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설렘·안타까움 그리고 예기찮음…

또가을입니다.끝없이빠져드는우울,주변의모든것을부식시키는병,사랑하는사람을잃은상실과블루,그것들의한복판에서있다고상상해보십시오.“오로지이별의고뇌속에서만우리는사랑의심연을들여다본다”고조지엘리엇은말했습니다.사랑에대해,빛나던맹세에대해,그리고아내의자살에대해생각하다여행을떠났던한광고카피라이터가‘사랑을잃고난후알게되는것들’(브리즈)이란책을냈습니다.

리처드클루스(Clewes)라는이사람은몇개월전부터아내와별거중이었는데그녀가끝내자살했다는충격적인소식을듣습니다.지독한조울증땜에결혼과사랑과삶까지도힘없이무너졌던뒤끝이었습니다.아내에린이스스로목숨을끊었다는것은너무도잔인한이별통지였고,리처드는황폐해진시공간에버려진채어찌할바를모릅니다.그는하던일을그만두고,스케치북,일기장,세계일주항공권을들고집을나섭니다.이책은서인도,유럽,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를거쳐캐나다의집으로다시돌아오기까지새롭게발견한삶의이정표를기록하고있습니다.

저자는“사랑을잃고자신마저잃었다고생각했으나잃어버린것들이남긴빈공간은저절로채워지고있었다”고말합니다.또“상실은오히려나를밀고가는힘이되었다”면서시간이흐르자에린이왜그렇게삶을마감할수밖에없었는지이해하게됐다고적고있습니다.‘사랑의끝은너무차가웠다’는소제목으로시작하는이책은“사랑의첫탄성을기억하라,그곳으로망명하라”고말합니다.한때목숨을걸어도아깝지않다고여겼던눈부신사랑도언젠가는끝을만나게마련입니다.흡사이별보험을들어두듯읽어볼책입니다.

“사랑이란…서로를이어주는투명한끈을찾는것”이라고말해주는소설모음집‘아이러브유’(해냄)도함께권해드립니다.이사카고타로,이시다이라,이치카와다쿠지같은,일본의청춘연애소설계에명성을떨치고있는남성작가들의여섯작품이실려있습니다.

‘올해의연애소설베스트’에도선정된이책은사랑이란결국설렘,안타까움,그리고예기찮음같은것으로구성돼있다는사실을보여줍니다.남성작가들의연애소설이의외로젊고로맨틱합니다.

일본소설의특징은무거운터치로독자를압도하는거만함이없다는점입니다.작은손길로끊임없이문지르듯디테일한국면에서감수성은더풍부해집니다.첫작품‘투명한북극곰’은이별후에도헤어진사람들이여전히연결돼있다는느낌을갖게되는순간들을잔잔하게그려내고있습니다.

서양속담에사랑과재채기는감출수없다고합니다.또‘남자는과거의사랑을기억하고,여자는미래의사랑을상상한다’는말도있습니다.버려야한다는것을알게되는순간부터가장아름답게불타오르는나무처럼사랑도그런것인지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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