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채로 얼어버린 세상

뒤틀린채로얼어버린세상

세상이뒤틀려있을때는뒤틀린각도로바라봐야건강에좋습니다.날씨도추운데,올겨울들어가장춥다네요.뒤틀린채로얼어버린세상을어떻게하겠습니까.

모두가관심이있는것같지만,모두가외면하고사는세상일들이아무에게도기쁨을주지못하고오로지마음만상하게하고있습니다.

강병융의장편소설상상인간이야기’(이가서)를한번보시면,그런기분을어느정도는풀어버릴수도있을것입니다.온갖뒤틀린세상이야기를풀어놓은소설이거든요.

맨먼저고환이없어진남자가나옵니다.여자친구와드디어여관에들어가기로한날입니다.그녀가먼저샤워를하고침대에누웠습니다.다음은남자차례입니다.그런데샤워물줄기를맞다가아랫도리를더듬어보니고환이온데간데없는것입니다.

두번째이야기는그남자와여자가들어왔던여관에서키를내어주던아르바이트학생이주인공입니다.이학생은손님을맞고내보낼때집게손가락끝이너무간지러워그곳만긁어대다가그만돈받는것을까먹어버립니다.대학생을위한아르바이트중에여관카운터가인기가높은탓에경쟁이심합니다.그래서그는제깍잘리고맙니다.나중에보니그의손가락끝에는새눈(eye)이하나생겨나고있습니다.그는얼굴눈으로텔리비전을보고,손가락눈으로책을읽습니다.그가눈이여러개인사람들의모임(多目會)에갔다가절세미인을만나는데그녀의세번째눈은질(膣)안에있었습니다.

재래식상상을깨기위한긴급동의

이소설은상상을위한재래식방식,혹은상상이란이런것이다,라는도그마,뭐그런것들에대한비틀기입니다.우리는참으로아무렇게나생각의날개를펼칠수있는것이며,그렇게하는데는아무런제약도있어서는안되는것이며,사실은그렇게하는것이상상의본질일지도모른다는문학적긴급동의같은것입니다.

문제는있습니다.그러한상상들끼리는그들의논리구조를정확하게유지하고있어야한다는것입니다.말도안되는얘기를쓰고있지만,그말도안되는얘기들의모임체로서의전체적인흐름과맥락과서사는정연해야한다는뜻입니다.

세번째이야기는모든전화번호,그러니까한번들은전화번호는절대잊어버리지않는남자가주인공입니다.두번째이야기의주인공이애인을기다리고있을때그의곁을스쳐지나간어떤남자가마침이세번째이야기의주인공에게전화를걸고있었고,둘째이야기와셋째이야기의주인공은그정도의연결고리를갖고있습니다.그래서장편소설입니다.웃기죠?

함부로말해본다면,판타지들은본질적으로습작입니다.상황이없는상황이란킥오프되기전스포츠캐스터의혀풀기운동이나같습니다.이런소설을읽는다는것은습작읽기가됩니다.또한이런작품은이데올로기가강한소설이며,모든소설적장치들은소설가의미학적주장에각을세우기위해존재할뿐인것처럼보입니다.저는그래서이렇게노골적인소설을좋아합니다.

그렇게진행되던이야기의연결고리는팔이세개달린,그러니까가슴가운데에팔이달린치과의사얘기,그리고벽을자유자재로넘나드는남자이야기로끝이납니다.아니끝이나는것으로돼있습니다.이런식으로쓰인소설에끝이있다면이상할것입니다.벽을뚫고다니는남자를차버린여자애인이이이야기고리의맨처음에등장하는바로그여인으로순환고리를형성하는지안하는지는알바아닙니다.

그런데벽을뚫을수있다면,그것은능력일까요,병일까요?또한벽을드나드는남자라는상상이진부하다고느껴질때그것은우리의상상이진보한것인가요,정체된것일까요?

자화상조차진부한것이라면…..

이소설에등장하는상상속의인간들은뒤틀리고왜곡된우리자화상이다,라고말해버리면속편합니다.우리눈에잘띄지는않지만,모두들세번째눈을신체어딘가에숨겨놓고있으며,세번째팔을붕대로칭칭동여맨채시침을떼고있을것이라고생각하면,속편합니다.

작가는그렇게세상을야유하고사유하고치유한다고생각하겠지만,세상은역시변하지않습니다.독자들의동의하에그렇습니다.시간과강물은잘도흐르지만세상은크게변하지않았다(299쪽)는동의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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