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어쩌면 환상의 변주곡일지도…

우리가누군가를“사랑하게됐다”고말할때우리의취향과운명이작동한것같지만사실은그렇지않습니다.그것은‘텔레비전드라마에투영된상투적현실이우리에게주는이미지’(9쪽)일때도있고,‘환상이란주제로빚은변주곡이거나비현실적인어떤환영같은것’일수도있습니다.사랑이란매순간빡세게붙어야하는배틀이라고생각하시는분들께는시시하게들릴지몰라도프랑스작가델핀드비강(Vigan·41)의장편‘귀여운남자들’(부글북스)을읽어보시면그간우리가애걸복걸매달렸던사랑방정식을검증할수있는,좋은기회를얻게될겁니다.

주인공은서른살여성에마입니다.이소설은에마가2~3년동안만나는세명의남자들을묘사하고있습니다.첫남자는에탕카스트로라는마흔살작가입니다.이남자는아무런질서도한계도없이연애를하고섹스를합니다.어젯밤은파리에서제일잘나가는여자를만나고,내일은폴란드아니면아일랜드여자를만나기로돼있습니다.그러면서아내가집을비우고없을때만다른여자들을만난다고말합니다.에마는참힘이듭니다.‘자기를포기해가면서남을사랑한다는것’(60쪽)말입니다.

▲(왼쪽부터)’귀여운남자들’,’진산무협단편집’

이소설의주제는‘존재하지않는것에대한미친사랑’인것같습니다.에마가만나는두번째남자밀랑미카에프,세번째남자마크스티븐슨도마찬가지입니다.한사람은잘나가는텔레비전사회자이고,다른사람은부동산을여럿가진변호사이지만,에마는몇개월후그남자들이하나의올가미에지나지않는다(113쪽)는것을깨닫게됩니다.언젠가그들은목소리조차기억나지않는허상으로전락할것이란자각인셈이지요.

우리의일상생활에‘전화목소리’와‘휴대폰문자’중어느것이더강력한흔적을남기는지되돌아볼때가있습니다.신·구세대를가르는기준으로삼을수도있겠습니다만,그양쪽세대에게다같이재미있을소설로‘진산무협단편집’(파란)을권해드립니다.14년째무협소설을써오고있는이여성작가(38)는유려한문장,그리고슬프고아름다운로맨스로‘수지맞는주말’을보장할수있는책을내놓습니다.

이단편집에는모두일곱편의작품이실려있는데요,맨앞에게재된작품이‘광검유정(狂劍有情)’입니다.주인공은스스로무림말학이라고겸손하게일컫는일자쾌검(一字快劍)유운(柳雲)입니다.이남자는벌써7일째살부령주(殺父鈴主)무홍진(無紅珍)에게쫓기고있습니다.무홍진은강호의고수들을아무이유없이죽여없앤,만인의공적인광검(狂劍)서귀(徐貴)의외동딸입니다.광검서귀가어느날홀연히무림을떠나자취를감춘후무림고수들이광검서귀의아내를찾아와딸과함께죽이려듭니다.그때서귀의아내는딸의손에단검을쥐게한후그칼에스스로자결을합니다.누구에게도복수의원한을만들지않기위해서입니다.

이후스토리는훨씬더흥미진진하고슬프게이어집니다.한가지만독후감에담는다면현대인이맞닥뜨리는삶의현장들이‘쾌(快)인가,강(强)인가’(20쪽),다시말해‘얼마나빠른가,얼마나강한가’로승부를결판짓는것같지만사실은그렇지않다는점입니다.“승부의목적은무조건,그리고반드시이기는광(狂)에있다”고믿어왔던분들께도새로운화두를드릴겁니다.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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