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싱글 걸’들의 일상속으로…
  • 일,사랑,그리고명품!이세가지는싱글을가장폼나게하는조건입니다.한때세계적페미니즘운동을전사(戰士)처럼선도했던소설가이사벨아옌데는멀리금문교가내려다보이는샌프란시스코의자택에서저에게이렇게말했습니다.“내몸을내맘대로하는것,밥먹고난뒤내가계산할수있는능력을갖추는것,이두조건이가장중요합니다.”그건멋진여성으로살아가는조건을말한것이었습니다.일,사랑,명품세가지에덧붙여도회지,옐로우캡,‘섹스앤더시티’같은이미지를떠올리면으레뉴욕이생각나실겁니다.그쪽계열소설들은100%뉴욕이무대였습니다.이번주는무대를파리로옮깁니다.프랑스여배우이자벨알렉시스의소설‘처음그날부터’(대교베텔스만)입니다.

    결론은무쟈게재밌다는겁니다.파리에서자유롭게사는엘리즈와델핀두여자가주인공입니다.나이도꽉찼고,돈도있고,똑똑한지성과S라인의몸매도있으니슬슬결혼대열에합류할까말까왜고민이없겠습니까.‘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에서슬쩍눈요기하셨죠?그동네뉴욕걸들이스타벅스,세련된수다,자유분방함을한껏뽐냈다면이번책에서만나게되실파리지엔느들은“꾸미지않은듯하면서꾸민”또다른유럽풍삶의패션을선보입니다.

    엘리즈와델핀은공교롭게같은때연애를시작합니다.그런데그녀들의남친들도서로친구사이입니다.한국식으로따지면흡사동서(同壻)사이같은그들은속사포대화와숨가쁜에피소드의전개를보이면서사랑에대한불란서적방정식을풀어갑니다.이책을읽고나면얻는게많으실겁니다.가령,연한커피를좋아하는당신은진한커피를고집하는남친을어떻게할작정이십니까.

  • 그녀들이걷고있는도심의인도위에마천루가있습니다.그안에는구조조정,해고문제등등을토론하고있는다국적기업의간부들이전략회의를진행하고있습니다.그래서로랑캥트로의장편‘극대이윤’(열림원)을함께권해드립니다.당신이어디에있든이소설도본전(9000원)보다10배쯤즐거움을드릴겁니다.

    이소설에는‘젊은게이의퇴폐적인냉소주의’‘여성인사책임자의싸늘한좌절감’‘권력욕에눈먼변태여성’‘겉멋만잔뜩든고위간부의성적망상’이함께뒤죽박죽얽혀있습니다.오전11시부터오후1시까지회의는진행되고,열한명의중역들이발언을합니다.마치단테의‘신곡’처럼,지옥보다더지옥같은문제를다루는동심원모양으로소설은짜여있습니다.그사이에중역들은서로처절한전쟁을치르면서발언순서를기다립니다.머리속은너무나복잡합니다.모두다떠들고있는데막상건데기는없습니다.노회한전략들이부딪칩니다.현지언론반응중에는“고도성장의비즈니스세계에대한날카로운일침”(라캥젠리테레르)이라는보도도있었습니다.회사에서봉급을받는분들께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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