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과향수를저울질하다니
‘마누라는현명하고애인은달콤합니다.마누라가보약을챙겨줄때,애인은향수를챙겨줍니다.마누라는잠을자고,애인은꿈을꿉니다.’
블랙코메디로사이버공간을떠도는조크는언제나스테레오타입입니다.고딩이들도이런유머엔익숙합니다.능숙한개그작가는이런문장을10분에50개쯤만들것입니다.
초대형베스트셀러‘연금술사’로유명한파울로코엘료가최근출간한장편‘오자히르’(문학동네)는소설가주인공이가출한아내를찾아가는얘기입니다.여기서는처와애인의역할이묘하게바뀌어있습니다.프랑스의한언론사에서종군기자로일하는아내는늘꿈을꿉니다.어느날삶의껍질을벗어던지고잠적합니다.
타인이원하는방식의삶이아니라,진정으로내가슴에서울리는목소리를따라살고싶다는선언입니다.아내곁에는육체적으로철학적으로매혹적인청년들이줄을서있습니다.90년대한국의페미니스트소설에서도유행처럼번졌던구조입니다.
남성들에게아내는든든한후원자이면서척결해야할웬수입니다.미월스트리트나헐리우드에이런설정이흔합니다.윌퍼거슨의최근작‘해피니스’(초당)를보면출판사편집자인남편은아내를부를때“헌!”이라고합니다.아내는항상‘허니’를줄인이짧은별칭을좋아합니다.하지만그녀가모르는사실이있습니다.‘헌’은동양의오랑캐인훈족을뜻했습니다."바보같은"아내는자신을‘헌’이라고불러준남편에게애교가득한미소를띠고대답합니다.“헌,왜불렀어?”(75쪽)
세월을조금거슬러올라가도대중소설이나영화에등장하는아내와남편은비슷한관계를설정하고,거기서페이소스를얻어내는정황까지비슷했습니다.1975년아이러레빈의소설을원작으로한공포영화‘스텝포드의아내’(StepfordWives)를보면미국시골마을에서남편들이은밀하게로봇으로아내를바꿉니다.이로봇은여자의모습을하고있지만요리와청소와세탁과남편을즐겁게하는데만관심을갖도록고안됩니다.
얼마전개봉됐던영화‘미스터&미스스미스’는부부가청부살인업자입니다.그러나서로는서로의진짜직업을모릅니다.어느날서로의정체를알게된둘은집안에서피비린내나는총격전을벌입니다.이들이쏴죽이는것은사실은권태입니다.
‘아무도죽이지않고오늘하루를무사히보내고싶다’고기도하는남편도있습니다.죽이고싶은사람‘넘버1’이마누라라는설정입니다.실제‘마누라죽이기’란영화도있었잖습니까.그러나“아내를욕하는자는아내를좋아하는자"입니다.독일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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