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뻔하게·어쩌면·특별하게…찾아오는 사랑
BY mhfx ON 8. 23, 2007
사랑은명사가아닌부사입니다.‘한눈에,뻔하게,어쩌면,특별하게,순식간에,건강하게,싸늘하게,다함께,상징적으로,분명히….’사랑하는사람들에게는,‘사랑이란무엇인가’라는정의(定義)가중요한게아니라,사랑의방식,즉‘어떻게할것인가’가더중요하단얘기죠.동의하십니까.이런생각들은사랑이한창불타오를때보다는사랑이막시작되려할때그설렘속에서,그리고사랑이끝나려할때그쓰라림속에서더선명하게드러나는법입니다.
미국대니얼핸들러(Handler)의연작소설‘부사들’(Adverbs·뿔)을권해드립니다.
이책에는모두열일곱편의짧은이야기들이실려있습니다.첫번째이야기‘한눈에’는어떤남자가여자친구와헤어지는이야기를담고있습니다.그가택시에올라탔는데그만그택시운전사에게반한다는내용입니다.
뉴욕3번가,37번가,79번가,담배피는키큰여자,식료품점에서일하는주인공남자,길모퉁이,택시같은인물,소재,풍경들이이어집니다.
마치한입도베어먹지않은옥수수처럼뉴욕의도로는노란색택시들로넘실거립니다.둘은함께커피를마시는데까지발전하지만택시운전사는주인공에게“너동성애자아니냐”고욕을하면서사라집니다.
저자는‘추한거리에서도사랑스럽게보이는것,그런것이사랑’이라고말합니다.
두번째,세번째로연작이야기들이진행하면서이들이엮어가는사랑이야기는일부러삐딱선을타기도하고,진심과최선을다하는데도삑사리가나는경우도흔합니다.복합하게등장하는것처럼보이는인물들이라고걱정하지마시고끝까지읽다보면이야기들이서로묘하게연결된다는점을발견하게될것입니다.
다음에소개드릴책은프랑스작가파브리스카로(Caro)의‘플라스틱피플’(원제:Figurec·브리즈)입니다.일단소재가너무재미있습니다.돈을받고사람들의일상적인삶에배우를파견하는비밀회사‘피귀렉’이등장합니다.돈이면안되는일이없습니다.주인공은명색이희곡작가이지만거의고등룸펜에가깝습니다.그는평생자신을한심하게바라보는부모형제들에게여봐란듯이소개할완벽한애인을옵션으로선택합니다.피귀렉에서파견된사원은주인공의삶을아름답고깔끔하게탈바꿈시켜줍니다.썰렁한장례식이끝난후뒷담화를함께할사람이없어서걱정이라면죽기전에조문객을미리주문할수도있고,자손들에게떠벌릴영웅담이필요한아저씨라면‘베트남참전당시의전우’를피귀렉에주문할수도있습니다.
따지고보면,형태는다르겠지만,현대인들의삶은매일매일피귀렉에게잠식당하고있는지도모릅니다.혹시‘뽀다구나는’번듯한이미지를만들기위해돌고돌아가는거대한가면무도회에서피곤하지않으십니까.그렇게살다보면남는건끝없는의심과껍데기,그리고피귀렉에서날아오는거액의청구서뿐입니다.
이소설을읽다보면자연스레영화‘트루먼쇼’가떠오릅니다.이세상은온통연출가와배우와스태프들끼리죽치고있는거대한세트일수도있습니다.가짜박사학위를가진동국대교수가광주비엔날레의예술감독에임명됐다가터져나온스캔들을보면서우리사회가어쩌면‘가짜들의행진곡’을공연하고있다는생각안드셨습니까.
이책의작가카로는남프랑스에살고있는데만화가이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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