망하면서나혼자집으로돌아오고싶었다.
이겸손하지못한사람들아,라고외치면서,할말이없어침묵하는줄아느냐,그냥시절을넘기려고이러고있는줄아느냐,라고외치고싶었다.모국어에게혹독한반역을꿈꾸었던자들아,모국어앞에돌아와애교를부리지말라,라고외치고싶었다.그것이일본어이든,영어이든,우리는이제자유영역으로넘어가고있다는미래의전망을실천하고싶었다.
영화‘실비아’를보고온여인이말했다.그영화가자신의이야기와똑같다고했다.다만다른점은실비아는부엌에가스를틀어놓고질식자살을했으나자신은아직까지도살아있다는점이다를뿐이라고했다.나도나무처럼앉아그영화를봤다.나는‘세월’이라는영화와비슷하다고생각했다.자유로워지고싶었다.영화는실비아플라츠와테드휴즈라는두시인사이에있었던연애와삶과결혼과파경을그렸다.나는그영화에서나무만바라봤다.
결국그런일들이반복되면나는견딜수가없다.아,이세상의모든동화책이다없어졌으면좋겠다.이세상에나무동화책만남고다없어졌으면좋겠다.어느쪽이든극단적으로해결이됐으면좋겠다.사실나무는극단적이다.물기를머금고제몸을태울수있는것보다극단적인게있으면대보라.
삶이한번쯤내게와서반환점이멀지않았다고말해주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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