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나나비슷하게소외돼있는현대인들
서울에있는헌법재판소의뒷골목에는‘사막’이라는술집이있습니다.그집에서인기있는섞어주로‘취생몽사주’란술이있지요.술에취해잠을자다가꿈속에서살고죽는다니얼마나흐리멍덩한상황입니까.그것도오아시스나바다보다더육감적이고에로틱한면이많다는사막에서요.살다보면누구에게나뭉텅뭉텅기억을지워버리고운명의멱살을쥐고흔들어보고싶을때가찾아오나봅니다.이번주는영국과미국에서교육받은이란작가바히이나크자바니의장편‘새들백’(황매)을권해드립니다.
이소설은19세기에메카에서메디나로떠나는한대상에끼어든아홉명이나되는주인공들의이야기입니다.‘터키인에게시집가는조로아스터교도의딸,신부의시중을드는유대교도인아비시니아노예여인,그신부의재산을노리는거세당한인도인,까다롭고열광적인성직자,멀리위구르에서온늙은순례자,그리고탁발승으로변장한영국인스파이’(382쪽)가그대상에합류해있습니다.
이들에게살인적인모래폭풍이일어나고그들의운명도모래폭풍만큼폭력적이고어지럽게얽히게됩니다.이들은인종도출신도,그리고종교도전혀다른사람들입니다.이번여행에끼어든이유조차제각각이지요.그들은각기다른목적으로여행의출발점에섰으나같이엮인여정때문에서로에게자신의삶을강요하게됩니다.돈과재물을좇는자,그걸위해캐러밴을공격하는자,신을좇는자,삶의의미를좇는자,헛된명성을좇는자들이한데뒤엉켜있습니다.사실은그속에우리자신도끼어있는지모릅니다.때로는운명을의심하고,때로는운명에슬쩍기대면서말입니다.
삶이란무엇이냐고경쾌하고묻고담담하게대답하는소설집으로영국작가믹잭슨의‘뼈모으는소녀’(생각의나무)라는책도권해드립니다.모두열편의짧은이야기가실린이책에서작가는매우동화적인상상력을발휘합니다.세월을따라흐르다가인생이각별하게꺾어지는대목으로독자들을곧장안내하기위한전략입니다.
가령첫번째이야기‘지하실의보트’는전쟁터에서한쪽발을잃어버린,철물점주인이주인공인데요,이름이모리스입니다.40년동안이직종에종사하다마침내퇴직을하게된모리스는무슨일을해볼까궁리에궁리를거듭하다가“바로그거야.”라고소리를지르면서결단을내립니다.60년전아버지가호숫가에서빌렸던구식배를만들어보기로말입니다.
그런데아뿔싸,그멋진배를완성하고보니작업장소가지하실이었지뭡니까.그배를밖으로끄집어낼방법이없는겁니다.
이마을에어느날갑자기장대비가쏟아지고마을은물난리가납니다.지하실로내려간모리스는자신이만든배가둥실떠올라있는것을발견합니다.모리스는기쁨에들떠어쩔줄을모릅니다.물이빠지자모리스는다음번홍수에대비해서지하에굴을뚫고,드디어비슷한사람끼리배를타고지하호수에서만나게됩니다.
뿔뿔이흩어져삶의터전을일구는현대인들은한없이외롭고소외돼있는것같지만,한발자국만상대를향해다가서면서로는매우비슷한처지에서허우적거리는모습을발견할것이라고작가는말하고싶은것같습니다.사실은“너나나나”라고말입니다.지하철역10개를지나는출퇴근을하신다면하루에한편씩열흘동안행복할수있는소설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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