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거대한 사기극?

사기꾼들이가장애용하는재래식수법은“나는당신이한일을알고있다”고눙치는것입니다.이런사기는요즘도잘통합니다.신문사회면에1년에한두번은꼭등장하더군요.“당신의비리를잘알고있으니돈을가져오라”고협박하면적지않은사람들이걸려든다는겁니다.누구에게든인생이란게조금구린데가있기마련이거든요.그런의미에서마르탱파주라는프랑스작가가쓴소설‘빨간머리피오’(문이당)를권해드립니다.

이소설속에서도주인공처녀피오가사기를쳐서생계를유지합니다.그녀는주로부자들,그리고유명인사들에게무작위로편지를보냅니다.‘우리는당신이한일을알고있습니다.돈을지불할수있는일주일의시간을드리겠습니다….’피오는뷔트쇼몽공원의외진곳을돈갖다두는장소로지목합니다.그리고‘희생양’이돈을갖다놓는것을기다리기위해매주일요일마다그림을그리는척하면서근처에서매복을합니다.

어디선가많이본장면같지않습니까.존그리샴의소설‘톱니바퀴’에서도재소자들이교도소밖의동성애자들을상대로편지를보내사기치는이야기가나오지요.파주의소설은아베르콩브리라는미술평론계의거목이끼어들어피오를일약스타화가로키워놓는다는이야기로발전합니다.주변사람들은피오가어떤인물인지알아보지도않은상태에서아베르콩브리의추천을받았다는사실만으로도앞다투어헛소리를지껄여댑니다.신데렐라가탄생했다고떠들어대는것이지요.작가는처녀사기꾼이일약예술계의총아가되는과정을그리면서현대예술에도사기성이농후하다는식으로은근히비꼬고있습니다.


사랑도그렇고삶도그렇고,원래는한바탕사기극인지도모릅니다.같은프랑스작가인엘리에트아베카시스의장편‘행복한사건’(예담)도한번읽어보시지요.이소설은“현대여성에게임신이란행복하고도불행한사건일수있다”는가정하에쓰여졌습니다.주인공남녀가서로사랑하게되고,함께살고,아기를갖자고합의해서아이를낳는데,문제는여자의삶이‘출산전’과‘출산후’로극명하게갈리는데서시작됩니다.출산후모유수유를하면서여자의삶은하루하루가전쟁입니다만,남자의삶은꿈같았던예전그대로입니다.둘은차츰다툼이많아지고급기야남자가집을나갑니다.여자도화가나서아이를데리고언니집으로가버립니다.그러다가주인공여자는갓난아이의수면문제로소아과의사의상담을받던중그만다른남자를사귀게됩니다.

그런데하필이면첫데이트에서새남자와입을맞추다남편의가장친한친구에게들키고맙니다.남편은여자의언니네집으로찾아와아이를데리고가버립니다.여자는다시혼자가됩니다.아이가너무보고싶어남편을찾아갔지만문전박대를당합니다.여자는카페에혼자앉아커피를마십니다.남편과는완전히끝났다는느낌이듭니다.그리고또다시임신했다는사실을알게됩니다.이소설은출산을전후해서한여성의복잡하고당혹스런심경을매우진실하게토로한심리소설이라고할수있습니다만,작가는요즘사회가강요하는모성의당위성에정면으로맞서면서대신엄마로서의기쁨이존재한다는사실도인정합니다.

모르겠습니다.우리가겪는삶의굴곡들은,모든게봄날하루의소풍일수도있고,거대한사기극일수도있다는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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