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바람소리를들어라
‘우리가어딘가로쏟아부은사랑은결코무의미하게사라지지않습니다.그사랑이의미를찾고꽃을피우는데오랜시간이걸릴지라도이우주어딘가에는우리가쏘아올린사랑이고스란히보존돼있습니다.’(24쪽)
인간의사랑에는물리학보다더엄정한질량불변의법칙이적용된다는,이런믿음을갖고계신분들께귀한책한권을권해드립니다.문예창작과를졸업한프리랜서작가이자명상여행가이기도한정희재씨의티베트·인도순례기‘나는그곳에서사랑을배웠다’(샘터)라는책입니다.
꼼꼼이톺아보면우리주변에티베트·인도에관한좋은책도많고좋은영화도많습니다.오지여행가한비야씨의‘바람의딸걸어서지구세바퀴반’(금토)란책도많이알려져있고,소설가송기원씨의장편‘안으로의여행’(문이당)과‘또하나의나’(〃)역시가까운분들께권하고싶은명품소설입니다.정수리에차고맑은물을들이붓는책들입니다.모두현장에서긴시간발품을팔아서쓴책들이고요.
그래도오늘은‘나는그곳에서사랑을배웠다’를권해드립니다.저자는먼저‘무엇이세상을이기는가’,라는화두하나를달랑들고네팔에있는티베트인정착촌을찾아갑니다.이책을읽다보면우리도금세티베트인들을만나고싶고,그쪽음식인뚝빠와모모를한그릇씩뚝딱해치우고무릎을맞대고싶어집니다.그들은성스러운사원이나탑주위를돌며기도하는행위를‘꼬라’라고부른다는데요,그때이렇게기도한다고합니다.‘우연히똑같은것을보고웃거나,똑같은것을보고무서워하거나/아니면똑같은순간에똑같은것을보고아름답게느낄수있도록하소서.’
그때같이탑을돌던상대방에게행운을비는‘따시델레’라는인사를나누면두손을합장하지않을도리가없고,상대가누구든얼굴가득미소를피워올리지않을수가없게되는것이지요.비록평생소원을물으면첫째“내손으로가족을돌보고”,둘째“티베트가독립하는것”이라는절박한대답이돌아온다지만,비참한밑바닥삶을살고있는처지에서도새들에게모이한줌을뿌리는,그런자비심을잃지않는,강같은평화가깃들어있는것이지요.
저자는티베티인의입장에서그들에게한없이동조하는글을씁니다.그발치에서포근히잠들고싶은암틴스승을만난이야기,달라이라마를친견한이야기도들어있습니다.그러나저자는한순간도삶의철리(哲理)를놓치는법이없습니다.깨끗하게절제된비유법은종교의울타리를상쾌하게뛰어넘어와독자의마음속에하늘과맞닿은고원(高原)의바람소리를들려줍니다.
이책에감동을얻으셨다면,오랜만에헤르만헤세의장편소설‘싯다르타’(민음사)를꺼내서다시한번맛보시지요.궁극적인인간구원의문제에해답을찾아나선이소설을읽고나면,“사랑한나머지패배한자들은외롭지않다”는느낌을받는다고하네요.장자크아노감독의‘티벳에서의7년’이란영화는또어떻구요.서양의낙오병사에게티베트의여인이이렇게말하는대목을기억하십니까?“당신들은평생을채우고이루려고하는군요.우리는평생비워도다못비우고세상을뜨는데요.”
세상에대한적의(敵意)가아직해소되지않은분들께,반대로우리의삶에는고통이가장강력한후원자가되리라는위로를드디어이해하신분들께도‘나는그곳에서사랑을배웠다’가지금읽어야할책이라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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