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 “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선물”
BY mhfx ON 12. 8, 2005
연꽃을만나고가는바람같이
영원히살것처럼오만하게굴던인간에게어느날불청객으로찾아오는죽음이란참으로어처구니없는배신처럼느껴질것입니다.그러나,그렇기때문에,죽음이나약한인간을한번더아름답게해주는것인지도모릅니다.
능행지음‘섭섭하게,그러나아주이별이지는않게’도솔.275쪽.9500원.
이책은능행스님이만난수많은환자와그가족들의이야기입니다.비구니능행스님은사망을선고받은사람들이마지막을준비할수있도록도와주는일을10년넘게해오고있습니다.능행은이미1000명이넘는죽음을배웅했습니다.
이세상을살다가우리가마지막으로남기고갈수있는가장고귀한선물은무엇이겠습니까?능행은만나는사람들에게언제나묻습니다.
3개월밖에남지않은삶이나30년혹은50년이남은삶이나크게다를것이없습니다.본질적으로는똑같은시한부입니다.잠시후광화문길거리에나가보십시오.이파리를가득달고서있는음지쪽은행나무나제일먼저이파리를다떨군양지쪽은행나무나바람이불면흔들리기는마찬가지입니다.
능행역시2003년가을,죽음의벼랑끝에서서많이도아픈삶을정리해야할때가있었다고고백하고있습니다.‘호젓이삶의보따리를정리하는중에환자들과함께살아온삶의흔적들이늦가을낙엽처럼두서없이여기저기흩어져있는것을보았’답니다.‘다태워버릴까하다가고통의늪속에허우적거리는환자들에게작은지푸라기라도되어달라는원을담으며자판앞에엎어져흩어진낙엽같은글들을정리했다’고합니다.그렇게35편의글들이모였습니다.
10편의글이담긴‘제1장:삶의마지막은언제나살아온모습과닮았습니다’에서부터당신은손수건이필요할지모릅니다.급성위장암말기에걸린26세의아름다운처녀가정토마을을찾아오는대목이글의시작입니다.부모들은바닥에널브러져숨이막힐듯절규하고,정원에서있는작은나무를붙들고주저앉아소리죽여몸부림칩니다.
결혼을몇달앞두고있던이처녀는정작자신에게닥친일을실감하지못합니다.‘죽음이무엇인지도모르는아이에게죽음을준비시키는일보다곤혹스럽고고통스러운일은없다’고능행은말하고있습니다.
저대문곁에핀참꽃이제아무리예뻐도열흘을못간다지요.
‘이별이게,/그러나/아주영이별은말고/어디내생에서라도/다시만나기로하는이별이게,//蓮꽃/만나러가는/바람아니라/만나고가는바람같이’(서정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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